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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928

짝사랑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여름날 오후, 같은 대학을 나온 친한 친구 하나와 케이힌 전철 안에서 만나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요전 번에 회사 용무로 Y에 갔을 때의 일이야. 그쪽에서 연회를 열어서 나를 초대해준 적이 있어. 뭐 Y니까 토코노마에는 돌로 된 노기 대장의 카케모노가 걸려 있고, 그 앞에 조화 작약속이 놓여 있었지. 저녁부터 비가 내려서 머릿수도 의외로 많지 않아서 생각보다는 마음이 편하더라고. 더군다나 2층에서도 연회가 있었는데 이쪽도 다행히 그 주변과 어울리지 않게 소란을 떨지 않더라고. 그런데 말야, 술 따르는 사람 중에―― 너도 알지? 우리가 옛날에 자주 마시러 간 U의 여종 중에 오토쿠란 여자가 있었잖아. 코가 낮고 이마가 또렷한, 그중에선 좀 어린애 같았던 애. 그 녀석이 그 안에 있더라고. 접.. 2021. 2. 27.
달려라 메로스 - 다자이 오사무 메로스는 격노했다. 기필코 저 포악하기 짝이 없는 왕을 없애겠다고 결의했다. 메로스는 정치를 알지 못한다. 메로스는 마을의 양치기에 지나지 않으니까. 피리를 불며 양과 놀며 지내왔다. 그럼에도 사악한 것에는 다른 사람보다 더욱 민감하였다. 오늘, 메로스는 날이 채 밝지도 않았을 때 마을을 나서 들판을 넘고 산을 넘어 십 리는 족히 떨어진 이 시라크스시까지 찾아왔다. 메로스에게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다. 아내도 없다. 열여섯 먹은 소심한 여동생과 함께 집을 썼다. 이 동생은, 가까운 시일 내로 마을의 한 기특한 양치기 청년에게 시집을 가기로 하였다. 결혼식도 얼마 남지 않았다. 때문에 메로스는 신부 복장이나 결혼식을 위한 잔치 거리를 사러 이 먼 도시까지 나온 것이었다. 바로 그 물품들을 갖추고는 도시의.. 2021. 2. 26.
주문이 많은 요리점 - 미야자와 겐지 두 젊은 신사는 영국 병대 차림을 하고서는 반짝거리는 철포를 짊어지고 있었습니다. 옆에는 하얀 곰 같은 두 마리 개를 이끌면서,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꽤나 깊은 산속을 이런 말을 나누면서 걷고 있었습니다. "원래 이런 산은 올 게 못 돼. 새도 동물도 한 마리 없단 말이지. 뭐라도 좋으니까 빨리 탕탕하고 쏴보고 싶은걸." "노루의 노란 옆구리 같은 데에 두 세발 먹여주면 꽤나 통쾌할 텐데." 꽤나 깊은 산속이었습니다. 안내하던 전문 사냥꾼도 조금 갈팡질팡하여 사라질 정도의 산속이었습니다. 거기다 산이 너무 험해서 백곰 같은 개들이 두 마리 동시에 현기증을 일으켜 잠시 입을 다물고는 거품을 물고 죽어버렸습니다. "나는 2400엔 손해야." 한 신사가 개의 눈을 뒤집어 보며 말했습니다. "나는 2800엔.".. 2021. 2. 26.
은하철도의 밤 - 미야자와 겐지 1. 오후의 수업 "그럼 여러분은 이런 식으로 강이나 젖의 줄기로 불리는 이 희미하고 하얀 게 실제로는 무엇인지 알고 계시나요?" 선생님은 칠판에 걸어 둔 커다란 별자리판을 위에서 아래로 하얗게 물들은 은하대 같은 곳을 가리키며 모두에게 물었습니다. 캄파넬라가 손을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네다섯 명이 손을 들었습니다. 조반니도 손을 들으려다 황급히 거두었습니다. 선생님이 가리킨 것이 전부 별이라는 건 언젠가 잡지에서 읽었습니다만, 요즘 들어 교실에서도 매일 같이 자는 통에 책을 읽을 여유도, 읽을 책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 탓인지 어쩐지 어떤 것이나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걸 놓치지 않았습니다. "조반니는 뭔지 알고 있지?" 조반니는 기세 좋게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막상 일어.. 2021. 2. 26.
거미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날의 일입니다. 석가모니께서는 극락의 연못을 혼자 어슬렁어슬렁 걷고 계셨습니다. 못에 핀 연꽃은 모두 옥구슬처럼 하얬고, 그 한가운데에 있는 금색의 꽃술에서는 말로는 다 못 할 좋은 향기가 끊임없이 퍼져 주위를 가득 매웠습니다. 극락은 마침 아침이었던 것입니다. 이윽고 석가모니께서는 그 연못가에 서셔서는 수면을 뒤덮은 연꽃잎 사이로 아래쪽을 내려다보셨습니다. 극락의 연못 아래에는 마침 지옥의 밑바닥이 있어, 수정처럼 투명하게 비치는 수면을 통해 삼도천이나 바늘산의 풍경이 마치 망원경처럼 또렷하게 보였던 것입니다. 그러니 그 지옥 밑바닥에서 칸다타라는 남자가 다른 죄인들과 함께 꿈틀거리는 것이 석가모니의 눈에 들었습니다. 이 칸다타라는 남자는 사람을 죽이고 집에 불을 지르는 등 갖은 나쁜 짓을 하여 .. 2021. 2. 26.
코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케노오에서 젠치 나이구의 코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길이는 5, 6척이이요, 윗 입술에서 턱 아래까지 뻗었다. 뿌리부터 끝까지 같은 두께로 굵었다. 말하자면 얇고 긴 소시지 따위를 얼굴 한가운데 데롱데롱 걸어둔 꼴이다. 쉰을 넘은 나이구는 수도승일 적부터 내동장공봉 자리에 오른 지금까지 내심 이 코로 고심을 해왔다. 물론 겉으로는 그리 신경 쓰지 않는 체를 해왔다. 본래 내세의 정토에 임해야 할 승려가 코를 걱정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탓만은 아니었다. 되려 자신이 코를 신경 쓴단 사실이 남에게 알려지는 게 싫었다. 나이구는 일상 대화 속에서 코의 이야기가 오가는 걸 무엇보다도 두려워 했다. 나이구가 코를 불편해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하나는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코가 길어 불편했던 것이다... 2021.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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