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고전 번역928 타키타 테츠타로 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타키타 군은 항상 뚱뚱했다. 그뿐 아니라 항상 얼굴이 붉었다. 나츠메 선생님은 타키타 군을 킨타로라 불렀다. 하지만 그 얇은 눈은 되려 키쿠지도와 쏙 닮아 있었다. 나는 대학 재학 중에 타키타 군과 처음 만나 이래저래 십 년 가량 친밀하게 어울렸다. 타키타 군에게 복어회를 대접받았다가 호된 위경련을 겪은 적이 있다. 또 운페이를 논한 후, 난죽 한 폭을 받은 적도 있다. 갖은 편집자 중에서 나와 가장 친근하게 지낸 건 타키타 군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어찌 된 영문인지 아직도 타키타 군과 찻집 한 번 간 적이 없었다. 타키타 군은 아마 나 따위는 대화할 상대가 못 된다 생각하는 것이리라. 타키타 군은 열성적인 편집자였다. 특히 작가를 선동해 소설이나 희곡을 쓰게 하는데 독특하고 묘한 기술을 지니고 있었.. 2021. 3. 10. 쿠메 마사오 ――쿠메 마사오의 문체를 빌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새로운 시대의 낭만주의자(로맨티스트)는 삼정 마사오 쿠메오이다. "눈물은 이지의 여명이요, 감정의 등불이다." 그렇게 노래하는 쿠메, 진백초화의 청량함을 지녔음에도 좋은 사람의 면모를 잊지 않는 쿠메, 화장기가 또렷한 기생이 붙임성 좋게 굴을 권할 때마저 "부르지 않는 손님"의 한탄을 하는 쿠메――그런 다정다감한 쿠메의 사랑스러운 점은 누구나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특히 어떤 슬픔도 스스로 견디는 애처로우면서도 용맹한 쿠메 마사오를 더할 나위 없이 기특하다. 이 쿠메는 더 이상 약하지 않다. 그리고 그 작지만 눈부신 쓴웃음에는 본래의 소질에 단련이 더해진 위대한 재능인의 기세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배반낭자杯盤狼藉한 가운데에도 느긋한 태도는 어쩐지 얄미울 정도이다. 항상 인생을 장밋빛으로 물.. 2021. 3. 9. 결혼난 및 연애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여러분은 젤라이드 이야기를 아시나요? 젤라이드는 아름다운 왕녀입니다. 문헌에 따르면 납석만 같고, 다리는 상아만 같고, 배꼽은 조개가 품은 진주만 같고, 배는 설화석고 점토만 같고, 유방은 백합 꽃다발만 같고, 목덜미는 백조만 같고, 머릿결은 향초만 같으며, 눈은 궁전의 연못만 같고, 코는 성문의 망루만 같았다고 합니다. 분명 만 명에 한 명 있을 미인이겠지요. 이 젤라이드도 나이를 먹으면서 당연히 누군가 상대를 정해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일본이었다면 친척이니 지인이니 여학교 교장같이 도움 안 되는 인물에게 중배를 부탁했겠지요. 혹은 서양이었다면 어머니나 언니가 참모를 맡아, 미래의 남편을 붙잡을 책략을 세웠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젤라이드는 왕녀였던 데다가 굉장히 똑똑하게 태어났기에 제 눈높이에 맞.. 2021. 3. 8. 에구치 칸 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에구치는 결코 소위 쾌남아가 아니다. 좀 더 복잡하고 좀 더 음험하게 풍부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애증을 움직이는 법 또한 진지하면서도 병적인 집착을 품고 있다. 에구치 본인이 불쾌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근대적이란 말로 형용해도 좋다. 어찌 되었든 증오할 때에도 사랑할 때에도 모종의 박정함 따위가 반드시 에구치의 감정을 뜨겁게 하고 있다. 철이 달궈질 때에 흑열이라는 상태가 있다. 겉보기에는 검지만 손이 닿으면 곧장 그 손을 달궈버린다. 에구치의 성격이 이와 닮았다. 반복해 말하지만 결코 단순한 철 같은 쾌남아 따위엔 속하지 않는다. 또 에구치의 머리는 비평가보다는 창작가에 어울린다. 의논을 하더라도 논리보다는 직관으로 밀어붙이는 타입이다. 때문에 에구치의 비평은 이따금 탈선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건 대개.. 2021. 3. 7. 공작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건 이본異本 '이소보모노가타리'의 한 장이다. 이 책은 아직 아무도 알지 못 한다. "어떤 까마귀가 한 사람을 기만하여 공작의 날개를 찾아내 여기저기에 두르고는 다른 새를 크게 깔보며 제보다 대단할 자 없다는 양 돌아다니니, 다른 까마귀가 생각하길 '진짜 공작도 아닌 주제에 왜 저렇게 건방져'하고 둘러싸고는 한참을 두들겨주었다. 그러자 날개가 뽑히고 다리가 부러져 이윽고 목숨을 잃었다." "그 후, 진짜 공작이 오자 다른 새들은 이 역시 까마귀인 줄 알고 때리고 걷어 차 죽여버렸다. 새가 말하가리를 '진짜 공작과 만나면 얼마든지 예의를 다 할 수 있을 것을. 왜 세상에는 이리도 가짜 공작이 많은지'." "사실――천하의 사람들은 다 바보 투성이다. 재능과 그렇지 못 한 걸 구분하지도 못 해." 2021. 3. 6. 잊을 수 없는 인상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카호에 관해 쓰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카호는 고등학교 시절에 친구와 둘이서 아카기산과 메우기산에 오르는 김에 잠깐 하룻밤 머문 게 고작이다. 때문에 보기 좋게 써줄 수가 없다. 애당초 어떤 마을이고 어떤 탕이었는지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단지 산에 무성한 어린잎 사이를 전차로 오른 건 희미하게 나마 기억하고 있다. 또 아무개 숙소에 머물렀더니 옆방에 그럴싸한 신사가 머무르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온천을 어지간히 좋아하는지 아침부터 하루에 여섯 번이나 목욕에 어울려야 했다. 그랬더니 배 밑바닥부터 노곤해져 걷는 것마저 힘들어졌다. 그렇다고 지쳐서 한가하게 숙소에만 앉아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날 저녁 그 신사와 셋이서 타카자키의 정류장까지 내려갔다. 단지 막상 내려와 보니 내 지갑에는 우에노까지.. 2021. 3. 5. 이전 1 ··· 137 138 139 140 141 142 143 ··· 155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