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고전 번역928 '밝은 문학'에 관해 - 키시다 쿠니오 갑은 말한다――어두컴컴한 문학에도 조금 질렸어. 좀 더 밝은 게, 붉은색이든 푸른색이든 좀 더 밝은 문학이 필요해. 을이 답한다――인생은 어두우니까. 갑――밝은 부분도 있어. 을――그건 인생을 깊게 보지 않기 때문이야.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지. 고통 없는 인생은 유익하지 않아. 갑――기다려 봐. 밝은 곳도 깊게 보면 어둡다는 거지? 그럼 어두운 곳도 깊게 보면 밝을지 모르잖아.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하면 결국 어떻게 된다는 거야? 고통에 괴로워하며 사는 것 말곤 살아갈 수 없다는 거야? '인생의 행복'은 역시 '죽음'을 가리키고 있단 건가? 을――고통을 고통으로 받아들여 그 고통을 맛보는 게 희망을 향한 첫걸음이 되는 거지. 그곳에 인간적 노력에 의미를 부여하는 생활의 가치가 있는 거야. .. 2022. 9. 4. 오다 군 - 키시다 쿠니오 파리에서 오다 군과 헤어진 후 12년, 13년 가량이 지났다. 그는 그 후 남 프랑스의 고드란 해안가로 이주하여 그 땅에 눌러 앉게 된 듯하다. 파리에서 살 적엔 서로 빈곤했으나 그의 빈곤함은 이따금 나를 감탄하게 할 정도였다. 아오야마 쿠마지 군에게도 그런 점에 있은 있었다. 하지만 오다 군은 항상 신사다웠으며 방랑자의 비참함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는 굳은 의지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소박하고 단단한 혼을 가진 국제적 생활에 익숙한 한편으로 일본인의 긍지를 잃지 않았다. 서양인 앞에서 그만큼 당당히 행동하는 인간은 일본인 중에선 많지 않으리라. 본다. 무뚝뚝하다거나 오만한 법도 없이 그와 이야기하여 잰틀하다는 걸 느끼지 않는 서양인이 없을 정도이니 그야말로 진정으로 국제적 인물로서 우리의 마음을 강하게 .. 2022. 9. 4. 선동성만능 - 키시다 쿠니오 연극은 조금이나마 선동적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이 선동성 덕에 민중에게 받아들여지기 쉽다. 반면 또 한 편으론 극적미의 엄밀한 비판상으론 소위 '선동성'이란 걸 중요한 요소로 볼 수는 없다. 왜냐면 노골적인 선동에 올라타는 일반적인 감정은 대개 미적 감상과 무관계하며 생생한 자극으로 유독되는 평범하고 속된 심리적 동요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상을 이러한 흥분 상태에 빠트리는 가장 좋은 예시는 정치 연설 내지 미개인종의 종교적 의식을 보면 알 수 있다. 예로부터 한 시대의 인기를 모은 직업적 작가는 하나같이 논리적으로 도덕적으로 또 종교적으로 이러한 선동성을 그 작품 안에 담았으며 어느 때는 예술적 효과를 보조하는데 썼고 어느 때는 이로 예술적 효과를 대신했다. 하지만 가장 예술적 가치가 높은 소위 불.. 2022. 9. 2. 십 년의 발자취 - 키시다 쿠니오 문학좌의 역사는 이제 겨우 십 년이나 그런 성질의 극단 중에서 십 년의 역사를 지니는 건 보기 드문 부류에 속하리라 본다. 문학좌는 그 십 년 동안 무얼 했는가. 어떤 걸 남겼는가. 나는 직접 책임을 지는 지위서 비교적 일찍 내려왔으나 가장 주의 깊게 그 발자취를 지켜본 인간 중 한 명이다. 그런 사람으로서 단언할 수 있는 건 이 극단이야말로 갖은 악조건 속에서도 가장 올바른 연극의 길을 걸으며 이제까지의 일본 연극계가 도달하지 못했던 지점에 도달하여 그곳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무대에 추구하는 게 만들어질 법한 건강한 연기 기반을 두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어떤 상연이 획기적이었다느니, 이런 걸작은 처음으로 소개한다느니 말하자면 종래의 연극이 가진 긍지를 문학좌는 다른 극단에게 양보할지언정 젊은 극단으로서.. 2022. 9. 1. 강요된 감상 - 키시다 쿠니오 문학이 전문 분야라 생각하는 이유는 얼마든지 있으나 또 전문 분야가 아니라 생각하는 일면 또한 있으리라. 전문가만이 관심을 가지는 문학과 전문가는 관심이 없는 문학(?)이 확실히 구별되는 점에 우리나라 현대 문화의 특수성이 있다고 본다. 때문에 나는 오늘날에 일하면서 그런 고난을 수없이 느끼고 있다. 개개인의 문제는 잠시 제쳐두고 문학자들이 얼마나 먼 곳에서 세간을 바라보고 있는가. 또 세간은 문학자를 얼마나 '특이한 존재'로 다루는가. 이 점은 모두가 아는 듯 실제론 그리 신경 쓰지 않는 사실을 나는 신기하게 생각한다. 요즘 세상에 문단이란 별개의 특수한 국가나 다름없어서 세간에 통용되지 않는 풍습과 언어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를 따르거나 존중하지 않으면 전문가 자격을 잃게 되며 순문학은 이를 통해 심.. 2022. 8. 31. 카토 미치오의 죽음 - 키시다 쿠니오 또 작가 하나가 자살했다. 그런 감각으로 뉴스를 받은 사람이 꽤 되겠지 싶다. 나는 가까운 친구 중 한 명으로서 그가 죽음을 택한 이유를 정확히 알고 싶었다. 하지만 여러 사정을 종합해 생각해도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이유를 꼽는 건 불가능하단 결론에 이르렀다. 그가 소속된 문학좌에 보내진 유서에 '예술상의 막다른길'이란 이유가 또렷이 고백되어 있으나 그가 주관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는 게 우리에겐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객관적으로 수많은 지지자에게 둘러싸여 있고 다양한 플랜을 지니고 있었고 차근차근 그걸 실행으로 옮겼던 사람이니까. 그는 때때로 굉장히 펜이 느린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건 그의 야심이 그의 상상력을 압도하고 있었던 때이지 싶다. 그 처녀작 '나요타케'는 서구적 교양의 등불을 들고서.. 2022. 8. 30. 이전 1 ··· 46 47 48 49 50 51 52 ··· 155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