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의 낭만주의자(로맨티스트)는 삼정 마사오 쿠메오이다. "눈물은 이지의 여명이요, 감정의 등불이다." 그렇게 노래하는 쿠메, 진백초화의 청량함을 지녔음에도 좋은 사람의 면모를 잊지 않는 쿠메, 화장기가 또렷한 기생이 붙임성 좋게 굴을 권할 때마저 "부르지 않는 손님"의 한탄을 하는 쿠메――그런 다정다감한 쿠메의 사랑스러운 점은 누구나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특히 어떤 슬픔도 스스로 견디는 애처로우면서도 용맹한 쿠메 마사오를 더할 나위 없이 기특하다.
이 쿠메는 더 이상 약하지 않다. 그리고 그 작지만 눈부신 쓴웃음에는 본래의 소질에 단련이 더해진 위대한 재능인의 기세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배반낭자杯盤狼藉한 가운데에도 느긋한 태도는 어쩐지 얄미울 정도이다. 항상 인생을 장밋빛으로 물들이려 하는 낭만주의(로맨티시즘). 그 유혹을 의식하면서, 심지어 유혹에 저항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도중까지 배웅 나온 기생과 "무언가 작게 소곤소곤 거린 후", 바보 같은 걸 잘 알면서도 "일부러 덧붙인 것처럼 큰 목소리로 안녕"이라 말하며 헤어져 한 쪽은 큰 길로, 한 쪽은 골목으로 발자국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것도 마냥 싫지만은 않다.
나도 일전에 본고장의 아무개라는 레스토랑에서 쿠메와 맨해튼 칵테일에 취해 그 방만한 생활을 비난한 적이 있지만, 언젠가 쿠메가 집안에서 보여주는 품격을 본 이후로는, 닭은 육지에서 곡식을 집어먹고, 집오리는 물에서 미꾸라지를 쫓는 걸 깨닫고, 조용한 주택가의 너머에서 "낮은 꿈을 겹겹이 쌓은 틈으로 밤의 노란 달이 떠오르는 걸 보고" 지울 수 없는 정취마저 느낀 적이 있다. 사랑스러운 삼정, 지금은 신혼여행을 떠나 도쿄에 있지 않네…………
옅은 봄날에 작은 새 한 마리를 뺨을 맞댄 채 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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