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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5

산에몬의 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분세이 사 년 십이 월의 일이다. 카가의 재상 하루나가의 가신 중 육백 석 봉토를 맡은 가신의 호위역을 맡은 호소이 산에몬이란 사무라이가 키누가사타헤의 차남 카즈마란 젊은이를 때려죽였다. 하물며 결투도 아니었다. 어느 밤 술시 쯤, 카즈마는 우타 모임이 끝나 남쪽 마굿간으로 돌아온 산에몬을 기습하려다 되려 산에몬의 손에 죽고 만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하루나가는 산에몬 호출을 명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하루나가는 총명한 주인이었다. 총명한 주인인 만큼 매사를 가신에게 떠넘기는 일이 없다. 스스로 판단하여 스스로 그 실행을 명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할 정도였다. 한 번은 두 매 조련사에게 제각기 상벌을 주었다. 이는 하루나가가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으니 개요를 아래.. 2022. 3. 5.
용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우지노다이나곤타카쿠니 "이거야 원, 낮잠에서 일어나 보니 오늘은 한 층 더운 거 같구나. 저 소나무 가지의 등나무 꽃을 흔들 정도의 바람 하나 불지 않으니. 항상 시원하게 들리는 연못 소리도 유지매미 소리에 섞여서 되려 덥고 갑갑하기만 해. 어디, 또 아이들에게 부채질이나 부탁해 볼까." "뭐, 거리 사람들이 모여 있어? 그럼 그쪽으로 가보자. 너희도 그 커다란 부채 잊지 말고 뒤에서 잘 따라오너라." "그래, 내가 타카쿠니일세. 헐벗고 있는 무례는 용서해주게나." "오늘은 그대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일부로 이 우지노테이에 모은 걸세. 실은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소시 하나를 만들어 보려 해. 근데 이게 혼자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쉽게도 나는 글로 쓸만한 이야기를 알지 못하잖나. 그렇다고 성가.. 2022. 2. 22.
정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상 그건 이 여관 본진에 해당하는 나카무라란 옛 가문의 정원이었다. 정원은 메이지 유신 후 십 년 가량은 어떻게든 옛 모습을 유지하였다. 표주박 모양의 연못도 깔끔하였으며 살짝 솟은 언덕 위 소나무 가지도 늘어져 있었다. 세이카쿠켄, 센신테이――그러한 정자도 남아 있었다. 연못에 닿은 뒷산 기슭에는 하연 폭포도 졸졸졸 떨어졌다. 카즈노미야 님이 찾아오셨을 때 이름을 붙였다는 석등롱도 역시나 매년 넓어져 가는 황매화 나무속에 서있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뿜어지는 폐허의 느낌은 감출 수 없었다. 특히 초봄――정원 안팎의 나뭇가지에 젊은 싹도 자랄 적에는 이 아름다운 인공 풍경을 등 뒤로 무언가 인간을 불안케하는 야만적인 힘이 한 층 더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나카무라 가문의 늙은 주인――대장부 기질의 노인은 그.. 2022. 2. 17.
호남의 부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관동서 태어난 손일선쑨원 등을 제외하면 주목할만한 중국 혁명가는――황흥, 채악차이어, 송교인숭자오런 모두 호남후난서 태어났다. 이는 물론 증국번에게 감화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감화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호남 사람의 드센 기질도 생각해야 한다. 나는 호남으로 여행 갔을 때 우연히 조금 소설과 같은 아래의 작은 사건과 만났다. 이 사건도 어쩌면 정열로 가득 찬 호난 백성의 면모를 보여준 걸지도 모르겠다………… * * * * * 다이쇼 십 년 오 월 육 일 오후 네 시 경, 내가 타고 있던 겐코마루는 장사창사 다리에 이르렀다. 나는 그 몇 분 전에 갑판 난간에 기댄 채로 서서히 좌현으로 다가오는 호남의 부성을 바라보았다. 높고 어두운 하늘의 산 앞에 하얀 벽이나 기와지붕을 겹겹이 쌓아 올린 장사는 예상 이.. 2022. 2. 15.
가레노쇼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죠소, 쿄라이를 불러 눈도 마주하지 않고 불러 들이더니 돈슈에게 적게한 구이니 한 번 읽어보라 말한다. 여행에 지쳐 꿈만 마른 들판을 달리는구나 ――하나야닛키―― 겐로쿠 7년 10월 12일의 오후이다. 아침 노을에 붉어진 하늘은 또 어제처럼 비가 내릴까 걱정이 된 오사카 상인의 졸린 눈을 먼 지붕 너머로 이끌엇다. 다행히 잎을 살랑이는 버드나무 가지를 흐리게 할 정도의 비는 내리지 않았다. 이윽고 어두우면서도 희미한 빛이 드리우는 조용한 겨울의 낮이 밝아왔다. 줄지은 집들 사이를 흐르지 않는 듯 흐르는 강물마저 오늘은 희미한 광택을 감추었고 그 물에 떠오른 파쪼가리도 어쩐지 차가운 색을 두르고 있지 않았다. 하물며 강뚝을 걷는 사람들은 두건을 뒤집어 쓴 자도 가죽 양말을 신은 자도 모두 초겨울 부는 세상.. 2022. 2. 8.
골동갱―쥬료요시란 가명 뒤에서 쓴 잡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별건곤 Judith Gautier가 쓴 시 속 중국은 중국이되 중국이 아니다. 카츠시카 호쿠사이가 그린 수호화전 속 삽화 또한 이와 비슷하게 여실히 중국을 옮겼다고는 할 수 없다. 허면 그 명모한 여시인도 이 단발 노화백도 그 무성의 시와 유성의 그림에 방불케한 중국은 되려 그들이 백일몽 속에서 돌아다닌 별건곤이라 해야 할까. 인생의 행복이란 이 별건곤에 있다. 누가 코이즈미 야쿠모와 함께 천풍해도의 푸르고 맑은 곳에 떠나 돌아오지 않는 신중루를 한탄하랴.(1월 22일) 경박 원나라의 이간李衎이 문호주가 대나무에 그린 보기에 수십 폭이 전부 마음에 차지 않았다. 동파의 산곡 등의 평을 읽어 보아도 친교에 따른 편들기라고만 여겼다. 어쩌다 친구인 왕자경을 만나 화제가 문호주에 이른다. 자경이 말하길 이간은.. 2022.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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