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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동지 사람들'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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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요즘 들어 연극은 어디가 재밌는 건가 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조금씩 그걸 알게 된 거 같았다. 그런 차에 존경하는 벗 야마모토 유조 씨가 근래 쓴 희곡집 '동지 사람들'의 은혜를 받았다. 곧장 그중 어떤 작품을 다시 읽어 보았다.

 야마모토 유조 씨에겐 굉장히 실례되는 일이나 내 희곡론 설명을 위해 작품 하나를 빌리려 한다. 그건 야마모토 씨의 첫 번째 희곡집인 '젖먹이 죽이기'에 수록된 작품부터 이번 '동지 사람들'에 수록된 작품으로 옮겨 오면서 어떤 현저한 변화가 발견되고 이 변화가 내 희곡론을 뒷받침하기에 극히 편리한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발표 순서를 도렷이 기억하는 건 첫 번째 희곡집 작품의 대부분은 두 번째 희곡집의 작품들보다 전기에 속한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한 마디로 하자면 전기 작품은 주제로 소위 '극적 상황'이 선택되어 있으며 후기 작품은 적어도 표면적으론 '파란이 적은 장면'이 선택되어 있다. '동지 사람들'과 '지만연기'는 별개더라도 '우미히코야마히코', '본존', '쿠마가야렌세이보', '여종의 병' 모두가 해당된다. 물론 내면적으론 어떤 '심리의 움직임'이 있으나 이는 소설에서도 많이 보는 '심리의 움직임'이다. 작가는 요컨대 외면적 '극드라마'에서 내면적 '극'에 발을 들인 셈이다.

 이 내면적 '극드라마'란 것도 앞서 말한 것처럼 '우미히코야마히코', '여종의 병' 정도의 '극드라마'라면 딱히 이를 '극적 상황'이라 부를 필요는 없다. 따라서 나는 '우미히코야마히코'를 작가의 걸작이라 생각한다. '여종의 병'은 아마 이의 뒤를 따르리라. 물론 '동지 사람들', '지만연기'도 재밌기는 하지만 작가의 '가장 뛰어난 것'을 꼽는다면 앞서 말한 두 작품이 나오리라 믿고 있다.

 여기서 나는 이 사실을 나의 약간 독단적인 희곡론과 연결 짓는다.

 소위 '극적(드라마틱)'이란 말은 예술로서 희곡을 평가할 때 어떠한 기준을 제시하는 게 아니다. 예술로서 뛰어난 희곡은 주제로서 소위 '극적 상황'을 택할 필요는 조금도 없으며 그 이외에 좀 더 본질적인 '극적미'가 있을 터이다. 이는 아마 희곡의 근대적 진화가 가장 자랑해야 할 발견이지 않을까 싶다.

 희곡의 주제가 소위 '극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소설 주제가 소위 '소설적'이어야만 한다는 시대의 인습적 관념에 해당하며 희곡이 희곡인 이유는 어디까지나 그 바깥에 존재한다. 결론을 서두르자면 희곡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이란 인생의 진리를 이야기하는 뜨거운 혼이 가장 묻어나는 목소리와 모습, 가장 운율적인 움직임(울림이라 해도 좋다) 안에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대사'와 '동작'의 가장 직접적이고 가장 암시적인 표현. 거기서만 만들어지는 심리적 시적미 속에 있다 해야 하지 않을까.

 야마모토 유조 씨의 근래 작업은 이 점에서 굉장히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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