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5 다이쇼 12년 9월 1일 대지진에 관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대지진 잡기 하나 다이쇼 십이 년 팔 월, 나는 일유정과 가마쿠라에 가서 히로나야 별장의 손님이 되었다. 우리방 처마 끝에는 덩굴시렁이 이어져 있었다. 또 덩굴시렁 잎 사이로 힐끔힐끔 보라색 꽃이 보였다. 팔 월의 등나무 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그뿐일까. 화장실 창문으로 뒤뜰을 보면 수없이 겹친 황매화 나무도 꽃을 달고 있다 황매화 나무 향하는 햇살 담은 당목 지팡이 일유정 (주, 일유정은 당목 지팡이를 짚고 있다.) 또 신기한 건 작은 정원 연못에 붓꽃과 연꽃이 서로 겨루기라도 하듯이 피어 있었단 점이다. 잎이 갈라진 연꽃잎과 활짝 핀 붓꽃이구나 일유정 등나무, 황매화, 붓꽃이 모이니 이게 참 예사 일이 아니다. "자연"서 발광할 기미가 보이는 건 의심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나는 그 후로 누굴 .. 2021. 11. 22. 사쿠타로의 추억 - 사토 하루오 사쿠타로의 이름도 작품도 사이세이와 '감정'을 내던 당초부터 모르지는 않았으나 특히 주의하게 된 건 세간과 마찬가지로 그의 처녀시집 '달에 짖다'가 나왔을 때였다. 그때 나는 코지마치시타 로쿠반쵸의 신시샤와 가까운 곳에――우연히도 지금 카도카와쇼텐이 있는 그 장소에 살아서 요사노 선생님의 신시샤하고는 거의 백 미터도 되지 않는 가까운 곳에 있었으니 빈번히 요사노 선생님을 찾았다. 어느 날 신시샤의 화제로 신간 '달에 짖다' 이야기가 나와 아키코 부인이 "읽어 보셨어요?" 하고 물었다. 나는 아직 읽지 않았으니 그대로 대답하니 히로시 선생님께선 곧장 "그건 서둘러 읽을 필욘 없어." 그런 한 마디로 딱 자르는 듯한 말투로 말하셨으나 아키코 부인께서는 그걸 달래기라도 하듯이 "그래도 오가이 선생님도 재밌다고.. 2021. 11. 19. 콘바루카이의 '스미다가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는 어느 이른 봄 밤, 후지미쵸의 호소가와코 무대에 콘바루카이의 노를 보러 갔다. 좀 더 정확히는 되려 사쿠라마 킨타로 씨의 '스미다가와'를 보러 간 것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무대를 찾은 건 "하나가타미"인지가 끝난 후 "스미다가와"가 시작되기 전의 일이다. 나는 어떠한 시바이를 보아도 관람석을 가득 매운 손님보다 재밌는 시바이를 만난 적이 없다. 물론 내 친구가 쓴 멋진 시바이는 예외이다. 그런 시바이를 볼 때는 대개 관객 따위는 잊고 만다. 왜냐면 옆에서 자신의 시바이를 보는 작가는 관객보다 재밌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어찌 되었든 시바이의 관객은 시바이보다도 항상 재밌기 마련이다. 노도 이 예외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 시절 노의 관객 중에는 아가씨들이 많이 섞여 있었다. 또 .. 2021. 11. 18. 바쇼에 관한 보잘 것 없는 의견 - 사토 하루오 우수한 시인을 보면 동시에 날카로운 비평가이기도 하며 준민한 저널리스트(시무를 아는 사람)을 겸하고 있다. 이걸 시적 재능의 삼위일체라고 해야 할까. 샤를 보들레르, 에드거 포가 이와 같다. 아니 동서고금의 걸출한 시인은 모두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는 키노 츠라유키, 가까이로는 요사노 텟칸이나 이시카와 타쿠보쿠가 해당하리라. 이와 마찬가지로 두뇌에도 조합의 차이나 질의 높낮음은 분명 존재한다. 이러한 시인 중 우리나라서 최고이자 최대를 나는 일본 시가 중흥의 선조인 바쇼서 본다. 그는 그 날카로운 비평안으로 고대의 우리 문예에서 그 전통으로 삼아야 할 것과 취해야 할 해외(이는 물론 중국을 말한다)의 문학을 취사선택했다. 그리고 저널리스트 바쇼는 시간의 동향이나 요구에 미루어 바쇼풍을 세우.. 2021. 11. 17. 잡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치쿠덴 치쿠덴은 좋은 사람이다. 롤랑의 평가 같은 걸 배우면 좋은 화가 이상으로 좋은 사람이다. 세상이 알아줬으면 하는 화가가 있다면 타이가의 다음 가는 사람이지 싶다. 친구이자 동지의 산요의 재능은 치쿠덴보다 크게 못하다. 산요가 나가자키서 놀 때 화류계서 놀았다는 의심을 풀기 위해 "家有縞衣待吾返집에선 아내가 내가 돌아오는 걸 기다리는데 孤衾如水已三年홀로 이불 덮은 지 삼 년이로구나"하는 시를 지은 건 살짝 미간이 찌푸러지지만 치쿠덴이 마찬가지로 나가사키서 "不上酒閣주객에 오르지 않고 不買歌鬟償노래와 여자를 사지 않으니 周文画주문의 그림은 筆頭水기필의 물이요 墨余山각필의 산이구나"하는 말을 하는 건 아마 진실을 말한 것이리라. 치쿠덴은 시와 글, 그림 모두 탁월하였으나 와카만은 교묘하지 못 했다. 화.. 2021. 11. 16. 소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크리스마스 작년 크리스마스 오후, 호리카와 야스키치는 스다쵸의 구석에서 신바시행 승합자동차를 탔다. 그의 자리는 있었으나 자동차 안은 여전히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만원이었다. 그뿐 아니라 지진 후 도쿄의 길거리는 자동차를 모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야스키치는 오늘도 평소처럼 주머니에 넣어둔 책을 꺼냈다. 하지만 카지쵸에도 이르지 않은 사이에 기어코 독서만은 단념했다. 이 안에서도 책을 읽으라는 건 기적을 행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적은 그의 직업이 아니었다. 아름다운 원광을 두른 과거의 서양 성자의――아니, 그의 옆에 앉은 가톨릭 선교사는 눈앞에서 기적을 행하고 있다. 선교사는 모든 걸 잊은 것처럼 작은 서양 문자가 적힌 책을 읽고 있다. 나이는 벌써 쉰은 되었으리라. 철 테두리의 코안경을 쓴 닭.. 2021. 11. 13. 이전 1 ··· 6 7 8 9 10 11 12 ··· 60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