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5 점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오사가리 오늘은 오사가리다. 물론 사이지키를 찾아보니 이튿날은 오사가리라 안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봉래를 장식한 2층서 보면 역시 마음만은 오사가리다. 아래서는 갓난아기가 울고 있다. 혀에 종양이 생겼다는데 아감창이 생기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싶다. 가만히 코타츠 안에 들어가 "츠즈라후미"를 읽어도 마음은 어느 틈엔가 그 우는소리를 따라가곤 한다. 우리 집은 순거가 아니다. 속세의 괴로움은 오사가리인 오늘도 거리낌 없이 나를 어렵게 한다. 과거에 어느 오사가리 날, 방에서 누나나 누나 친구들과 하고를 가지고 논 적이 있다. 그 동료 중에는 나 이외에도 나보다 몇 살인가 많은 얌전한 소년이 섞여 있었다. 그는 그 자리의 소녀들과 나란히 사이가 좋았다. 그런 상황서 하고를 떨어트리면 하고이타를 양보하는 규칙.. 2021. 10. 22. 한 줌의 흙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오스미가 아들과 사별한 건 찻잎을 떼기 시작할 즘이었다. 아들 니타로는 여덟 해 가량을 앉은뱅이나 다름 없이 자리에 누워 있었다. 그런 아들이 죽은 건 "내세에 복을 받을 거다"란 말을 듣는 오스미에게도 마냥 슬픈 일이라고만은 할 수 없었다. 오스미는 니타로의 관 앞에서 향을 하나 올릴 적에는 어찌 됐든 아사히나의 긴 동굴 따위를 겨우 빠져 나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니타로의 장례식이 끝난 후 가장 먼저 문제가 된 건 며느리인 오타미였다. 오타미에겐 남자 아이 하나가 있었다. 그런 데다가 누워 있던 니타로를 대신하여 밭일의 태반을 해주었다. 그런 상황에서 집을 나서면 아이를 돌보는 게 어려워지는 건 물론이요 생활조차 꾸려낼 수 있을 거 같지 않았다. 하물며 사십구 재도 있으니 오타미에게 새남편을 주.. 2021. 10. 21. 츠네토 쿄 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츠네토 쿄는 제1고등학교 시절의 친구이다. 기숙사도 같이 써서 1년간 3번방에서 함께 지냈다. 당시의 츠네토는 아직 법과 소속이 아니었다. 1부 을반, 즉 영문과 학생이었다. 츠네토는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점심시간에 낮잠을 자고 밤 열한 시 소등 전에 이빨을 닦고 잠자리에 들었다. 생활이 어찌나 규칙적인지 이마누엘 칸트의 재림이거나 시계의 진자인가 싶을 정도였다. 당시 우리 반에는 쿠메 마사오니 키쿠치 칸이니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작지 않았다. 그러한 호걸은 츠네토와 달리 술을 마시거나 새벽까지 노는 등 천마가 하늘을 가는 듯 혹은 승합자동차가 거리를 달리는 듯 자유로운 생활을 누렸다. 때문에 츠네토의 생활은 그러한 호걸들의 생활에 비해 한 층 더 규칙적으로 보였으리라. 나는 츠네토의 친구이지.. 2021. 10. 19. 염인파염원입례첩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엔쟈쿠세이란 사람이 '분게이슌쥬' 3월호에 니고잔념첩옛것을 아쉬워하다는 글을 실었다. 이 글을 보기에 우리가 긍정하기 어려운 게 둘셋 있어 아래에 그걸 적어 엔쟈쿠 세이의 뜻을 묻는다. (하나) 춘대春台란 말이 노자에서 나왔음은 들었다. 노자에 "중인희희사람들이 즐거워한다 여향태뢰소를 잡아 잔치를 여는 게 여등춘대봄철 누각에 오른 듯하구나"라 되어 있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춘대, 봄철 누각을 "천자가 시녀와 놀던 곳"이라 해석하는 건 어떤 출처를 기반하는가. 내 어리석은 소견에 따르면 춘대란 예부礼部의 이명일지다. 예부는 춘대 이외에도 용대나 남성이라고도 하며 예위란 표현도 사용된다. 봄 춘春자가 들어갔다 한들 꼭 여자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니다. 송의 그림 중에 춘궁비유도가 있어 춘화가 춘궁.. 2021. 10. 18. 단편 소설은 왜 부진한가 - 사토 하루오 단편 소설은 왜 부진한가.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에는 사실 그런 현상을 아직 깨닫지 못 했다. 그러나 요즘 잡지에는 소위 중간 소설이란 게 늘어서 이전과 같은 단편 소설은 존재감이 많이 희박해졌다. 그런가 하면 새로운 형태의 단편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독자가 단편을 바라지 않는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아쿠타가와의 작품은 여전히 즐겨 읽히고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그런 문제를 듣고 보니 확실히 그런 사실은 있는 듯했다. 저널리스트의 착안에 감탄함과 동시에 자신의 어리석음도 깨달았다. 굳이 자기변호를 하려는 생각은 없으나 나는 사실 현대 문단에 별 흥미도 관심도 없으며 내가 하고 싶은 일에만 열중하였다. 요즘 들어선 요 일 년 가량 양산박의 호걸들하고만 살아서 현대 문학과 접촉하는 건 거.. 2021. 10. 17. 루시헤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천주초성세계하느님께서 처음으로 세계를 만들 때 수조삼십육신함께 서른 여섯 신을 만드셨다 제일거신가장 높은 신을 운로제아루시헤루라 한다 (중략) 자위지여천주등그는 스스로 말하길 자신이 하늘과 같다고 했다. 천주노이폄지옥하느님께서 이에 분노하셔 지옥에 떨어트리셨다. (중략) 로제수입지옥수고루시헤루는 지옥에서 고통받는다. 이일반혼신작마귀유행세간하지만 절반의 혼은 신이기에 마귀가 되어 세상에 내려와 퇴인선념사람에게서 선함을 앗아간다고 한다. ―좌벽제삼벽열성문애유락답허대수어― 하나 파데우스破提宇子라는 천주교를 논리적으로 비난한 책은 아는 사람도 적지 않을 터이다. 이는 겐나 6년, 카가의 파비안이란 자가 쓴 책이다. 파비안은 당초 남만절에서 살던 천주교도였으나 그후 모종의 사정으로 DS 여래를 버리고 불문으로 귀.. 2021. 10. 16.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60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