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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영화 아카데미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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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처음으로 이 문제를 꺼낸 건 1936년 가을의 일이었다. 그때는 주로 국가가 영화나 연극의 정치적 문화적 의의에 착안하여 민간에겐 비난받고 있는 현대 배우의 본격적 양성에 나서달란 뜻을 전했는데, 나의 이런 바람은 국가가 국비로 음악가나 미술가를 기르는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문제가 한 층 더 복잡해졌다. 소위 영화 국책이란 말도 만들어진 시대니 정부가 만약 이러한 사업에 영구적이며 근본적인 기획을 추구한다면 그건 단순히 배우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 기술적 연구, 인적 요소의 정비, 제작 기구 확립, 배급 방법 등의 고찰 등이 한데 두루 엉켜 문제로 다뤄지리라.

 나는 아직 이러한 제도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내놓을 자격이 없다. 생각해 볼 관심 정도야 충분히 있으나 아쉽게도 그럴 시간이 없으며 조사도 자료 수집도 어려운 사정이 있기에 즉석에서 떠오른 생각만을 글로 옮겼을 뿐이다.

 

 먼저 현재 국고에서 간략히 빼올 수 있는 예산 중 '영화에 관련된 사업비' 계산 합계 백만 엔을 어떤 통일 기관 손으로 보다 효율적이고 보다 경제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이를테면 내각 직속 영화국 같은 걸 신설한다. 혹은 이를 공관처럼 꾸미지 않고 이를테면 이학 연구소처럼 반관반민 연구 생산 기관으로 독립적 지위를 부여한다.

 이 기관은 적어도 아래의 조건을 구비해야만 한다.

 하나, 영화의 정치적 문화적 역할에 관한 연구.

 국책 선전 교화적 내용 선택, 일본 영화의 국제적 가치 및 국제성 확대 방침 등.

 둘, 기술 향상을 위한 연구.

 셋, 영화 기업 및 기술의 전문가 양성.

 인재의 해외 파견, 양성 기관의 설립 준비, 서양 기술가의 초빙 등.

 넷, 배우의 질적 개선과 기반적 교육.

 관립 대학 내지 전문학교에 준하는 교육 제도의 확립.

 다섯, 정부 각소의 연구에 응하는 영화 기획 제작. 특히 모범적 문화 영화의 생산.

 당분간 민간 소재를 픽업해 각기의 제작 플랜을 심는 것. 그걸 위한 전문 위원회 설립.

 이상의 조건은 조금씩 설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일은 아무리 떠들고 아무리 좋은 제안이 나와도 여차 마주할 적에 중심에 설 인물이 글러먹은 이상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게 어려운 건 물론이요 되려 세간의 신용을 잃을 수도 있다.

 늙은 정치인을 총재니 국장으로 세우는 건 신흥 예술을 위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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