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245 '현대 희곡 전집 제17권' 후기를 대신하여 - 키시다 쿠니오 연극이란 걸 구태여 많은 사람에게 보여줘야 한다 생각할 필요는 없다.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연극을 쓰는 게 아니다. 연극을 쓰기 위해 무언가를 말한다. 소위 '극적'이지 않은 극이 있어도 좋다. 소위 '소설적'이지 않은 소설이 있는 것처럼 음악을 들으러 가는 것처럼 연극을 보러 가는 사람들――그런 사람을 위해 희곡을 쓰고 싶다. 연극을 보러 가는 게 싫어진 정도로 연극을 쓰는 걸 멈추진 않는다. 연극을 쓴다는 것에는 연극을 보는 즐거움도 많이 포함된다. 오늘의 무대는――극장은, 배우는――'어제의 희곡'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도 되지 않은가. 2022. 5. 31. 문예상 - 키시다 쿠니오 국민문예회가 작년도 연극상금을 히지카타 요시 군에게 준 건 정확한 조치이다. 히지카타 군은 얼마 안 되는 상금을 받는 정도로 별 차이도 없을 테지만 이런 건 세간이 좀 더 문제 삼아도 좋다. 여러 병폐가 동반하기 쉬운 제도이면서도 예술과 사회가 접촉하는 기회는 이런 연중행사로도 조장되는 법이다. 예술가의 사생활을 운운하는 관심보다도 한 층 더 광채와 활기, 또 소위 '문예소식'에게 주는 게 맞다. 나카무라 무라오 씨나 마사무네 하쿠쵸 씨는 또 불쾌한 표정을 지을지 모르나 프랑스에선 이런 상금이 한 해에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 아카데미 공쿨이 흑인 마란의 소설에 상을 주어 인종평등론에 크게 기염을 토하고 엘뷔유상이 엘뷔유를 싫어하는 걸로 알려진 코포의 처녀극작 '생가'에 상을 주어 파리인을 기쁘게 한 것은.. 2022. 5. 30. 근황 - 키시다 쿠니오 문학좌 3월 공연인 고리키의 '밑바닥에서'를 연출하게 되어 시나노쵸의 아틀리에 근처에 여관을 잡아 연습에 매진할 생각이다. 모르는 사람 없는 '밑바닥에서'서 일본 배우를 활용하는 게 얼마나 러시아적이며 밝은 극이 될지 시도해보는 게 기대된다. 각본은 진자이 키요시 군의 새로운 번역본으로, 21일 리딩 전까지 내게 전달될 예정이다. 나는 그렇게 믿으며 제각기 인물에 어울리는 명대사를 모든 배우가 기상천외한 분위기로 떠들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비가 그친 오다와라 해변가를 일을 도와주러 온 N양과 터덜터덜 걷고 있자면 물가서 몇몇 남자가 기세 좋게 무언가를 낚아채고 있다. 이미 모래사장으로 던져진 꽤나 큰 물고기를 들여다 보니 숭어가 분명하겠지 싶었다. 그때 아이를 업은 부인 하나가 다가왔다. 나는 그 부인에.. 2022. 5. 29. 출발점 - 키시다 쿠니오 츠키지 소극장의 '밤여관'을 보고 '이거 좋은걸'하고 생각했다 '진짜구나' 싶었다. 가장 먼저 각본이 좋다. 둘째로 '연출자'의 이해가 닿아 있다. 세 번째로 번역이 훌륭하다. 네 번째로 배우가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첫 번째는 논할 여지가 없다. 두 번째도 새삼스레 의외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네 번째는 이번만 그런 게 아니라 이번에 그게 특히 도움이 되고 있을 뿐이다. 중요한 건 세 번째다. '밤여관'의 성공을 전부 번역의 가치로 돌리는 건 '연출자'에게 실례되는 일은 아닐 터이다. 적어도 오늘까지 상연목록을 보고 가장 큰 성과를 이룬 '밤여관'은 오늘까지 가장 등한시되는 것처럼 보이는 번역에서 한 걸음 쑥 나간 작품이란 걸 주의해줬으면 한다. 츠키지 소극장의 출발점은 먼저 현재의 배우를 이용해 얻을.. 2022. 5. 28. 프로그램 - 키시다 쿠니오 내게도 매월 각종 극단의 프로그램과 티켓이 전해진다. 프로그램은 한 번 훑어보지만 티켓을 이용하는 일은 드물다. 실례지만 내 식욕을 자극하는 게 없다. 작가도 각본도 배우도 연출가도 아느냐 모르느냐에 무관하게 무대가 대개 상상이 간다. 프로그램의 냄새를 맡으면 알 거 같다. 개중에는 내 각본을 무단 상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건 더더욱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겉모습만큼은 제법 꾸며 놓았으나 줄거리 문장이 유치하고 볼품없어 한심한 게 많다. 요컨대 프로그램 하나로 극단의 정신, 두뇌, 면모, 걷는 방식까지 저절로 알게 된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아무리 선전에 힘을 줘도 믿을 수 없다면 누구도 보러 갈 생각이 들지 않으리라. 하지만 얼마 전 드물게 나를 긴장시킨 프로그램이 있다. 또 무단 상연인가... 2022. 5. 27. 기대하는 사람 - 키시다 쿠니오 극단을 한 바퀴 둘러볼 때 젊은 시대의 발랄한 움직임을 조금도 찾아 볼 수 없는 건 연극의 성격 때문일까? 그런 경향도 확실히 없지 않아 있겠지만 나는 그보다도 최근의 신극이 살짝 늙고 성숙된 모습을 띄어 새로운 바람을 가로 막는 경향이 현저하기 때문이라 본다. 그런 현상 속에서 기대할만한 사람을 꼽아서야 많이 꼽든 꼽지 않아든 매한가지라 나도 보람이 없다. 또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힘이 어디서 자라고 있지 않을까 하고 끝없이 주의하고 있는데 구태여 기대하자면 그런 곳에서 서서히 크게 자세를 고치려 하는 한 무리의 신진 작가들에 있으리라. 하지만 이 '자세를 고친다'는 게 단순히 시국과 파장만 맞추면 되는 게 아닌 만큼 굉장히 어려운 일로 이제까지한 공부가 도움은 고사하고 방해만 되는 경우도 없다고는 할.. 2022. 5. 26. 이전 1 ··· 30 31 32 33 34 35 36 ··· 41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