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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봄날 잡기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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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가을부터 영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신문사에서 받은 일이 있으니 조심하며 입원하거나 거처를 바꾸곤 했다.

 이야기를 하면 더욱 몸이 안 좋아진다. 되도록 사람을 피하고 만나도 듣기만 하는데 이것도 꽤나 힘든 일이다.

 하지만 우연히도 그동안 여러 방면의 사람과 알게 되었다. 어디나 매한가지겠지만 사람이 오면 반드시 전쟁 이야기가 된다. 그것도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현상을 두고 여러 관찰이나 평판을 내린다. 의외로 서로 남이 모르는 걸 알고 있구나 하고 놀랐다.

 하지만 내가 가장 기이하게 여긴 건 우리는 그 '모른다'는 걸 계산에 넣지 않고 이래저래 판단한단 것이다.

 '모든 걸 아는 사람' 입장에선 그러한 판단을 황당하다는 건 참으로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어떤 걸 '알고 있기에' 그 판단이 항상 옳다고는 할 수 없단 점도 있다. 또 소위 '모든 걸 안다'는 건 당사자가 믿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원인과 결과를 확실히 하는 건 가장 단순하면서도 미묘한 정신노동이다. 나는 오늘만큼 이 초보적 논리를 현실에 맞춰 생각할 필요가 있는 시기도 드물지 싶다.

 왜냐면 세상 풍조란 전부 이 관계를 거꾸로 한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일중 분쟁에 관해서도 나는 원인이라 꼽히는 게 과연 진정한 원인이 맞는지가 의심스럽다. 내 입장에선 그야말로 오늘날의 결과가 첫 첫 현실이며 원인은 되려 오늘날 결과가 된 것 중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두 나라 지도자가 이 사실을 떠올리지 못한다면 영원한 평화를 논할 자격이

 이야기는 달라지나 어제 어떤 신문사의 전화로 소위 '장티푸스 만두 사건'의 판결이 발표되었는데 징역 8년을 의외라 생각하지 않냐는 물음이었다. 그 뜻은 세간의 동정이 피해자에 모인 가운데, 제1심에서 3년이란 결과가 나왔고 항소 결과 더욱이 죄가 무너졌다는 게 세간의 기대를 배신한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리라. 나는 그에 신문으로만 접한 지식만으론 그런 판단을 할 수 없다 답했다. 남성의 망은과 냉혹함을 열거하며 피고의 죄를 덜어주려는 사람도 있는 듯하나 내게는 이상하게 보이는 사고방식이다.

 올해는 학교 문제가 시끄럽다. 중등학교로 진학하는 자녀를 가진 부모님의 어려움을 직접 본 나는 더욱이 고등학교의 이과 지망이 적다는 경향에 관한 당국 및 다른 의견을 읽고 더더욱 '교육의 위기'란 걸 느꼈다.

 이를테면 이과 지망자가 감소한 건 이과사상 쇠퇴에 원인이 있다느니 혹은 기술자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느니 하는 논의가 보인다. 이는 얼핏 그럴싸한 듯하지만 실제론 조금도 진상을 꿰뚫고 있지 못하다. 가령 그게 사실의 일면을 말하고 있다면 그건 되려 이 현상을 그런 눈으로만 보려 하는 인간이 지도 계급 안에 충만하다는 저주받은 시대에 죄가 있으리라.

 이과사상은 과학을 격려하기 위해서만 가져야 하는 게 아니다. 기술자의 미래가 어려운 건 출세주의의 기준으로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다.

 어떤 전문학교에서 신임 국어 교사가 첫 수업을 시작했다. 학생은 수업 시간 끝자락에 그 교사를 향해 말했다……

 "선생님, 훈화학은 스스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교실에선 좀 더 문학적인 강의를 해주세요."

 두 번째 시간, 교사는 수업을 하기 전에 선언했다.

 "너희의 주문은 알겠지만 갑자기 그런 강의는 못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마."

 세 번째 시간에는 단 둘 밖에 출석하지 않았다.

 시험 날에는 거의 모든 학생이 출석했다.

 "너희는 시험날에만 오고 평소엔 보지를 못 하는구나. 다른 과목도 그렇고 잘도 시험을 본다 싶어.

 그러자 한 학생이 대답했다.

 "저희가 빠지는 건 선생님 강의뿐인데요."

 이 이야기는 불쾌한 이야기다. 하지만 내게 이 이야기를 한 학생은 이번 봄방학에 사전을 찾아가며 영어 소설 한 권을 읽는 사람이라 말했다. 곤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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