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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245

'말'과 '이십육 번 관' - 키시다 쿠니오 사카나카 마사오 군의 '말'이 카이조에 당선됐단 이야기를 듣고 나는 '신기'하면서도 '당연'하단 생각이 들었다. 사카나카 군은 당선에 어울리지 않는 말하자면 도박꾼 기질이 없는 작가이며 동시에 당선하지 않더라도 당선 레벨을 훨씬 뛰어 넘는 작품을 이미 몇 개나 발표했기 때문이다. 여섯일곱 해 전부터 의혹 외길을 지치는 법 없이 또 흔들리는 법 없이 걸어 온 그는 만약 다른 세상이었다면――이를 테면 세간이 좀 더 희곡에 관심을 가질 시대라면――진작에 진가를 인정 받아야 했을 작가이다. 이번 '말'은 내가 읽은 수많은 그의 작품에 비해 색채는 살짝 달라도 특별히 우수하다 할 정도는 아니지 싶다. 하지만 그의 서정적 본질이 밑바탕에서 흐르며 소박한 생활 묘사로 일관된 표면과 판타지 풍부한 인물들의 대립이 서로.. 2022. 5. 6.
내일의 극단에 - 키시다 쿠니오 주문에 따르면 "극단에!" 한 마디 해달라는데 적어도 오늘날의 제겐 그 상대가 어디에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극단이란 게 극장을 중심으로 배우, 극평가, 작가, 장치가, 그 외에 연극 관계자를 망라한 한 사회를 가리키는 거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는 못해도 그 사회엔 이제 맥락도, 질서도, 이상도, 희망도, 발언자도, 청취자도, 건위도, 흥론도 없이 단지 상업주의의 맹단과 옛 습관을 답습하는 역적만이 존재할 따름입니다. 상업주의도, 또 옛 습관의 인습도 마냥 나쁘다고는 못 합니다. 하지만 연극 사회에는 사회를 자극하고 유도하는 창조적 기운이 어디선가 기동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극단'의 현상황은 그런 기운의 성장을 가로막는 갖은 요소 위에 성립되어 있습니다. 오늘까지 신극운동이라 .. 2022. 5. 5.
이이다에 바친다 - 키시다 쿠니오 이이다 아름다운 마을 산에 가깝고 물에 접했네 하늘은 붉고 바람 부는 아름다운 마을 이이다 조용한 마을 사람들 부드러운 말투 소리 작게 이어가네 조용한 고성에 가까운 언덕배기 마을 이이다 풍족한 마을 빈부는 있어도 귀천은 없구나 한 사람 한 그릇 거짓됨이 없고 남녀노소 모두 제각기 시와 철학을 가진 마을 이이다 유서 깊은 마을 집들은 모두 깊이를 지녔고 사람들 예의 바르며 건물은 기와로 만들어졌네 벽에 작은새 그림자 드리우는 마을 이이다 천령과 붉은돌의 소녀 그대 똑똑하고 보기 좋게 자랐으나 지금 새로운 시대를 살려고 하네 겉모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름답고 조용하게 유서 깊게 풍족하게 그대의 마음을 새로 갖추어라 2022. 5. 4.
우감일속 - 키시다 쿠니오 북적이는 봄 연극도 마음을 끌지 못한다. 여행을 하자. 여행을 하자. 여행이라면 여행을 나가 도심을 그리워한다. 이것도 여행의 즐거움, 그리움이다. 하물며 이곳은 등불도 어둡고 아무개 극장의 꽃램프마저 몽환적이어서 기이하게도 아름답다. 올해는……그렇게 버릇 들어 있는 게 남에게 미안한 걸까. 나는 문득 생각한다. 올해는…… 어서 연극을 보자. 가장 먼저 츠키지 소극장과 신극협회를 빠짐 없이 보러 가자――물론 돌아오고 나서. 둘째로 노를 보자. 친구 S가 안내해줄 예정이다――물론 전날 밤엔 아스피린을 먹고 푹 자야겠지. 셋째로 아마추어극을 보러 다니자. 아마추어극을 하려는 분께 부탁드립니다. 미리 제게 알려주세요. 넷째로 비극이든 희극이든 그런 걸 하는 극장으로 가자. 그리고 무언가를 발견하자. 다섯째로….. 2022. 5. 3.
꿈과 실현의 능력 - 키시다 쿠니오 저는 초등학교 이후로 제가 졸업한 학교 이외의 졸업식에 참관한 경험이 없습니다. 자신의 졸업식에 감동하는 건 그야 당연하지만 오늘 이 졸업식에서 얻은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테지요. 저도 문학자이니 조금은 상상력을 지닌 편이라 생각하는데 제가 상상하는 한 제게 친형제나 자식의 것이 아닌 졸업식에 참석하여 오늘과 같은 감명을 받을 일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이 졸업식에 담긴 정신, 분위기는 자유학원 특유의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제가 이전부터 그린 이상향의 학교에 가깝지 싶습니다. 졸업생 제군 몇몇의 감상을 들어 가장 감동한 건 개개인의 결의가 훌륭하단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진 건 하나의 커다랗고 아름다운 꿈을 여러분 모두가 지녔다는 점입니다. 현재 일본은 커다란 꿈을 향해 나아.. 2022. 5. 1.
우치무라 나오야의 희곡 - 키시다 쿠니오 우치무라 나오야의 극작가로서의 출발은 '추수령'이라 해도 좋다. 구조선의 일본인 식민지를 배경으로 한 '추수령'은 현대 일본의 '청춘'의 한 배경이 솔직한 눈으로 포착되어 건전한 감각으로 무대서 펼쳐지는 주목해 마땅할 역작이었다. 나는 고 토모다 쿄스케에게 권유받아 이를 츠키지자의 상연 목록에 더하기로 했다. '추수령'과 '잡목림' 사이에는 제법 세월의 거리가 있다. 극작가를 성숙하게 만드는 외부적 조건에 풍족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우치무라 나오야는 다른 수많은 극작가와 마찬가지로 내부적 조건으로 극복해야만 했다. 그는 아마 연극에 애정을 주면서 생활인으로서의 자기 훈련에, 그 사회적 지위를 이용했다고 믿는 이유가 있다. 스가와라덴키의 상무이사역은 일개 기업가적 존재인 이상 시대를 사는 인간군과.. 2022.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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