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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티롤의 가을' 그 이후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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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희곡의 처녀 상연은 '티롤의 가을'입니다.

 재재작년 9월, 연극 신조에 제 두 번째 작품 '티롤의 가을'이 발표되자 얼마 되지 않아 신극 협회의 하타나카 군이 찾아와 그걸 상연하고 싶다 말했습니다.

 스텔라역은 이자와 군이 맡아줬습니다. 이자와 군은 몇 년 전의 첫 무대를 본 게 전부였는데 그 침착한 자세나 동작도 그렇고 생기가 도는 목소리도 그렇고 충분하지 싶었습니다.

 아마노는 고하시 군이나 이시카와 군이 맡게 되었습니다. 어느 쪽도 모르는 배우였지만 뭐 맡겨보기로 했습니다.

 연습이 시작되었지만 저는 입원하게 되어 제 작품을 자주 읽어준 친구 타츠노 유카타 군에게 한두 번 연습을 봐달라 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날 수 있게 되었기에 저도 연습에 참여했습니다.

 그때는 아마노 역은 이시카와 군으로 정해졌습니다. 너무 유약한 아마노구나 싶었습니다.

 엘리자는 지금의 마츠이 쥰코 씨, 가련한 티롤 소녀가 되었습니다.

 

 첫날의 막이 올랐습니다.

 저는 실제로 땀을 흘렸습니다. 도무지 관객석에 앉을 수가 없었습니다. 흡연실에 들어가 머리를 부여잡곤 나는 왜 이런 걸 무대에 올리게 한 걸까 하고 발을 굴렀습니다. 무대에선 대사가 띄엄띄엄 들려옵니다. 어서 막이 내리면 좋을 텐데…… 그래, 관객석에서 이런 연극은 그만해라! 하고 소리치자. 하지만 그런 짓을 하면 더 부끄럽지 않을까. 저는 남이 제 얼굴을 보는 것마저 견딜 수가 없어서 조용히 대기실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또 배우를 만나면 어떻게 인사해야 할까요. 이자와 군이 무대를 마치고 저를 향해 걸어옵니다. 이시카와 군이 화장을 지우며 제게 무어라 이야기합니다. 너는 이런 곳에 있을 인간이 아니다――누군가가 그렇게 말하는 거 같아 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제국 호텔의 그 건물이 맑은 밤하늘 아래에서 큰 입을 벌리고 있었습니다.

 

 이 추억은 제게는 결코 유쾌한 추억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와 연극의 지긋한 인연은 이때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테죠. 왜냐면 저는 이때부터 연극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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