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245 마음 편함 - 키시다 쿠니오 불평이 있으면 말해보라는데 불평을 불평의 형태로 표현하는 건 참 멋없는 일이지 싶다. 때문에 근래 있었던 유쾌한 일만을 꼽아 본다. 사실 그 편이 빨라서 좋다. 하나, 요즘 살찐 게 눈에 띄는 것. 둘, 조금 걸어도 지치지 않는 것. 셋. 잘 자는 것. 이런 걸로는 독자의 관심을 끌기 부족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곧 연극잡지가 창간되어 손님 맞이로 바쁜 게 하나. 얼마 전 어떤 비평가가 르노르만의 '낙오자 무리'를 평하며 오되브르 같다고 평하였다. 그 뜻을 이해하고 있지 못하니 옆에서 '보드빌' 아니냐기에 생각하고 있자니 양식의 '오르되브르'를 말하는 것이었다는 게 둘. 곧 갈라질 줄 알았던 매화 나무가 어느 틈엔가 화려한 꽃을 피운 게 셋. 뭐 이 정도로 해둘까. 2022. 4. 20. 생활과 문화' 서장 - 키시다 쿠니오 나는 "문화"란 말이 조금 식상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날 것과 같은 말을 업무처럼 사용하면 막연히 불안해진다. 일본 국민 중 양식을 가진 자는 종래 지도자들의 정신적 빈곤에 암묵의 항의를 계속해 왔다. 그 결과가 "문화"란 암구호의 범람으로 드러난 거라고 나는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되려 항의하는 쪽의 같은 걸 같은 박자로 반복하는 반신불수의 증상에도 크게 경계해야만 한다. "문화인"이라 통칭되는 "문화" 영역의 전문가 중 대다수 또한 어떤 의미로는 비문화적 존재란 걸 폭로할 때가 온 듯하다. 모든 건 누구의 죄도 아니면 또 누군가를 나무라야 할 일도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시대를 짊어지고 내성을 가진 채 살아나갈 필요가 있다. 새로운 일본의 건설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기반 위에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 2022. 4. 19. 공모 소설 - 키시다 쿠니오 종래의 신문소설을 보면 일정한 형태가 있는 것 같다. 이 형태는 수많은 경험자가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 형태의 뒤를 밟으며 집필하면 독자들에게 평판도 좋고 신문사도 만족한다. 혹은 그에 가깝다. 그럼 어떤 작가가 신문사에게 장편을 의뢰 받는다 치자. 작가는 반드시 그 형태를 돌아보게 된다. 신문사의 지령을 받아 장편을 임명 받는 건 작가에게 영광스러운 일이다. 영광스럽다면 신문사의 바람을 충족시켜주고 싶기 마련이다. 그럼 주문이 있든 없든 신문사가 환영하는 이 안전한 형태에 기대려 한다. 결과는 크건 작건 그 작가가 정말로 쓰고 싶은 것과 동떨어져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나만의 편견일까? 공모 소설은 그런 당연하면서 슬픈 생각을 온전히 내려 놓은 채 쓰고 싶은 내용만 써.. 2022. 4. 18. 예술과 금전 - 키시다 쿠니오 예술로 '이름'을 얻은 사람이 가장 많다. '사랑'을 얻은 사람은 적다. '부'를 얻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자신의 작품을 '돈'으로 바꾸는 건 하나의 방편이다. 예술적 작품이 다른 상품처럼 수요공급 법칙을 따라 저 혼자 가치를 낳는다는 건 사회적 착각이다. 때문에 기회만 생긴다면 예술가는 그 노력의 보수가 아닌, 단순한 작품의 유일무이한 특징에 따라 그 작품을 '이용'하는 데에 아무리 큰 금액이라도 사례로 요구해도 문제가 없다――이게 원칙이라 생각하면 좋다. 실질적 문제로서 예술가는 소위 '욕심 없는 체'로 자신을 드높이는 건 제각기의 성향 문제라도 그런 풍조를 부룰 법한 일을 초래할 필요는 없다. '금전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게 '금전을 문제시하지 않는다'는 뜻은 되지 않을뿐더러 되려 문제.. 2022. 4. 17. '대륙 개척' 서 - 키시다 쿠니오 대륙 개척 문예 헌화회란 게 작년에 만들어져 나도 그 일원이 되었다. 이 작품집에 출품하지는 않았으나 머리 맞추기로 서문을 쓰게 되었다. 기꺼이 받아 들였다. 이 작품집은 결코 동료 칭찬이나 뒤가 켕기는 띄어주기를 할 필요는 없다. 왜냐 하면 이렇게 줄지은 면면은 누구나 우리 문단에서 일기당천의 활약을 하는 젊은 무사이며 또 심지어 이러한 제군의 문학적 재능과 열정은 이 대륙 개척이라는 현대의 대서사시를 이야기하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다들 한 번, 또 두 번 대륙으로 건너 친근하게 '현지'를 보고 살피고 느끼고 온 사람들이다. 아마 쓰고 싶지 않은 건 쓰지 않은 만큼 이 이상 엄격한 말은 없으리라. 또 동시에 이 이상으로 따스하고 강하게 '현지'와 '내지'를 연결하는 마음도 없으리라고 나는 믿고 .. 2022. 4. 16. 공습 드라마 - 키시다 쿠니오 얼마 전 방송국 문예과 과장 쿠보타 만타로 씨께서 라디오 방송용 '공습 드라마'를 적어달라 권하였다. 조금 당황하였으나 이래저래 생각한 끝에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는 물론 이번 방공 연습을 앞두고 반은 선전, 반은 여흥으로 여겨지는 시도이리라. 하지만 나는 가장 먼저 각종 음향효과를 써볼 좋은 기회지 싶어 그 방면서 많은 관심을 느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도쿄 하늘에 적의 비행기가 찾아오는 상상은 늘 해왔다 쳐도 막상 현실이 되었을 때 우리 시민은 얼마나 '확실히' 대응할 수 있을까. 이는 정말 짐작이 가지 않는다. 아비규환과 같은 '음향효과'는 공습의 참상을 묘사하는데 꼭 필요할까. 일본 국민의 명성을 위해 손을 더하는 게 맞는 걸까? 나는 망설여졌다. ○ 다음으로 적의 비행기.. 2022. 4. 15. 이전 1 ··· 36 37 38 39 40 41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