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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5

상하이 유랑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상하이 도쿄를 뜨는 날에 나가노 소후 씨가 찾아왔다. 듣자 하니 나가노 씨도 보름 후에 중국 여행을 떠날 생각이시란다. 그때 나가노 씨는 친절하게도 뱃멀미의 묘약을 가르쳐주셨다. 하지만 모지에서 배를 타면 이틀 밤낮도 걸리지 않고 곧장 상하이에 도착하고 만다. 고작 이틀 밤낮 가량 되는 항해에 뱃멀미 약을 휴대하다니 나가노 씨의 엄살도 알만 하다――이렇게 생각한 나는 삼 월 이십일 일 오후, 지쿠고마루의 사다리에 올랐을 때에도 비바람이 부는 항구를 보며 다시 한 번 나가노 소후 화백이 바다를 두려워한 사실을 유감스럽게 여겼다. 하지만 고인을 경멸한 벌은 배가 겐카이에 오르는 동시에 서서히 바다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같은 선실을 받은 마스기 군과 윗갑판의 등의자에 앉아 있으니 배 옆에 부딪히는 파도.. 2021. 12. 24.
'중국 유랑기' 두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중국 유랑기" 한 권은 필경 내가 축복받은(혹은 내게 재앙으로 내린) Journalist적 재능의 산물이다. 나는 오사카 매일 신문사의 명을 받아 다이쇼 10년 3월 하순부터 같은 해 7월 상순에 이르는 백이십여 일 동안 상하이, 난징, 주장, 한커우, 창사, 낙양, 베이징, 다퉁, 톈진 등을 돌아보았다. 그로부터 일본에 돌아와 '상하이 유랑기', '장난 유랑기'를 하루에 하나씩 집필했다. '장강 유랑기' 또한 '장난 유랑기' 후에 역시 하루에 하나씩 집필한 미완성품이다. '베이징 일기'는 꼭 하루에 하나씩 쓴 건 아니다. 하지만 전체를 이틀 동안 쓴 기억이 있다. '잡신일속'은 후기에 쓴 걸 거의 그대로 담기로 했다. 하지만 나의 저널리스트적 재능은 이러한 통신에도 전광처럼――적어도 연극 속 전광처럼.. 2021. 12. 23.
어느 날의 오이시 쿠라노스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닫힌 장자에 아름다운 햇살이 드리우고 거칠고 늙은 매화나무의 그림자가 짧은 빛을 오른쪽 끝부터 왼쪽 끝까지 그림처럼 선명하게 점령하고 있다. 전 아사노타쿠미노카미 가문의 신하이자 당시엔 호소카와 가문서 가로家老로 있던 오이시 쿠라노스케요시카츠는 그런 장자 뒤에서 단정히 무릎을 꿇은 채로 독서에 여념이 없었다. 서적은 아마 호소카와 가문의 가신 중 한 명이 빌려 준 삼국지 중 한 권이리라. 방을 쓰는 아홉 명 중 카타오카 겐고에몬은 막 측간으로 향했다. 하야미 토자에몬은 아랫방에 가서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 외에 요시다 츄자에몬, 하라 소에몬, 마세 큐다유, 오노데라 쥬나이, 호리베 야헤이, 하자마 키헤이의 여섯 명은 장자에 드리운 햇살도 잊은 것처럼 누군가는 책에 푹 빠져 있고 또 누군가는 편지를 .. 2021. 12. 16.
개화의 남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언젠가 우에노의 박물관에서 메이지 초기 문명에 관한 전시회가 열렸을 때의 일이다. 어느 흐린 오후, 나는 그 전시회 각방을 하나하나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렇게 당시의 판화가 진열된 마지막 방에 들어갔을 때, 그 유리 선반 앞에 서서 낡은 동판화 몇 장을 바라보는 한 노신사가 눈에 들어왔다. 노신사는 키가 말쑥하게 크고 어딘가 풍류가 느껴지는 노인으로 매무새가 단정한 검은 양복에 품위 있는 보울러 햇을 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곧장 사오 일 전에 어떤 모임 자리서 소개받은 혼다 자작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가까워진지 얼마 안 된 나도 자작이 교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이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 탓에 가서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그러자 혼다 자작도 내 발소리가 귀.. 2021. 12. 12.
신들의 웃음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봄 저녁, Padre Organtino는 홀로 긴 아비토habito(법의) 자락을 끌면서 남만절 정원을 걷고 있었다. 정원에는 소나무나 노송나무 사이서 장미니 감람이니 월계수 같은 서양 식물이 심어져 있었다. 특히 꽃피우기 시작한 장미는 나무들을 희미하게 만드는 저녁노을 속에서 옅은 단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 향기는 이 정원의 정숙함에 어쩐지 일본처럼 느껴지지 않는 신비한 매력을 곁들게 했다. 오르간티노는 쓸쓸하게 모래가 붉어진 좁은 길을 걸으며 멍하니 추억에 잠겨 있었다. 로마의 대본산, 리스보아Lisboa, 리스본의 항구, 라베이카rabeca, 하베카 소리, 천도복숭아의 맛, 노래 "주, 나의 아니마(영혼)의 거울"――그러한 추억은 어느 틈엔가 이 서양 샤먼의 마음에 회향의 슬픔을 옮겨다 주었.. 2021. 12. 8.
안두의 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코콘지츠모노가타리古今実物語 하나 오사카 화공 호쿠센의 저작 중에 코콘지츠모노가타리란 책이 있다. 전후 사 권, 작가가 직접 붓을 든 삽화가 섞여 있다. 딱히 희소한 책은 아니나 조금 독특한 정취가 있어 조금 소개해볼까 한다. 코콘지츠모노가타리는 기담 스물한 편을 수록한다. 기담은 괴담 같으나 사실은 조금도 괴담이라 할 수 없다. 이를테면 "유령 니가츠도의 우왕을 두려워하다"를 보라. "이마니시무라에 헤이에몬이란 돈 많은 백성이 있었는데 그 집의 시녀가 겉보기에 뛰어나고 마음도 착하니 주인인 헤이에몬이 이를 아꼈다. 그러나 헤이에몬의 아내는 질투가 많아서 이를 듣고 분노에 가슴을 태우며 시종을 몰래 부르더니 '그 여자를 죽여라, 잘 해내면 금은을 주마'하고 말했다. 남자도 당초엔 놀랐으나 본래 욕심이.. 2021.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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