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고전 번역928 쉬아레스의 '세 사람'(미야자키 미네오역) - 키시다 쿠니오 나는 과거에 쉬아레스를 알기 위해 또 동시에 '프랑스 사람이 본 입센'을 확인하기 위해 이 'Trois Hommes'를 읽었다. 근대극의 시조란 이름으로 또 깊이 있는 사상극 작가란 이름으로 이 북유럽의 천재를 보던 내 눈앞엔 곧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민족의 꿈과 고질병을 짊어지고 심지어는 이에 맞서는 거친 고독의 혼이었다. 우리가 단순히 '입센적이다'하고 생각하는 것 중엔 실제론 되려 '노르웨이적'이라 해야 마땅할 기후가 감돌고 있음을 처음으로 확인하고 이 거대한 정신을 새로 이해하기 위한 열쇠를 받은 것처럼만 느껴졌다. 이 발견은 더욱이 파스칼 및 도스토옙스키의 글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나는 이 '세 사람' 덕에 다양한 감동과 즐거움을 맛보았는데 무엇보다 큰 이익이었던 건 입센이 노르웨이 사람.. 2022. 8. 12. '월, 수, 금' 후기 - 키시다 쿠니오 졸업 작품의 채점을 명받을 때 가장 곤란한 건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이다. 또 내가 준 점수의 숫자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제삼자가 이해할 수 있느냐라는 점도 있다. 단지 학교 성적이란 대개 그런 모양이지 않은가. 딱히 어렵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본인에게 실질적인 피해만 없다면 내 뜻대로 해도 되겠지 하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 작품집을 만들면서 우리반에서 오오키, 하치야 두 명의 작품을 고른 것도 두 학생의 명성(?)보다도 되려 다른 학생들을 고려한 결과라고 단언할 수 있다. 요컨대 오오키, 하치야 두 사람은 앞으로 이 이상의 걸 써낼 수 있으나 다른 학생들은 지금 세간에 발표하기엔 너무 이르지 않냐는 뜻이다. 애당초 누가 아무리 애를 써도 작가나 평론가를 육성하는 기관이란 말이 되지 않는다 생각한다.. 2022. 8. 10. 후일담 - 키시다 쿠니오 내가 분게이슌쥬샤 특파원으로서 북지에 간 건 작년 시월이었다. 왕복 이동을 포함해 고작해야 삼 주라는 짧은 여행이었으나 다시 경한선 방면은 창덕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이라서 낭자관이 아직 함락되지 않았고 보정, 정현 부근에는 패잔병이 빈번히 출몰해 방심할 수 없을 때였다. 석가장에서 옛 친구인 비행부대장을 찾은 건 "북지물정"에도 적었으나 그 후 대령에게 편지가 왔는데 안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부하가 보여줘서 분게이슌쥬를 읽었어. 자잘한 부분까지 기억하는 게 대단하더군. 그때 지팡이를 두고 가지 않았나? 아마 자네일 거란 생각에 본부에 보관하고 있는데 보내는 것도 성가시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 듣고 보니 출발할 적에 등산용으로 끝이 뾰족한 회색 지팡이를 사서 군도 대신에 차고 다녔던.. 2022. 8. 9. 연습곡 - 키시다 쿠니오 ――나는 이렇게 구름을 보고 있지. 너는 그렇게 신문을 보고 있고. 그 애가 오면 누구에게 먼저 말을 걸까? ――스물다섯, 여고 졸업, 애교 풍부, 불행히 준비는 되어 있지 않고, 직업은 바라지 않으며 온정을 풀어 줄 사람을 찾고 있다. ――저 신발 소리는 꽤 침착한걸. 너 커피 마실 거야? ――마실래. 신용 및 상품 지참, 재산과 증인 불필요, 할부도 가능. ――야, 왔어……。 ――오래 기다리셨나요……? ――XX코 씨, 저는 지금 저 하늘서 당신의 그림자가 비치지 않을까 하고…… ――좀……이상하네요. 보지도 않고…… 뭐 재미난 거라도 실려 있나요? 2022. 8. 8. 희곡시대 가다 - 키시다 쿠니오 내가 과거에 '희곡 시대'란 말을 정의 내린 것에 따르면 '잡지 창작란이 어제까지는 소설로 채워져 있었던 반면, 읽을거리로서의 희곡이 꽤나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게 된 오늘날의 상황'인 듯한데 그런 상황도 작년 중반쯤부터 또 움직이기 시작한 듯하다. 찾아보지 않아 확실히는 말하지 못하나 어찌 됐든 2월 호 잡지에는 구색 맞추기 같은 희곡은 한 편도 실려 있지 않다. 이는 물론 우연이나 이런 경향은 확실히 주목할만하다. 본래 희곡 작가는 그 제작 동기면에서 소설가와 경향이 살짝 달라서 어떻게 무대에 올릴까 하는 생각 없이 써진 소설이라도 이 창작적 노력은 상연이 아니고선 보답받지 못하는 성질을 지닌다. 그와 동시에 소설가가 끝없이 사상과 생활에서 직접 그 소재와 영감을 받고 그걸 통해 제작 동기를 유발 받는.. 2022. 8. 7. 극도구제 - 키시다 쿠니오 현재 우리 극단에서 연극의 독립성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건 겨우 가부키극뿐이다. 비할 바 없는 전통의 아름다움은 어떤 침략도 용납하지 않고 또 어떤 힘도 빌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시대와 함께 추이하는 연극――희곡 중심의 연극――소위 신파 이후의 연극은 어떠한가. 이는 아직 연극으로서의 독립성을 얻지 못했다. 어쩌다 두세 명의 사람 손에 시도된 '신극 운동'은 그 독립성을 목표로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란히 실패로 끝나 버렸다. 그동안에는 물론 약간의 기록적 상연도 있었으나 대다수는 우연의 축복을 받은 일시적인 승리일 뿐이었다. 이렇게 신시대의 연극은 연극 자체의 매력만으론 관중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연극으로서의 독립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뜻이다. 신파의 쇠퇴, 신극의 미진 모두 이.. 2022. 8. 6. 이전 1 ··· 50 51 52 53 54 55 56 ··· 155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