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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928

호박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호박이 사람을 죽이는 세상이라니 참 놀라울 따름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녀석이 그런 대단한 짓을 저지를 수 있을 거 같지는 않잖아. 뭐, 진짜 호박 이야기냐고? 농담은 적당히 좀 해라. 호박은 별명이야. 호박 이치베라고 해서 말야. 요시와라의 말단――좀 더 정확히는 숫자에도 들어가지 않는 호우칸이야. 그런 걸 묻는 거 보면 너는 그 녀석을 보지 못 한 모양이네. 그건 좀 아까운걸. 이제는 붉은 옷을 입고 있을 테니 보고 싶어도 쉽게는 못 볼 거야. 머리 큰 난쟁이라 해야 하나? 그런 녀석이 프록 코트에 우단 조끼 같은 걸 입고 있으니 우습지. 더군다나 일자로 이마를 훤히 드러낸 머리에 촌마게를 하고 있지. 그것도 순 사기꾼 같아 보이는 걸 말야. 그래서인지 처음 만난 손님은 누구나 독기가 빠져 버려. .. 2021. 3. 22.
오리사냥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오오마치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뵌 건 다이쇼 3년 정월에 코스기 미세이, 코지로 타네스케, 이시카와 토라키치 제군과 시나가와미나토에 오리 사냥을 나섰을 적이다. 이른 아침부터 이치노하시 근처의 선착장으로 가서 발동기선을 타고 오오카와를 지난 기억이 있다. 코스기 군이나 코지로 군은 뛰어난 사냥꾼이다. 더군다나 배의 선두에 선 사람도 활 사냥꾼으로 이름을 떨쳤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금수 사냥의 대가가 셋이나 모인 주제에 그날은 오리를 한 마리도 잡지 못 했다. 아니, 오리든 두견이든 시나가와미나토에 있는 새란 새는 우리 배를 보자마자 일제히 날아가 버렸다. 오오마치 선생님은 오리를 잡지 못 하는 게 굉장히 기뻤는지, "거참 요즘 오리는 글자를 읽을 수 있는 모양이야. 다들 수렵 금지 구역에 들어가버리는걸... 2021. 3. 21.
ism이란 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ism을 가질 필요가 있는가. 그런 문제가 나왔는데, 사실 저는 아쉽게도 이 문제와 크게 얽혀 있는 이와노 우메이 씨의 논문을 읽지 못 했습니다. 그러니 그에 대한 제 대답도 기자가 되었든 독자가 되었든 그 생각과 초점이 맞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이 문제의 성질을 잘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ism이란 말의 뜻이나 필요란 뜻이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굽어질 거 같기 때문입니다. 또 그런 걸 상식으로 해석하더라도 ism을 가지는 게 어떤 것인지, 그것도 이래저래 짜맞춰지겠지요. 어찌 되었든, 우리가 모두 로맨티스트나 나르시스트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냐는, 통속적인 의미로 해석하면 물론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정확히는 되려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래 그런 ism이란 비평가들이 뒤늦게 편의.. 2021. 3. 20.
단단한 재능과 부드러운 재능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사사키 군은 단단한 재능을, 코지마 군은 부드러운 재능을 지녔습니다. 어찌 되었든 어느 쪽도 재능을 지닌 셈이지요. 저는 언젠가 사사키 군과 걷다 사사키 군이 자신과 부딪힌 남자에게 매섭게 따지는 걸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당시의 기세는 몽고왕의 자손인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코지마 군도 도쿄 사람이니 화를 내는 건 탁월합니다. 하지만 코지마 군이 싸우는 모습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또 어느 쪽도 공부에 열심입니다. 사사키 군이 2, 3일 전에 제게 왔는데 그 동안에도 아무개 피란델로의 연국이나 사라 베르나르의 이야기 따위를 하여 저를 크게 계발시켜주었습니다. 코지마 군도 동서를 가리지 않는 독서가입니다. 이게 코지마 군이 소설가가 아니라 동화작가일 수 있는 이유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느 .. 2021. 3. 19.
시루코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쿠보 만타로 군이 '시루코(팥죽)'에 관해 적은 걸 보고 나 또한 '시루코'에 관한 걸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지진 이후로 도쿄는 우메조노나 마츠무라 이외에는 '시루코'집 다운 '시루코'집은 자취를 감추었다. 대신 어디서나 카페 천지다. 우리는 더 이상 히로코우지의 '토키와'에서 그릇에 넘치기 직전까지 담긴 '오키나'를 맛볼 수 없다. 이건 우리처럼 술 마시지 못 하는 사람에게는 적잖은 손실이다. 그뿐 아니라 우리 도쿄에게도 적지않은 손실이다. 차라리 '토키와'의 '시루코'에 필적할 정도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라도 있다면 우리는 그나마 행복하리라. 하지만 그런 커피를 마시는 건 현재 불가능한 상황이다. 나는 그 때문에라도 '시루코' 가게가 없는 걸 한심한 일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 '시루코'.. 2021. 3. 18.
재능이란 다르지 않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볼테르는 어릴 적에 신동이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열 살에 신동, 열다섯에 천재, 스물을 지나면 일반인. 그런 일도 있으니 어릴 적에 똑똑하다고 어른이 되었을 때 바보가 아니란 보장도 없지. 그러니 신동 소리도 생각해 보기 나름이야."하고 말했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볼테르가 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저씨는 어릴 적에 꽤나 똑똑하셨겠어요."하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와 동일한 이야기는 중국에도 있다. 북해의 공융 역시 신동이었다. 그런데 대중대부 진위란 사람이 역시, "어릴 적에 영특해도 어른이 되면 바보가 되기도 하지." 하고 말한 걸 공융이 듣고, "당신도 필시 어릴 적에는 신동이었겠지요."하고 말했다. 공융은 삼국시대 사람이니 이 이야기가 18세기 프랑스로 전해져 볼테르의 이야기.. 2021.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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