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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5

기권 - 아쿠타가와상(제23회) 선후평 - 키시다 쿠니오 이번 아쿠타가와상 전형에는 선발자의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 내가 도쿄에 없는 탓에 사무적인 연락을 생각처럼 못한 탓도 있으나 후보 작품을 받고 위원회가 열릴 때까지의 짧은 시간에 몸이 망가져 도무지 작품을 훑을 새가 없었다. 그런 마당이니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 걸 자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가 있다 한들 두 번이나 열린 위원회에 개인적인 이유로 참가하지 못한 건 사실이니 태만하단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터이다. 따라서 이번만은 책임감을 가지고 서평을 쓸 자격이 없는 셈이다. 2022. 7. 6.
길 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오전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많이 다셨던 대학 도서관도, 채 30분이 지나지 않아 사람으로 가득 메워졌다. 책상에 마주 앉은 건 대부분 대학생이었으나 개중에는 하카마나 정장을 입은 연배 지긋한 사람도 둘셋 정도 섞여 있는 듯했다. 그렇게 규칙적인 인파로 채워진 넓은 공간 너머서는 벽에 걸어둔 시계 아래로 어두컴컴한 서고 입구가 보였다. 또 그 입구 양쪽에는 올려다봐야 하는 커다란 책장이 낡은 책등을 줄지으며 마치 학문을 지키는 요새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만한 인파가 있음에도 도서관 안은 조용했다. 아니, 오히려 그만한 인간이 있어야 비로소 느낄 수 있을 법한 일종의 침묵이 지배하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 종이에 펜을 놀리는 소리, 그리고 가끔 들리는 기침 소리――그런 소리마저.. 2022. 7. 3.
아쿠타가와상(제20회) 선평 - 키시다 쿠니오 내게 온 작품은 하나 같이 좋은 작품이었다. 그중에서도 여러 관점서 특히 추천하고 싶은 건 '기술사'였다. '봄'도 어떤 의미선 재미있고 '야생 기러기'는 충분히 우수함은 인정하나 이것이 오늘날 세간에 불어 넣을 바람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기술사'는 관념적이라면 관념적이며 지나치게 계몽적(문학의 본질이 아니란 뜻에서)이라면 계몽적이다. 하지만 어찌 됐든 시국의 표면에 드러난 전문적이면서 상식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포착하는 기교상의 미묘한 곤란함을 어느 정도 정복하여 훌륭히 한 국민으로서의 감개를 작가의 정열과 융합시킨 재능과 노력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수상을 받은 '야생 기러기'에 대해 그 이유를 가장 정확히 말할 수 있는 건 아쉽게도 내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선발자의 한 명으로서 다른 많은 선발.. 2022. 6. 26.
스사노오노미코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타카마가하라노쿠니에도 봄이 찾아왔다. 이제 사방의 산을 둘러보아도 눈이 남은 봉우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소와 말이 뛰노는 초원은 희미한 녹색을 한가득 펼쳐 놓고, 그 자락을 따라 흐르는 아메노야스카와의 물빛도 어느 틈엔가 사람 좋은 따스함을 머금게 되었다. 하물며 그 강 아래에 위치한 마을에는 제비가 돌아왔는가 하면 여자들이 머리 위에 병을 얹고서 물을 뜨러 가는 우물 옆 참죽나무도 하얀 꽃잎을 젖은 돌 위로 살랑살랑 흩날리고 있었다―― 그런 나른한 봄날 오후, 아메노야스카와의 강가엔 수많은 젊은이가 모여 여념도 없이 힘겨루기에 심취하고 있었다. 당초 그들은 제각기의 손에 활과 화살을 들고 머리 위 하늘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그들의 화살비 속에선 현이 울리는 용맹한 소리가 바람처럼 불었다 그치.. 2022. 6. 5.
선작 후에 ――아쿠타가와상(제22회) 선후담 - 키시다 쿠니오 이번에는 시험적인 작품이 많고 대부분 우수하여 고르고 마주하는 보람이 있었다. 그런 만큼 그중 몇 편은 우열을 겨루기 힘든 장점이 뒷받침되어 한 편을 고르는 게 쉽지 않았다. 여러 문학상이 존재하여 제각기 특색이 있고 한정된 경향에서 가장 완성도가 좋은 걸 권하는 게 전부라면 아마 이 중 몇몇 작품은 아무개 상에 걸맞으리라 여겨졌다. 문학상이란 게 자못 엄밀히 생각할 필요가 없어 보이나 내가 바라는 건 아쿠타가와상의 성격을 좀 더 확실히 하여 되도록 무난한 결과를 내는 것이다. 이 상도 창작의 한 분류인 희곡을 제외한 것도 아니 건만 한 번도 선정되지 않은 건 무언가 잘못된 느낌이 있다. 이를테면 이번에도 후쿠다 츠네아리의 "키티 태풍" 같은 수작이 예선조차 들지 못한 걸 지적하고 싶다. 어찌 되었든 나.. 2022. 5. 15.
선작 후에 ――아쿠타가와상(제25회) 선후담 - 키시다 쿠니오 매번 같은 의문을 반복하게 되나 이 아쿠타가와상의 성격을 더 확실히 하지 않으면 선발 자체가 어려워지고 상의 의미도 희박해지지 않을까 싶다. 이는 선발자 중 한 명으로서 외부에 발표할만한 의견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책임상 전형 결과를 좀 더 확실히 세간에 공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에, 이를테면 우노 코지 씨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역시 위원 투표란 제도를 명확히 해두는 게 당연하다 주장하고 싶다. 이 경우 문학 평가를 숫자로 드러내는 불합리, 불견식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여러 명이서 정할 때 다수결 이외의 방법을 쓰는 건 그 이상의 폐해를 낳기 쉬운 듯하다. 이번 경우가 특히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다른 위원의 의견을 들을 기회를 놓쳤기에 독단 판단으로 예선을 통과한 아홉 작품 중 '유리.. 2022.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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