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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신문 소설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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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 소설에는 거의 경험이 없다 해도 좋습니다. 따라서 스스로 어떤 야심을 가진 적도 없습니다만 저만의 문제로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신문 소설을 써보고 싶단 관심이 있고 쓰는데 형식상으로나 내용상으로나 스스로만 만족할 게 아니라 굉장히 넓은 범위의 독자에게 충분한 재미를 주고 싶단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넓은 독자층에게 호소할 수 있는 소설이란 결국 현대 사회를 작가라는 특수한 입장으로 보아 어느 정도 비판을 가하는 것이어만 하겠지요. 애당초 신문 독자란 다른 잡지 독자와 달리 어떤 층을 품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봅니다. 신문 종류에 따라 조금이나마 구별도 갑니다마는 더욱이 그 신문 독자 중에서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매일 다음 내용을 읽고 있는가 하면 사실상 현재의 상업 극장의 관객 이상으로 다종다양하며 한 마디로 말하자면 한 작품이 어떤 독자에겐 굉장히 재밌는 한편으로 어떤 독자에겐 굉장히 지루하리란 결과가 명백하고 필연적으로 일어나리라 봅니다. 그리고 그런 다양한 교양, 취향, 사상을 배경에 둔 독자가 고루 좋아할 작품이 과연 한 작가의 손에서 만들어질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 무엇보다 앞서지만, 그럼에도 하나의 신문 연재소설을 맡게 된 책임상 말하자면 제 독자를 소수의 범위로 한정 짓는 일은 절대로 불가능하겠지요.

 그러니 먼저 사례를 하나 꼽자면 현재 저널리즘의 표면에서 유행하는 경향은 실제로 우리 주위의 견고한, 적어도 자신의 생활을 지닌 가정 내지 개인에게선 거의 관심을 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게 들어가지 않으면 신문소설이 아니라는 편견이 일부 사회에 심어진 게 굉장히 유감입니다.

 누구라도 꼽을 수 있는 사례지만 야마모토 유조 씨가 '아사히'에 쓴 소설은 아마 이런 점에서 신문 그 자체, 젊은 작가들 및 일반 독자에게 좋은 반성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다 해서 신문 소설이란 이런 것이라고 단언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것도 이상에 가까운 형태지만 한 층 더 형태가 달라져 다른 색채를 지닌 연재소설이 태어나는 것도 바라고 있습니다. 그건 예를 들면 지금 제가 번역하고 있는 쥘 르나르의 '홍당무' 같은 것도 신문 연재에 걸맞으리라 봅니다.

 혹은 또 나츠메 소세키의 '고양이' 같은 것이 한 번 더 나와도 괜찮지 않을까요. 소세키 하니 생각났는데 소세키의 소설은 신문 소설 중에서도 꽤나 용의주도하다 보시진 않는지요. 그게 소위 대중까지는 못 가더라도 의외로 많은 애독자를 두고 있다는 건 작품 내용이 고급지단 차원을 넘어 그 실질적 레벨이 이런 결과를 냈다는 아름다운 사례 중 하나라 봅니다.

 또 신문 소설의 반향이니 평가 따위를 접하며 신경 쓰이는 건 이 반향이나 평가가 굉장히 도움이 되지 않는단 점입니다. 가령 소위 사내 평가란 게 있습니다. 또 친구간의 평가란 게 있습니다. 더욱이 또 문단의 반향이란 게 있습니다. 그 외엔 역시 독자의 반향이죠. 작가는 이 여러 평가나 반향을 신경 쓰며 매일 같이 괴로운 일을 거듭하고 있는데 과연 어떤 평가를 믿고 어떤 반향을 올바르다 봐야 하는 걸까요. 상황에 따라서는 정반대일 때도 있습니다. 특히 현저한 건 좋네 나쁘네 하는 평가가 작품의 아주 일부분, 단 한 면에 향한 말에 지나지 않으며 그게 무책임하게 이리저리 전달된다는 점입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독자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듯한 신문사 투서도 결코 독자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게 아니라 그중 극히 편중된 일부, 극단적으로 말하면 속 편한 제삼자의 목소리라 합니다. 이런 걸 하나하나 신경 쓰는 작가도 없을 테지만 만에 하나 그런 단편적인 투서 평가를 표준 삼아 신문 소설의 경향이 결정되는 것이라면 정말로 한탄스러운 일입니다.

 만약 제가 신문 소설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가장 궁금한 건 신문사 쪽에서 소설의 형태를 정해주냐는 점이겠군요. 저는 아직 스스로의 힘으로 그 형태를 박살 내면서도 대다수의 독자에게 만족스러운 작품이 될만한 작품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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