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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선동성만능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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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은 조금이나마 선동적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이 선동성 덕에 민중에게 받아들여지기 쉽다. 반면 또 한 편으론 극적미의 엄밀한 비판상으론 소위 '선동성'이란 걸 중요한 요소로 볼 수는 없다. 왜냐면 노골적인 선동에 올라타는 일반적인 감정은 대개 미적 감상과 무관계하며 생생한 자극으로 유독되는 평범하고 속된 심리적 동요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상을 이러한 흥분 상태에 빠트리는 가장 좋은 예시는 정치 연설 내지 미개인종의 종교적 의식을 보면 알 수 있다.

 예로부터 한 시대의 인기를 모은 직업적 작가는 하나같이 논리적으로 도덕적으로 또 종교적으로 이러한 선동성을 그 작품 안에 담았으며 어느 때는 예술적 효과를 보조하는데 썼고 어느 때는 이로 예술적 효과를 대신했다. 하지만 가장 예술적 가치가 높은 소위 불후의 걸작이라 칭해지는 것 중에선 선동성이 눈에 띄는 작품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이 사실은 배우 연기면에서도 말할 수 있다. 어떤 배우는 어떤 배우를 연기해도 이 선동성을 통해 대중을 끌어낸다. 그 인물 자체의 성격이나 심리에 관계없이 배우 본인의 예술 혹은 '매력'이라 해도 좋을 것 안에 저절로 담기는 일종의 '리듬'은 이를 어떻게 할 수 없다. 또 이런 배우는 대부분 '타치야쿠' 중 하나가타가 많으며 일좌를 통솔하는 재능도 있어 인심 장악의 기술은 물론이요 기예상에서도 빛나는 일면을 지니고 있다.

 현대 일본에서 사례를 들면 구극에선 먼저 사단지와 사루노스케를 빼놓을 수 없으며 다른 방면에선 사와다 쇼지로가 대표적인 존재였다.

 서양에선 이탈리아에 이런 종류의 배우가 많으며 자코니를 빼놓을 수 없다. 또 프랑스에도 제법 적지 않아서 사라 베르나르를 시작으로 코크란 등도 이 부류에 속하리라. 미국 영화배우 중에선 더글라스가 대표이며 그 외에도 많다. 근래 우리 무대에서 활동을 시작한 하야카와 셋슈도 이 선동형 배우에 가깝다.

 배우는 희곡의 경우와 달리 이 경향이 꽤나 관대하게 다뤄져야 하나 단지 위험한 건 그들이 의외로 쉽사리 '민중의 우상'이 된다는 점에 있으며 그 결과 기량 이상의 인기를 얻어 자칫하면 선동으로만 가득 찬 무대를 보일지도 모른다는 데 있다. 그건 당연히 순수한 의미에서 연극이 타락하는 셈이며 이 풍조가 한 시대를 지배하게 되어서는 모든 극적 감정이 선동 일색으로 물들어 이윽고 '연극의 빈곤'을 유도하는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

 또 연극의 선동성은 복수 정신과 연결되어 강담이나 나니와부시에 가까운 무대가 전성을 이르게 되며 스트라이크 정신과 연결되어 좌익극 운동에 이용되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우나, 그 결과 봉건적 공산 사상 같은 괴상한 것이 민중을 현혹할지도 모르게 된다. 왜냐하면 배우의 선동성은 항상 영웅주의적 색채를 내뿜기 때문이다. 특히 유치한 배우 지망자가 대개 하나의 '성공몽상자'라는 점에서 이 방면의 영향도 막대하다.

 실제로 필자가 아는 청년 중 장래에 무대에 서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그 출발점도 지나 온 길도 그 도달한 이상도 모조리 사와쇼에게 배웠다 공언하였다. 또 현대의 젊은 배우 내지 배우 지망자 중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진 자가 의외로 많으리라 본다. 선동도 이쯤 되면 무서울 지경이다.

 여기서 문제는 선동성을 배제하여 대중극이 성립하느냐인데 그건 비교적 쉽지 않을 뿐으로 되려 앞으로는 그런 방면에서 이색적인 무대가 나타나지 않을까. 여기서도 관객과 배우, 작가의 '어떤 방향을 향한 노력'이 필요하리라.(193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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