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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오다 군과 헤어진 후 12년, 13년 가량이 지났다. 그는 그 후 남 프랑스의 고드란 해안가로 이주하여 그 땅에 눌러 앉게 된 듯하다.
파리에서 살 적엔 서로 빈곤했으나 그의 빈곤함은 이따금 나를 감탄하게 할 정도였다. 아오야마 쿠마지 군에게도 그런 점에 있은 있었다. 하지만 오다 군은 항상 신사다웠으며 방랑자의 비참함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는 굳은 의지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소박하고 단단한 혼을 가진 국제적 생활에 익숙한 한편으로 일본인의 긍지를 잃지 않았다. 서양인 앞에서 그만큼 당당히 행동하는 인간은 일본인 중에선 많지 않으리라. 본다. 무뚝뚝하다거나 오만한 법도 없이 그와 이야기하여 잰틀하다는 걸 느끼지 않는 서양인이 없을 정도이니 그야말로 진정으로 국제적 인물로서 우리의 마음을 강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런 그가 화가로서 어떤 일을 해왔는가. 고국 사람들은 한 번쯤 보아야 한다.
재작년 같은 회랑에서 자그마한 개인전을 열었는데 돌봐야 하는 내가 익숙지 않아 선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상당한 성과를 이뤄낸 건 아마추어가 보기에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법한 솔직함과 건강함, 본격적인 미의 요소를 그의 그림이 갖추고 있기 때문이리라.
일본인의 생활 양식으론 왕왕 유화의 분위기에 익숙해지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신기하리만치 방에 가만히 걸려내는 모습을 보면 예술품에는 재료나 기술을 초월하는 어떤 정신이 존재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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