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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오리사냥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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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마치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뵌 건 다이쇼 3년[각주:1] 정월에 코스기 미세이, 코지로 타네스케, 이시카와 토라키치 제군과 시나가와미나토에 오리 사냥을 나섰을 적이다. 이른 아침부터 이치노하시 근처의 선착장으로 가서 발동기선을 타고 오오카와를 지난 기억이 있다. 코스기 군이나 코지로 군은 뛰어난 사냥꾼이다. 더군다나 배의 선두에 선 사람도 활 사냥꾼으로 이름을 떨쳤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금수 사냥의 대가가 셋이나 모인 주제에 그날은 오리를 한 마리도 잡지 못 했다. 아니, 오리든 두견이든 시나가와미나토에 있는 새란 새는 우리 배를 보자마자 일제히 날아가 버렸다. 오오마치 선생님은 오리를 잡지 못 하는 게 굉장히 기뻤는지, "거참 요즘 오리는 글자를 읽을 수 있는 모양이야. 다들 수렵 금지 구역에 들어가버리는걸."하고 손뼉을 치며 웃으셨다. 심지어는 두건과 비슷한 괴상한 여우색 모자를 쓰고는 턱수염에 술방울을 맺히게 하며 안하무인히 웃으니 그것만으로도 오리가 도망치고 만다.
 이런 마당이니 그날은 마냥 열 시간가량 바닷바람에 떠밀리기만 할 뿐으로 오리는 한 마리도 잡지 못 했다. 하지만 오리를 잡지 못 한 걸 통쾌하게 여기던 오오마치 선생님께서도 다시 한 번 이치노하시로 오르자 취기도 가셨는지 "자식들한테 오리 두 마리는 가지고 온다고 약속했는데 이걸 어쩌면 몰라. 심지어 그 오리를 학교 선생님한테 드린다나?"하고 말했다. 때문에 근처 가게에서 덫으로 잡은 오리 두 마리를 사가기로 했다. 그러자 코스기 군이 "총으로 맞은 흔적이 있어야죠. 여기서 한 발씩 뚫을까요."하고 말했다.
 하지만 오오마치 선생님은 아이처럼 고개를 저으며 "이젠 됐다"하고 말하며 점액투성이인 두 오리를 낡은 신문지로 감싸서 돌아가셨다.

 

 

  1. 1914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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