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지에서 지롱까지
물론 배 위이다. T라고 자칭한 남자――장화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남자――콧수염을 기른 남자.
"이렇게 조용한 건 드물다네요."
이쪽은 또 앞뒤로 뚜껑이 달린 금시계를 몇 번이나 꺼내보는 남자――볼일이 없음에도 선원한테 말을 거는 남자――누구에게나 밥을 같이 먹자 물어보는 남자.
"아버지가 청일 전쟁 때 통역으로……"
그 아버지 사진을 꺼내러 가는 사이에 나는 내 객실로 내려갔다.
홍콩
××기선회사지점장――알자스 출신의 프랑스인――아오지마에서 일본군 포로가 된 남자――독신.
매일 아침 모터보트로 가게에 출근해 매일 밤 자동차로 귀가하는 남자.
"아아, 많이 취했네. 제가 춤 한 번 춰보겠습니다."
――(멋대로 하라지)
"여자는 역시 일본 여자지요."
――(바보, 넥타이나 제대로 매.)
하이퐁――xx호텔
"하나만 더……하나만 더……잠깐만……와라, 하나만 더."
"젠장, 해보겠다 이거지. 정말이지?"
"여기에 와라……작은 거."
"큰 거 나와라. 젠장, 두고 봐라."
비는 아직 내리고 있다……
뚝! 도마뱀이다!
"싫네 진짜, 영감, 이거 좀 떼봐."
비는 아직 내리고 있다.
통킹의 대낮은 슬픈 피와 같다
나무 열매를 베어 무는 여자들
훔친 돈을 쓰는 도적도 뻔하니
늘 생각하는 하루가 되려나
타라 라 라 라 라 라 라 다시 한번
눈물마저 보이지 않는 그녀가 되어――
쇼론 해변가의
저녁과 보내는 한때
사이공
방파제에 가까운 주점 한구석에서 내 손을 잡은 남자――
"너 어디서 본 적 있는 거 같다"고 말한 남자――
비스듬하게 노려본 거한――기름기 묻은 옅은 노란색 작업복
"벌써 가게?"――어째서인지 그 목소리가 귀에 남아 있다.
증기선 아미랄 펀치의 갑판
호랑이 손톱을 시계 사슬에 걸고 있는 식민지 수비대의 중사.
붉은 플란넬 복대를 하고 있는 안남과 프랑스인 혼혈.
지부티의 흑인에게 타조 깃털을 산 육군 중위의 아내.
코르시카 섬 그림자에 자리한 회색 마을을 가리키며 "내 고향이야"하고 말하는 견습 선원.
마르세유에서 파리로 가는 기차 안.
십 년 동안 마다가스카르 수비대에서 일해 오랜만에 고향땅을 밟는 병졸. 눈이 움푹 파이고 입술이 두꺼운 병졸.
뜨거운 태양, 고생, 권태, 전염병, 탈영, 감금……그리고 또 그리고……
듣고 있던 사람이 하나 줄고 둘이 줄고 셋이 줄고……
마지막으로 정면의 남자가 관심 없이 듣고 있다. 신문을 펼친 채 그곳에 눈을 주며 이따금 "흐음"하고 미적지근한 대답을 한다.
"이제부터가 재미있어요"――병졸은 그 남자의 신문을 뺏어갔다.
"뭐 하는 거야"――그 남자 "웃기지 말라고. 가만히 들어주니 아주 기고만장해서는. 그런 이야기가 뭐 자네 혼자 겪는 줄 아나. 더운 곳에서 와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닌가?"
병졸은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창밖을 바라보는 그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고전 번역 > 키시다 쿠니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성 풍속 시평 - 키시다 쿠니오 (0) | 2022.09.19 |
---|---|
신극협회의 공연을 앞두고 - 키시다 쿠니오 (0) | 2022.09.18 |
매소적 무대를 향한 공격 - 키시다 쿠니오 (0) | 2022.09.16 |
봄날 잡기 - 키시다 쿠니오 (0) | 2022.09.15 |
이번 출품에 관해 - 키시다 쿠니오 (0) | 2022.09.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