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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말'과 '이십육 번 관'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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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카나카 마사오 군의 '말'이 카이조에 당선됐단 이야기를 듣고 나는 '신기'하면서도 '당연'하단 생각이 들었다.
 사카나카 군은 당선에 어울리지 않는 말하자면 도박꾼 기질이 없는 작가이며 동시에 당선하지 않더라도 당선 레벨을 훨씬 뛰어 넘는 작품을 이미 몇 개나 발표했기 때문이다.
 여섯일곱 해 전부터 의혹 외길을 지치는 법 없이 또 흔들리는 법 없이 걸어 온 그는 만약 다른 세상이었다면――이를 테면 세간이 좀 더 희곡에 관심을 가질 시대라면――진작에 진가를 인정 받아야 했을 작가이다.
 이번 '말'은 내가 읽은 수많은 그의 작품에 비해 색채는 살짝 달라도 특별히 우수하다 할 정도는 아니지 싶다. 하지만 그의 서정적 본질이 밑바탕에서 흐르며 소박한 생활 묘사로 일관된 표면과 판타지 풍부한 인물들의 대립이 서로 맞물려 그의 작가적 재능이 날개를 편 사례로서 놓치기 어려운 작품이라 본다.
 또 카와구치 이치로 군이 '극작' 4월호에서 발표한 '이십육 번 관'은 그의 처녀작이지만 그 소재가 독특하며 외국 무대서 직접 영향을 받은 듯한 정밀한 기교에 따라 먼저 내 관심을 끌었다.
 이 신인을 두고서는 무어라 자세한 비평을 쓰고 싶으나 나는 이 한 작품만으로 그가 우리 극단서 차지해 마땅할 지위를 예상할 수 있었다. 심지어 가장 주목해야 하는 건 무엇보다 그가 그 출발점에서 기존의 몇 사람보다 극작가 다운 극작가의 풍모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아쉬운 게 있다면 묘사하려는 대상을 앞에 두고 작가의 감정이 순수하게 올라오지 않으며, 인물 하나하나서도 그 윤곽이 약간 산만한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오늘날의 카와구치 군에게는 지나친 욕심이리라.
 사카나카 군도 그렇고 카와구치 군도 그렇고 나란히 이 잡지('극작')에 있는 사람이란 건 잡지를 위해서도 정말 든든하기 짝이 없으나 나는 작금의 신극부흥의 기운을 느끼며 두 사람의 자중활약을 바라고 있다.(193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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