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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그 얼굴 그 목소리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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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에서 지롱까지

 물론 배 위이다. T라고 자칭한 남자――장화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남자――콧수염을 기른 남자.

 "이렇게 조용한 건 드물다네요."

 이쪽은 또 앞뒤로 뚜껑이 달린 금시계를 몇 번이나 꺼내보는 남자――볼일이 없음에도 선원한테 말을 거는 남자――누구에게나 밥을 같이 먹자 물어보는 남자.

 "아버지가 청일 전쟁 때 통역으로……"

 그 아버지 사진을 꺼내러 가는 사이에 나는 내 객실로 내려갔다.

 

홍콩

 ××기선회사지점장――알자스 출신의 프랑스인――아오지마에서 일본군 포로가 된 남자――독신.

 매일 아침 모터보트로 가게에 출근해 매일 밤 자동차로 귀가하는 남자.

 "아아, 많이 취했네. 제가 춤 한 번 춰보겠습니다."

 ――(멋대로 하라지)

 "여자는 역시 일본 여자지요."

 ――(바보, 넥타이나 제대로 매.)

 

하이퐁――xx호텔

 "하나만 더……하나만 더……잠깐만……와라, 하나만 더."

 "젠장, 해보겠다 이거지. 정말이지?"

 "여기에 와라……작은 거."

 "큰 거 나와라. 젠장, 두고 봐라."

 비는 아직 내리고 있다……

 뚝! 도마뱀이다!

 "싫네 진짜, 영감, 이거 좀 떼봐."

 비는 아직 내리고 있다.

 

통킹의 대낮은 슬픈 피와 같다

 나무 열매를 베어 무는 여자들

 

 훔친 돈을 쓰는 도적도 뻔하니

 늘 생각하는 하루가 되려나

 

 타라 라 라 라 라 라 라 다시 한번

 

 눈물마저 보이지 않는 그녀가 되어――

 쇼론 해변가의

 저녁과 보내는 한때

 

사이공

 방파제에 가까운 주점 한구석에서 내 손을 잡은 남자――

 "너 어디서 본 적 있는 거 같다"고 말한 남자――

 비스듬하게 노려본 거한――기름기 묻은 옅은 노란색 작업복

 "벌써 가게?"――어째서인지 그 목소리가 귀에 남아 있다.

 

증기선 아미랄 펀치의 갑판

 

 호랑이 손톱을 시계 사슬에 걸고 있는 식민지 수비대의 중사.

 

 붉은 플란넬 복대를 하고 있는 안남과 프랑스인 혼혈.

 

 지부티의 흑인에게 타조 깃털을 산 육군 중위의 아내.

 

 코르시카 섬 그림자에 자리한 회색 마을을 가리키며 "내 고향이야"하고 말하는 견습 선원.

 

마르세유에서 파리로 가는 기차 안.

 십 년 동안 마다가스카르 수비대에서 일해 오랜만에 고향땅을 밟는 병졸. 눈이 움푹 파이고 입술이 두꺼운 병졸.

 뜨거운 태양, 고생, 권태, 전염병, 탈영, 감금……그리고 또 그리고……

 듣고 있던 사람이 하나 줄고 둘이 줄고 셋이 줄고……

 마지막으로 정면의 남자가 관심 없이 듣고 있다. 신문을 펼친 채 그곳에 눈을 주며 이따금 "흐음"하고 미적지근한 대답을 한다.

 "이제부터가 재미있어요"――병졸은 그 남자의 신문을 뺏어갔다.

 "뭐 하는 거야"――그 남자 "웃기지 말라고. 가만히 들어주니 아주 기고만장해서는. 그런 이야기가 뭐 자네 혼자 겪는 줄 아나. 더운 곳에서 와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닌가?"

 병졸은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창밖을 바라보는 그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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