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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245

'우리 집의 평화'를 연출하여 - 키시다 쿠니오 "우리 집의 평화"는 프랑스에서도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그 인상은 굉장히 얄팍했습니다. 그러니 처음에는 프랑스서 본 걸 그대로 소개하려 했는데, 봤을 때의 인상이 얄팍하여 카피를 하더라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프랑스서 본 걸 그대로 카피하는 게 과연 우리 배우 연기에 잘 들어맞을지도 의문이었기에 카피는 자제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새로운 연기를 구성한 셈이지요. 처음엔 배우가 시도하게 하나 연기하는 사이 서서히 제 주문도 생기게 되죠. 그리고 그 주문도 일정 수준 만족된 게 알았으니 이대로 가면 저 자신이 좀 더 근면해지고 여러 주문을 내놓으면 꽤나 좋은 영역까지 연출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아쉽게도 도중에 병에 걸려 연습은 거의 두세 번 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2022. 5. 19.
대사 - 키시다 쿠니오 ――그게 화가 같지 않아서요. 이 대사는 두 가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화가지만 화가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 뜻과 본인은 화가라 주장하지만 실제론 화가가 아니라는 뜻이 그렇다. 하지만 희곡을 읽는 사람은 그런 것까지 신경 쓰며 읽지는 않는 모양이다. 신경을 쓰네 마네의 문제는 아니다. 희곡을 귀로 느끼는가 아닌가의 문제이다 의미 정도는 틀려도 상관 없다――모르는 걸 자백만 한다면. 2022. 5. 18.
구운 사과를 던지다 - 키시다 쿠니오 관객들의 불만 표현 방식은 고금동서로 다양한 모양인데, 과거 프랑스에선 무대 위 배우를 향해 썪은 계란이나 구운 사과를 던지는 풍습이 있었다. 이 풍습은 훗날 살짝 완화되어 휘파람이 되었다. 하지만 이 휘파람이 상당히 성대해서 "아무개는 들어가라"하는 말은 애교일 정도가 있다. 그렇게 보면 일본의 관객은 정말 관대하여 배우는 마음이 편하지만 그 때문에 무대가 느슨해져 있다. 난폭함을 권하는 건 아니지만 일본서도 배우가 실수하면 우메보시나 곤약 정도는 던지는 습관이 있으면 재밌으리라.(1928년 10월) 2022. 5. 17.
선작 후에 ――아쿠타가와상(제25회) 선후담 - 키시다 쿠니오 후보 작품으로 내게 전해진 열 편의 작품 중 특별히 한 편만 걸출하진 않았다. 야스오카 쇼타로의 '나쁜 친구'와 '음울한 즐거움'은 하나같이 희소하게 보는 우수한 재능이 드러난 단편 소설이나 이것만으론 살짝 완성도가 부족한 면이 있다. 나는 이 작가를 '유리 구두' 이후로 주목하고 있었기에 금기 (올해 1월 16일) 작품만 대상으로 하는 이 상의 규정에 따라 이상의 두 편이 수상해도 문제는 없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 작가는 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다. 이미 유망한 신진 작가로서 문단 저널리즘에도 올라 있는 듯하니 자중하여 결정적 걸작을 보여줬으면 한다. 다음으로 '연문', '상복' 두 편의 작가 쇼노 준조의 일종의 재능과 조금 얄미울 정도로 신선한 관찰을 나는 꽤나 높게 평가한다. 착실히 땅.. 2022. 5. 16.
선작 후에 ――아쿠타가와상(제22회) 선후담 - 키시다 쿠니오 이번에는 시험적인 작품이 많고 대부분 우수하여 고르고 마주하는 보람이 있었다. 그런 만큼 그중 몇 편은 우열을 겨루기 힘든 장점이 뒷받침되어 한 편을 고르는 게 쉽지 않았다. 여러 문학상이 존재하여 제각기 특색이 있고 한정된 경향에서 가장 완성도가 좋은 걸 권하는 게 전부라면 아마 이 중 몇몇 작품은 아무개 상에 걸맞으리라 여겨졌다. 문학상이란 게 자못 엄밀히 생각할 필요가 없어 보이나 내가 바라는 건 아쿠타가와상의 성격을 좀 더 확실히 하여 되도록 무난한 결과를 내는 것이다. 이 상도 창작의 한 분류인 희곡을 제외한 것도 아니 건만 한 번도 선정되지 않은 건 무언가 잘못된 느낌이 있다. 이를테면 이번에도 후쿠다 츠네아리의 "키티 태풍" 같은 수작이 예선조차 들지 못한 걸 지적하고 싶다. 어찌 되었든 나.. 2022. 5. 15.
여자 일곱 살 - 키시다 쿠니오 그는 그녀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그는 그녀를 얻었다. S코가 태어났다. 그는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그녀는 기다렸다.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섯 번째 봄이 왔다. 그녀의 아버지가 죽었다. ――할아버지……업어줘. S코는 곧잘 꿈을 꿨다. S코는 그녀에게 손을 끌려 할아버지의 묘를 찾았다. 그녀의 오빠가 긴 여행에서 돌아왔다. K 삼촌은 조용히 S코를 안았다. K 삼촌은 눈이 무서웠다. 그럼에도 S코는 울지 않았다. 그해 여름―― S코는 디프테리아를 앓았다――세 번째 접종. S코는 어머니의 '가슴'을 쥐고 조용히 '벌이 따끔하길' 기다렸다. K 삼촌은 S코보다 먼저 울었다. 무서운 어느 날――집벽이 무너졌다. 등나무 선반 아래에 S코의 침대가 옮겨졌다. 어머니는 S코의 맥을 짚었.. 2022.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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