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난 및 연애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여러분은 젤라이드 이야기를 아시나요? 젤라이드는 아름다운 왕녀입니다. 문헌에 따르면 납석만 같고, 다리는 상아만 같고, 배꼽은 조개가 품은 진주만 같고, 배는 설화석고 점토만 같고, 유방은 백합 꽃다발만 같고, 목덜미는 백조만 같고, 머릿결은 향초만 같으며, 눈은 궁전의 연못만 같고, 코는 성문의 망루만 같았다고 합니다. 분명 만 명에 한 명 있을 미인이겠지요. 이 젤라이드도 나이를 먹으면서 당연히 누군가 상대를 정해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일본이었다면 친척이니 지인이니 여학교 교장같이 도움 안 되는 인물에게 중배를 부탁했겠지요. 혹은 서양이었다면 어머니나 언니가 참모를 맡아, 미래의 남편을 붙잡을 책략을 세웠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젤라이드는 왕녀였던 데다가 굉장히 똑똑하게 태어났기에 제 눈높이에 맞는 왕자나 재상 자제를 고르기로 했습니다. 이제 이야기할 후보자표는 젤라이드가 결혼의 뜻을 굳힌 후, 3년 7개월 6일 동안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원문은 "동양문고"의 "아라비아" 부의 Z의 138호 문건에 있으니 공부하고 싶으신 분은 읽어 보시면 좋습니다. 여기에는 이름은 제외하고 큰 줄기만 적겠습니다.

　제1호. 인도 왕자. 체격은 굉장히 당당하다. 별로 총명하지는 않다. 한 번은 코끼리와 산을 착각해 자칫하면 밟혀 죽을 뻔했다.

　제2호. 페르시아 왕자. 여자처럼 아름다운 대신 성벽이 지독했다고 한다. 지금도 왕비가 육백 명, 후궁이 이천삼백 명, 여자 노예――여자 노예는 몇 만 명인지 누구 하나 짐작하지 못 한다고 한다.

　제3호. 젤라이드 나라의 재상 자제. 나이가 아직 어림에도 불구하고 학문과 지혜가 뛰어나다. 하지만 꼽추로 타고난 건 참 유감스러운 일이다.

　제4호. 바빌로니아 왕. 쌓아 놓은 금은보화라면 세계 제일이리라. 단지 아쉬운 게 있다면 학살을 좋아하고 시녀의 귀를 잘라내 양파랑 같이 먹는다고 한다.

　제5호. 중국 왕자. 페르시아 왕자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미남이라고 한다. 하지만 제 손을 쓰는 걸 지독히 귀찮아하여 코가 막혔을 때마저 환관들이 풀어준다고 한다.

　제6호. 리디아왕의 재상 자제. 이렇다 할 결점은 없다. 하지만 선처나 측실의 아이가 스물다섯이나 되며 그 중 한 사람은 두 다리 모두 닭이 되어버린 괴물이다.

　제7호. 미디어왕의 재상 자제. 무용이 뛰어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빚 탓에 아버지의 목도 팔아버릴 지경이란다.

　제8호. 유다왕의 재상 자제. 시나 음악에 뛰어나다. 하지만 남색을 좋아하니 도무지 결혼 따위는 하지 않으리라.

　제9호. 이집트 왕자. 용모도 아름답고 학문도 뛰어나며, 심지어는 궁술로는 누구도 이기지 못 할 정도라 한다. 이 왕자와 결혼하면 사막의 긴 여행도 즐거울지 모른다. 내일이라도 바로 두 폐하에게――지금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왕자는 아쉽게도 목욕 중에 악어한테 집어 삼켜졌다고 한다.

　제10호. 마신 진의 왕 지안 벤 지안. 거처불명.

　물론 후보자가 꼭 이게 전부란 건 아닙니다. 실제로 "동양문고"의 아라비아부 "Z"의 138호 문서에는 이백팔십 후보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후보자도 젤라이드의 희망에 부합하지 않은 것이겠지요. 젤라이드는 매일 시녀를 상대하며 석류나 사프란이 핀 왕궁 안에서 지냈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지배하는 연애는 이 아름다운 아라비와 왕녀마저 붙들었습니다. 달이 아름다운 어느 밤, 젤라이드는 그녀의 연인과 함께 몰래 왕궁을 빠져나왔습니다. 아라비아의 연애지상주의 시인 "위대한" 데지아알은 그녀를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젤라이드여! 사막의 장미여!

그대의 연인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대는 그대의 연인의 지팡이,

그대는 그대의 연인의 이빨,

그대의 연인은 충족해질 수 있을까!

아, 젤라이드여! 사막의 오아시스여!

"그대의 연인의 지팡이"나 "그대의 연인의 이빨"은 조금 묘하게 들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젤라이드의 연인은――여러분은 어떤 남자였을 거 같나요? 나이 일흔여섯 먹은 검고 추한 노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