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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928

유령 - 에도가와 란포 "츠지도 녀석. 끝내 죽어버렸습니다." 심복이 살짝 의기양양한 얼굴로 그렇게 보고했을 때, 히라타는 적지 않게 놀랐다. 물론 츠지도가 꽤나 오랫동안 병으로 마룻바닥 신세를 지고 있다는 이야기야 줄곧 들어왔다. 하지만 그렇게나 집요하게 자신을 노리며 복수(제멋대로 그렇게 떠들고 있다)를 평생의 목적으로 살아온 그 남자가, "녀석의 배때기에 이 단도를 꽂기 전까지는 절대 못 죽는다"는 말을 입버릇 삼아 온 그 츠지도가 그 목적을 이루지 못 하고 죽어버렸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인가?" 히라타는 그만 심복에게 그렇게 되물었다. "사실이고 자시고 지금 막 녀석의 장례식이 시작되는 꼴을 보고 온 참입니다. 혹시 몰라 이웃들에게 확인도 해봤는데 역시 틀림없었어요. 아들 놈이랑 둘이 사는 와중에 아.. 2021. 2. 27.
쿠로테구미 下. 숨겨진 사실 - 에도가와 란포 "자네, 아무리 "쿠로테구미"와 나눈 약속이라도 나한테만은 이야기해줄 거지?" 저는 큰아버지 댁을 나오자마자 아케치에게 물었습니다. "그럼 물론이지." 그는 의외로 간단히 받아들여주었습니다. "그럼 커피라도 마시며 느긋이 이야기할까?" 그렇게 저희는 카페에 들어가 안쪽 테이블을 골라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번 사건은 발자국이 없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했지." 커피를 주문한 아케치는 그렇게 탐정담의 운을 뗐습니다. "발자국이 없다는 사실에는 적어도 여섯 개의 가능성이 있지. 하나, 자네의 큰아버지나 형사가 도적의 발자국을 놓쳤다는 해석. 도적은 동물이나 새의 발자국으로 우리의 눈을 속일 수 있으니 말이야. 둘, 이건 조금 비약적인 상상일지도 모르지만 도적이 무언가에 매달리거나 줄타기를 하는 등, 발자국이 남지.. 2021. 2. 27.
쿠로테구미 上. 밝혀진 사실 - 에도가와 란포 또다시 아케치 코고로의 공적 이야기입니다. 이는 제가 아케치와 알게 된지 일 년 정도 지났을 즘 있었던 일로, 사건에 비극적인 색채가 담겨 꽤나 재밌을뿐더러 저희 집안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제게는 한 층 더 잊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저는 아케치에게 훌륭한 암호 해독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독자 제군의 흥미를 위해 그가 푼 암호문을 미리 서두에 적어두겠습니다. 一度お伺いしたい/\と存じながらつい (한 번 뵙고 싶다/\생각하면서도) 好い折がなく失礼ばかり致して居ります (마땅한 때가 보이지 않아 실례만 끼치고 있습니다) 割合にお暖かな日がつゞきますのね是非 (마침 따스한 날이 계속되고 있으니 부디) 此頃にお邪魔させていただきますわ扨さて日いつ (가까운 시일 내에 찾아뵙겠습니다. 요전) 外.. 2021. 2. 27.
심리시험 - 에도가와 란포 1 후키야 세이치로가 왜 앞으로 기록할 무서운 나쁜 짓을 떠올리게 되었는가. 그 동기는 자세히 알지 못 한다. 설령 안다고 하여도 이 이야기하고는 큰 관계가 없다. 그가 반쯤 고학에 가까운 형태로 어떤 대학을 다닌 점을 고려하면 학자금에 쫓긴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는 보기 드문 천재이자 뛰어난 노력가였던 만큼, 학자금을 위한 지루한 돈벌이에 시간을 빼앗겨 좋아하는 독서나 고찰에 할애할 여유를 얻지 못 해 매우 아쉬워한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인간이 그 정도 이유로 그런 큰 죄를 범할 수 있는 것일까. 아마 그는 선천적인 악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학자금뿐만 아니라 다양한 욕망을 갖추었던 것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그가 그러한 발상을 떠올린지 벌써 반 년이 되었다. 그동안 그는 수도 없이 .. 2021. 2. 27.
D언덕 살인사건 下. 추리 - 에도가와 란포 살인사건으로부터 열흘이 지난 어느 날. 나는 아케치 코고로의 집을 찾았다. 아케치와 나는 그 열흘 동안 이 사건에 관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생각했는지, 그리고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의논했다. 독자는 그러한 것들을 이날 나와 그가 나눈 대화를 통해 충분히 깨달을 수 있으리라. 이전까지는 카페에서만 만날 뿐으로 집을 찾는 것은 처음이었다. 미리 위치를 들어둔 덕에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나는 그럴싸한 담배 가게 앞에 서서 안주인에게 아케치가 집에 있는지 물었다. "네, 있지요. 잠시 기다려주세요. 지금 부를 테니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계단을 올라 큰 소리로 아케치를 불렀다. 그는 이 집의 2층을 빌려 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에ー" 그런 이상한 대답과 함께 아케치가 삐걱거리는 .. 2021. 2. 27.
D언덕 살인사건 上. 사실 - 에도가와 란포 구 월 초순의 찌는 듯이 더운 밤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D언덕 큰길가의 중간쯤에 위치한 '하쿠바이켄'이라는 단골 카페에서 차가운 커피를 기울이고 있었다. 나는 당시 학교를 막 졸업하여 이렇다 할 직업도 없이 하숙집에서 뒹굴거리며 책이나 읽고는 했다. 그마저도 질리면 정처 없이 산책을 나와 값싼 카페나 도는 것이 매일의 일과였다. 이 하쿠바이켄이라는 가게는 하숙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어디로 산책을 가든 반드시 그 앞을 지나기 마련이었기에 자주 출입하는 가게 중 하나였다. 나는 매우 질 나쁜 버릇을 하나 지녔는데, 한 번 카페에 들어가면 오랫동안 엉덩이를 떼지 못 한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원체 식욕이 적은 편인 데다가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못 한 탓에 그럴싸한 음식 한 접시 주문하는 법 없이 저렴한 커.. 2021.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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