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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5

톱니바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레인 코트 나는 어떤 지인의 결혼 피로연에 참가하기 위해 피서지에서 나왔다. 가방을 든 채로 토카이도의 어떤 정차장을 향해 자동차를 몰았다. 자동차가 달리는 길의 양쪽은 소나무로 우거져 있었다. 상행 열차에 늦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자동차에는 나 이외에 어떤 이발 가게 주인도 함께 타고 있었다. 그는 대추처럼 통통하게 살이 오른, 짧은 턱수염의 소유주였다. 나는 시간을 신경 쓰면서 이따금 그와 대화를 했다. "별 일이 다 있네요. XX 씨의 집에는 대낮에도 유령이 나온다는 건가요." "대낮에도요." 나는 겨울의 서쪽 햇살을 받는 소나 무산을 바라보며 적당히 말을 맞추었다. "다만 날씨가 좋은 날에는 나오지 않는다는군요. 가장 많은 건 비가 오는 날이라나요." "비가 오는 날에 젖으러 오는 거 아닐까.. 2022. 8. 20.
어떤 바보의 일생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는 이 원고의 발표 여부나 발표 시기, 기관 모두 너한테 일임할 생각이야. 너는 이 원고 속에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을 알고 있겠지. 하지만 나는 발표하더라도 인덱스를 붙이지 않길 바라. 나는 지금 가장 불행한 행복 속에서 살고 있어.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후회는 하고 있지 않아. 단지 나 같은 나쁜 남편, 나쁜 아들, 나쁜 부모를 가진 자들에게 유감을 느기고 있어. 그럼 잘 있어. 나는 이 원고 속에선 적어도 의식적으론 자기 변호를 하지 않을 셈이야. 마지막으로 내가 이 원고를 네게 맡긴 건 아마 네가 누구보다도 나를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야.(도시 사람이란 나의 껍질을 벗겨낸다면) 부디 이 원고 속에서 내 바보 같음을 비웃어줘. 쇼와 2년 6월 20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쿠메 마사오 하나 시대 .. 2022. 8. 19.
암중문답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어떤 목소리 너는 내 생각과 다른 인물이었다. 나 그건 내 책임이 아니다. 어떤 목소리 하지만 너는 그 오해에 협력하고 있다. 나 나는 한 번도 협력하지 않았다. 어떤 목소리 하지만 너는 풍류를 사랑했다――혹은 사랑한 것처럼 꾸몄다. 나 나는 풍류를 사랑한다. 어떤 목소리 너는 어느 쪽을 사랑하지? 풍류인가? 아니면 한 여자인가? 나 나는 양쪽 모두 사랑한다. 어떤 목소리 (냉소) 그게 모순된다는 걸 모르는가. 나 무엇이 모순되었지? 한 여자를 사랑하는 사람은 코세토의 그릇을 사랑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코세토의 그릇을 사랑하는 감각을 가지지 못 했기 때문이지. 어떤 목소리 풍류인은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한다. 나 아쉽게도 나는 풍류인보다도 더 욕심 많게 태어났다. 하지만 장래엔 한 여자보.. 2022. 8. 18.
어떤 친구에게 보내는 수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제까지 누구도 자살자 본인의 심리를 있는 그대로 적지는 않았어. 그건 자살자 본인의 자존심 혹은 스스로를 향한 심리적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일 테지. 나는 네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속에 이 심리를 확실히 전해 두고 싶어. 물론 내 자살 동기는 딱히 너에게 전하지 않을 거야. 레니에는 단편 속에 어떤 자살자를 묘사했지. 이 단편 주인공은 무엇 때문에 자살하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 해. 너는 신문의 삼면기사에서 생활난이니 병고, 혹은 정신적 고통 같은 여러 자살 동기를 발견할 거야. 하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그건 동기의 전부가 아냐. 그뿐 아니라 대부분엔 동기에 이르는 길 정도를 적어놓은 거뿐이야. 자살자는 대부분 레니에가 묘사한 것처럼 무엇 때문에 자살하는지 알지 못 할 테지. 그건 우리의 행위처럼 복잡한 .. 2022. 8. 17.
유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우리 인간은 한 사건 때문에 간단히 자살하지 않는다. 나는 과거 생활의 총결산 때문에 자살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큰 사건이었던 건 내가 스물아홉 살일 때에 히데 부인과 죄를 저지른 일이다. 나는 내가 저지른 죄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건 아니다. 단지 상대를 고르지 않았기에(히데 부인의 이기주의나 동물적 본능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내 생존에 불이익을 낳은 건 적잖이 후회하고 있다. 또 나와 연애 관계에 빠진 여성은 히데 부인만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서른 살 이후로 새로운 정인을 만든 적이 없었다. 이것도 도덕에 어긋나기에 만들지 않은 건 아니다. 단지 정인을 만드는 이해타산을 따졌기 때문이다.(하지만 연애를 느끼지 않은 건 결코 아니다. 나는 그때에 "고시비토", "소몬' 등의 서정시를 .. 2022. 8. 16.
조금만 더-아쿠타가와상 제30회 선후평 - 키시다 쿠니오 후보 작품 아홉 편 중 내가 가장 상을 주기 걸맞다 생각한 건 쇼노 준조의 '유목'과 코지마 노부오의 '흘음학원'이었다. 위원회 자리서 히로이케 아키코의 '온리's'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둘셋 있었으나 나는 찬성하기 어려웠다. 쇼노 준조는 이미 단행본도 출간한 신진 작가로 내가 보기에 그 역량은 이미 아쿠타가와상 수상 수준에 이르러 있다. 하지만 이 '유목' 한 편은 특히 이 유망 작가의 수작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 사람의 재능을 굉장히 높게 사는 만큼 천천히 우수한 소재에 임해 좀 더 중량감 있는 걸작을 내줬으면 하는 바이다. 코지마 노부오의 '흘음학원'은 꽤나 확고하며 좋은 작품이다. 나는 이렇게 밸런스가 잘 잡힌 재능을 일본 문학의 장래를 위해 소중히 아끼고 싶다. 신선한 서정미와 고전적인.. 2022.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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