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5 말 다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오노 한자부로란 남자이다. 아쉽게도 대단한 남자는 아니다. 베이징 미츠비시에 근무하는 서른 전후의 회사원이다. 한자부로는 상과 대학을 졸업한 후 두 달째에 베이징에 오게 되었다. 동료나 상사의 평가는 별반 좋다고 할 수 없다. 단지 나쁘다고도 할 수 없다. 평범한 게 한자부로의 풍채와 똑 닮았다.또 하나 덧붙이자면 한자부로의 가정생활과 똑 닮았다. 한자부로는 삼 년 전에 어떤 아가씨와 결혼했다. 아가씨 이름은 츠네코였다. 이 또한 아쉽게도 연애 결혼은 아니다. 어느 친척 노부부에게 중매를 부탁한 중매결혼이었다. 츠네코는 미인이라 할 정도는 아니었다. 또 물론 추악하다가도 할 수 없었다. 단지 둥글게 부풀어 오른뺨은 항상 미소 짓고 있었다. 펑톈에서 베이징으로 오는 도중 침대차서 빈대.. 2021. 10. 15. 도조문답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텐노지 별당, 도묘 아자리는 홀로 슬쩍 마루서 빠져나와 경상經床 앞에 앉더니 그 위에 놓인 법화경 8권을 등불 아래에 펼쳤다. 등불의 불은 꽃과 같은 모양을 맺으며 나전 경상을 밝게 비추고 있다. 귀에 들어오는 건 키쵸 너머에 누워 있는 이즈미 시키부의 숨소리리라. 봄밤의 조시는 마냥 조용해서 쥐 우는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아자리는 하얀 비단 테두리를 두른 방석에 앉아 시키부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작은 소리로 조용히 법화경을 읽었다. 그게 이 남자의 습관이었다. 다이나곤 후지와라노미치츠나의 아이로 태어나 텐다이자스 지에 대승정의 제자로 자랐지만 삼업의 수행도 하지 않았고 오계도 지녀 본 적이 없다. 아니 되려 "하늘이 내려준 건 호색 밖에 없다"는 Dandy 계급에 속할 법한 생활마저 계속하고 있다... 2021. 10. 13. 멧도요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천팔백팔십 년 오 월 며칠의 저녁이다. 2년 만에 아스나야 폴랴나를 찾은 Ivan Turgenyef는 주인인 Tolstoi 백작과 함께 바론카강 너머의 잡목림에 도요새 사냥을 나갔다. 사냥 일행 중에는 이 두 늙은이 이외에도 아직 젊음을 잃지 않은 톨스토이 부인이나 개를 끄는 아이들이 더해졌다. 바론카강으로 향하는 길은 대부분 밀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일몰과 함께 불어온 미풍은 그 보리잎을 흔들며 조용히 흙냄새를 옮겨왔다. 톨스토이는 총을 어깨에 짊어진 채로 선두서 걸었다. 그리고 이따금 뒤를 돌아보고는 톨스토이 부인과 걷고 있는 투르게네프에게 말을 걸었다. 그때마다 "아버지와 아들"의 작가는 살짝 놀란 듯이 눈을 뜨며 기쁜 투로 매끄러운 대답을 했다. 때로는 또 폭이 넓은 어깨를 흔들며 갈라진 웃음소.. 2021. 10. 12. 속 징강당잡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나츠메 선생님의 글씨 내게도 이따금 나츠메 선생님의 글씨를 검정해달라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내 안광으로는 도무지 분명히 검정할 수 없다. 단지 새빨간 위작만은 저절로 정체를 드러내준다. 나는 요즘 그런 가짜 중에서 결코 위작이라 생각할 수 없는 부채 하나를 만났다. 확실히 이 부채에 적힌 구는 소세키란 이름은 붙어 있어도 나츠메 선생님이 쓴 게 아니다. 하지만 또 구나 글씨체를 보면 나츠메 선생님의 위작을 만들기 위해 쓴 게 아닌 것도 확실하다. 이 소세키란 누구인가? 태백당 삼세 무라타 토린 또한 첫 호가 소세키였다. 하지만 내가 본 부채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나는 그 위작 아닌 위작이라 불러야 할 부채의 필자를 정말이지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참고삼아 말한다. 나츠메 선생님의 글씨도 근.. 2021. 10. 10. 징강당잡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타이가의 그림 나는 요즘 타이가의 그림이 가지고 싶다. 하지만 그건 타이가기만 하면 돈을 아끼지 않는단 말은 아니다. 고작해야 오십 엔 정도의 한 폭을 구하고 싶을 뿐이다. 타이가는 대단한 화가이다. 과거에 타카쿠 아이가이는 무일푼의 곤경에서도 한 폭의 타이가만은 놓지 않았다. 그런 영령한의 붓을 통해 이루어진 그림은 몇백 엔이라도 비쌀 게 없다. 그런 걸 오십 엔으로 깎으려 드는 건 내게 돈이 얼마 없는 슬픔 때문이다. 하지만 타이가의 그림을 생각하면 설령 오백만 엔을 내든 나처럼 오십 엔을 내든 저렴한 건 매한가지일지 모른다. 예술품의 가치를 우표나 지폐로 환산할 수 있다 생각하는 건 지독한 속물뿐이다. Samuel Butler가 쓴 글에 따르면 그는 항상 "질 좋고 잘 보관된 사십 실링 정도의.. 2021. 10. 9. 시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어느 봄의 늦은 오후입니다. 시로란 개는 땅에 코를 얹고서 조용한 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좁은 거리의 양옆에는 싹이 돋은 나무 울타리가 이어져 있고 그 울타리 사이서는 힐끔힐끔 벚꽃도 피어 있습니다. 시로는 울타리를 따라 불쑥 뒷골목으로 빠졌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몸을 돌리다 마치 깜짝 놀라기라도 한 것처럼 불쑥 멈춰 섰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그 뒷골목의 십 미터 언저리에는 시루시반텐을 입은 개장수 하나가 함정을 뒤에 숨은 채로 한 검은 개를 노리고 있었으니까요. 심지어 검은 개는 아무것도 모른 채 개장수가 던져 준 빵을 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로가 놀란 건 그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잘 모르는 개라면 또 모를까 지금 개장수가 노리는 개는 옆집이 기르는 쿠로였으니까요. 매일 아침 얼굴을.. 2021. 10. 8.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60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