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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928

어떤 친구에게 보내는 수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제까지 누구도 자살자 본인의 심리를 있는 그대로 적지는 않았어. 그건 자살자 본인의 자존심 혹은 스스로를 향한 심리적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일 테지. 나는 네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속에 이 심리를 확실히 전해 두고 싶어. 물론 내 자살 동기는 딱히 너에게 전하지 않을 거야. 레니에는 단편 속에 어떤 자살자를 묘사했지. 이 단편 주인공은 무엇 때문에 자살하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 해. 너는 신문의 삼면기사에서 생활난이니 병고, 혹은 정신적 고통 같은 여러 자살 동기를 발견할 거야. 하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그건 동기의 전부가 아냐. 그뿐 아니라 대부분엔 동기에 이르는 길 정도를 적어놓은 거뿐이야. 자살자는 대부분 레니에가 묘사한 것처럼 무엇 때문에 자살하는지 알지 못 할 테지. 그건 우리의 행위처럼 복잡한 .. 2022. 8. 17.
유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우리 인간은 한 사건 때문에 간단히 자살하지 않는다. 나는 과거 생활의 총결산 때문에 자살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큰 사건이었던 건 내가 스물아홉 살일 때에 히데 부인과 죄를 저지른 일이다. 나는 내가 저지른 죄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건 아니다. 단지 상대를 고르지 않았기에(히데 부인의 이기주의나 동물적 본능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내 생존에 불이익을 낳은 건 적잖이 후회하고 있다. 또 나와 연애 관계에 빠진 여성은 히데 부인만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서른 살 이후로 새로운 정인을 만든 적이 없었다. 이것도 도덕에 어긋나기에 만들지 않은 건 아니다. 단지 정인을 만드는 이해타산을 따졌기 때문이다.(하지만 연애를 느끼지 않은 건 결코 아니다. 나는 그때에 "고시비토", "소몬' 등의 서정시를 .. 2022. 8. 16.
문학 올림픽 - 개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 키시다 쿠니오 이번에 올림픽이 도쿄에서 열리면서 그 일부인 문학 올림픽을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단 이야기를 들었다. 이 문학 올림픽이란 게 기존 대회에선 어떤 결과가 나왔는가. 일본 신문은 도통 보도하는 법이 없고 세간도 그 사정을 모르나 나는 작년 우연히 베를린 대회를 앞에 두고 화가 H군에게 예술 올림픽에 일본 미술가와 음악가가 참가한단 이야기를 듣고 독일에서 나온 홍보물을 보아 그 예술 올림픽 안에 문학 부문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또 일본 당국이 왜 이를 세간에 공표하지 않는지 의아하기도 했다. 때문에 나는 곧장 그 규약을 당시 편집 담당을 맡고 있던 잡지 '문예간화회'에 실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나는 본래 도쿄 올림픽 유치 운동이 내키지 않았던 한 사람이나 기왕 한다면 무.. 2022. 8. 15.
'말하는 기술' 서장을 대신하여 - 키시다 쿠니오 실체가 또렷함에도 하나의 개념으로 규정되지 않고 따라서 그걸 가리킬 공통의 말이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는 수도 없이 셀 수 있다. 서유럽 문명의 도입은 우리에게 그 사실을 또렷이 일깨워주었다. 예술의 영역에서도 우리는 이따금 신조어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어떤 말도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 대다수는 서유럽 말의 번역이며 때문에 항상 남의 사상을 빌려왔다는 게 드러난다. 내가 과거에 프랑스로 가 현지에서 프랑스 연극이란 걸 배웠을 때 가장 곤란했던 건 전문어의 뜻을 개념으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것이 가리키는 실체를 정확히 포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더욱이 감개무량했던 건 이렇게 겨우 파악한 실체가 딱히 말만큼 특이한 게 아니라서, 단지 그게 하나의 엄격함을 가진 현실의 모습을 갖추고 있음만을 주목하.. 2022. 8. 14.
가장 뛰어난 체계를 갖춘 근대극 총서 - 키시다 쿠니오 문예작품의 가치를 공리적 관점에서 논하는 건 내 취미에 맞지 않는다. 띠라서 근대극을 읽는 게 얼마나 이로운 일인지는 정말로 문학을 사랑하는 자만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내가 신뢰하는 하세가와 미노키치 군의 손에 '근대극 전집'이 간행되는 지금, 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싶다. 하나,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 새로운 희곡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물론이요 비교적 희곡과 가깝지 않은 사람도 부디 이 전집을 읽어 "이게 희곡의 재미구나"하는 "재미"를 발견하여 문학 감상의 눈을 넓혔으면 한다. 하나, 오늘까지 일본에 소개된 해외 희곡은 주로 번역가 개인의 취미를 기준으로 선택되었다. 그 결과 당연히 소개되어야 함에도 아직 소개되지 않은 작가 및 작품이 다수 전재했다. 때문에 이번엔 각국 문.. 2022. 8. 13.
'만주 문학 선집' 선자의 말 - 키시다 쿠니오 만주에 문학이 생기려 하고 있다. 대다수는 만주에 문학을 만드려는 사람들의 손을 통해서. 나는 작년 만주 곳곳을 걸으며 그곳에 새로운 나라가 새워지고 몇몇 민족의 전혀 다른 전통과 생활 속에 만인에 공통되는 역사가 호흡하는 걸 느꼈다. 이것이 이윽고 민족의 특수성을 넘어 허투루 볼 수 없는 국민적 의식의 형태를 갖춘다면 전례 없는 정신의 한 형태를 보여주리라는 기대도 품곤 했다. 몇 개의 언어로 적힌 이러한 작품도 어쩌면 아직 일본 문학이며 중국 문학이자 러시아 문학일지 모른다. 하지만 문학을 기르는 환경과 시대의 영향은 작가가 의식 여부에 무관하게 그 사고와 감성 위에 또렷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나는 만주 문학이 젊으면 젊을 수록 큰 희망을 품고 있다. 왜냐면 진짜 전통이란 건 항상 늙지 않는다 믿기.. 2022.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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