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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245

희망 - 키시다 쿠니오 나는 공부가 부족하여 행동주의가 무엇인지를 오늘까지 별로 주시하지 않은 채 희미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단지 행동주의란 말로 제멋대로 개념을 만들어두었을 뿐으로, 굉장히 잘못된 생각을 했던 걸지 모른다. 그러하니 그 말만으로 생각해 보면 내게도 제법 매력이 있는 말이었다. 오랫동안 글로 먹고 입고 하다 보니 오늘날 자신의 생활에 채워지지 않은 게 많다는 걸 느끼고 있다. 오늘까지 문학이 전부였다. 문학이 생명이다. 그런 생각에 빠져 살은 게 굉장한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마당이니 그 행동주의란 게 적어도 내게는 조금 거창한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그 기조 속에서 무언가 배울 수 있는 게 믿었다. 후네바시 군하고는 여러 관계로 친근하게 지내는데 만날 때마다 여러 이야기를 들어 큰 도움이 되고.. 2022. 4. 29.
편집 담당으로서 - 키시다 쿠니오 조금 귀찮은 일, 별 볼 일 없는 일이더라도 모두가 순서대로 하는 거라면 나는 도무지 싫다고 할 수 없다. 순서대로 무언가 역할이 돌아 온다는 건 누구나 꽤 마음 편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인간 생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며 질서의 관념을 이상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기 때문이지 않을까. 나는 그런 즐거움을 어릴 적부터 즐기는 경향이 있었다. 즐겁지 않다면 거짓이라는 생각도 있었을지 모른다. 나만을 특별히 다루는 건 날 적부터 좋아하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자신이 생각한 대로 잡지를 편집한다더라도 이미 동인이 무언가를 쓰기 마련이며 부탁해도 써주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 그리 멋대로 굴 수는 없다. 하지만 두세 개 특별한 주제를 골라 당번의 책임을 다 하기로 했다. 나는 이를 문학 전문지 혹은 문학.. 2022. 4. 27.
문학계 후기 - 키시다 쿠니오 ○ 문학계 정신이란 게 점점 또렷해지는 건 기쁘다. ○ 당대 문학자가 제각기의 입장 위에서 서로 공통된 목표를 자각하기 시작한 증거이다. ○ 문학이 문화 운동의 흐름을 따르며 심지어 이를 지도하는 역할을 지녔다는 뜻이 확대된 이유를 좀 더 확실히 해야만 한다. ○ 그걸 위해 창조의 몇 부분이 계몽되어도 개의치 않다는 각오가 대다수 동인에게 저절로 퍼진 건 비장하다 해도 좋다. ○ 하지만 실제론 비장할 것도 없다. 그게 오늘날 자신들이 살아남을 유일한 길인 것이니까! ○ 18세기적 취미臭味는 두려워할 게 아니다. 현대 일본에서 20세기란 말은 공허한 울림에 지나지 않는 걸 아는 사람은 알고 있다. ○ 아카데미즘의 수립이 진보적이라는 모순을 비웃고 싶어도 비웃을 수 없다. ○ 이케타니상의 전형이 끝났다. 각.. 2022. 4. 25.
잠시 아무 말 말라 - 키시다 쿠니오 지금은 연극에 대해 어떤 말도 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뿌리부터 갈라진 나무가 있다. 가지를 뻗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우수한 희곡이 이따금 눈에 들어온다. 즐겁지만 쓸쓸하다. 시대는 흐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와야 할 게 올 때까지 나는 버티지 못한다. 사람이 무언가를 시작하려 하면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냐 말하는 사람이 없다. 모두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모두를 불안하지 않게 만들 뿐이다. 나는 자신의 힘을 과신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하고 싶다 생각하는 걸 하지 않을 순 없다. 나는 예술상의 앵데팡당을 존중하나 존중하기에 일본 연극의 현대 아카데미즘의 설립을 희망한다. 이 문화의 과도적 모순을 인식하지 않는다면 신극 운동은 영원히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리라. 권력과 재력의 미소를 .. 2022. 4. 24.
생활의 빈곤함 - 키시다 쿠니오 기원절 아침, 한 영화배우의 무대 연기를 보기 위해 수많은 구경꾼이 마루노우치의 아무개 극장에 몰려들어 긴 행렬을 이루었다 했다. 그게 전부라면 별 문제야 없지만 너무 많은 인원이 길을 메워 백 명의 경관이 정리에 나섰음에도 군중은 그 제지를 듣지 않은 모양이다. 결국 혼란의 끝에 부상자마저 나왔고 끝내 해산을 명령받았다고 한다. 참 바보 같은 이야기다. 내가 그 현장을 목격한 건 아니나 듣자 하니 군중의 칠 할이 남자, 그 절반은 남자라고 한다. 또 사건에 대한 의견을 요구받았기에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사건은 우연찮게 현대 일본 문화의 병폐를 확대한 것으로, 여러 각도로 분석할 수는 있어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생활의 빈곤함" 그 자체를 드러낸 일 아닐까 싶다. 아무리 매력 있는.. 2022. 4. 22.
청년에게 - 키시다 쿠니오 일본은 지금 흥망의 기로에 서있다. 우리는 이 사실을 머리 안에 똑똑히 새겨두어야 한다. 우리 민족의 긍지는 결코 "어떻게든 된다" 같은 철학 위에 쌓아 올린 게 아니다. 국민은 하나같이 내일의 일본이 어디로 가야 할지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정치는 아직도 모순과 혼란에 가득 차, 지도자는 눈부신 미래를 조금도 예언하지 않는다. 신체제. 국방국가의 건설. 그런 말은 물론 넓고 먼 이상이 담겨 있음이 분명하나 국민 각자의 가슴을 뛰게 할 그림자를 드리우게 하는 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내가 홀로 생각하기에 이 새로운 정치의 원동력이 되는 건 다음 세대를 짊어질 꿈 많은 청년의 목소리이며 그 목소리는 젊기에 높고 순수하기에 가로막는 게 없다. 청년이 바라는 건 권세도 이권과 욕심도 아니다. 진실.. 2022.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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