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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프랑스의 현대 희곡 중 처음으로 접한 게 이 '횃불지기'였다.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나는 이를 지금의 교토 대학교수 D 박사 앞에서 머뭇머뭇 번역했다. 물론 가르침을 받기 위함이었다.
그 후, 파리에서 이 희곡이 코메디 프랑세즈에서 상연목록에 오른 걸 알고 일부러 보러 갔다. 그리고 새로운 감동을 받았다. 새롭다는 말뜻은 당시 파리의 연극 혁신파는 엘비유란 이름을 돌아보지 않았고 나 또한 시대가 달라졌다며 일찍부터 이 '신고전주의' 작가의 작품을 가방 밑바닥에 넣어두었을 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횃불지기'의 무대는 재밌었다. 게다가 내가 프랑스에서 본 연극 중에서 이렇게 관객이 훌쩍훌쩍 우는 연극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게 프랑스의 가장 '건전한 관객'이다.
엘비유의 명성은 물론 이 '횃불지기' 덕에 오른 것인데 첫 공연 당시, 여주인공 사빈을 연기한 레잔 부인은 당대 굴지의 명배우였다. 지금은 우리나라 무대에 올릴 의의를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문학좌의 새로운 기획 스텝의 양심과 포부를 믿고 나는 단지 역자로서 소개의 말을 덧붙이는데 그치도록 하겠다.
"횃불지기"는 연극사적으로 말하자면 프랑스 19세기 말의 퇴폐적 자연주의 무대의 범람 속에서 로스탱의 '시라노'와 함께 강한 이상주의의 깃발을 내건 채 당당히 태어난 획기적 작품이다. 아카데믹하다 말하면 이만큼 아카데믹한 작품도 없으나 그게 또 시대가 시대인 만큼 신선하며 엄숙한 감명을 주는 좋은 본보기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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