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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5

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어느 봄의 어두운 아침이었다. 히로코는 교토의 주차장에서 토교행 급행 열차를 탔다. 결혼 후 2년 만에 어머니의 건강을 살피기 위함이기도 했으며 외할아버지의 금혼식에 참석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물론 그 외의 용무도 존재했다. 그녀는 마침 이번 기회에 동생 타츠코의 연애 문제도 해결하고 싶었다. 동생의 희망을 이뤄주든 이뤄주지 않든 어찌 되었든 해결은 해야겠지 싶었다. 히로코가 이 문제를 알게 된 건 4, 5일 전 받은 타츠코의 편지를 읽었을 때였다. 히로코는 한창때인 동생에게 연애 문제가 생긴 걸 별로 의외로 여기지 않았다. 예상했다고 할 정도는 아니라도 당연하다는 생각은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그 연애 상대로 아츠스케로 골랐다는 말만큼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히로코는 기차서 흔들리는 지금도 아.. 2021. 9. 30.
횻토코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아즈마바시의 난간에 사람이 여럿 모여 있다. 이따금 순사가 찾아와 잔소리를 하지만 곧장 원래대로 인파가 생기고 만다. 다들 다리 밑을 지나는 꽃구경 배를 보기 위해 서있는 것이었다. 배는 강 아래에서 한두 척씩 썰물의 강을 올라온다. 대부분은 전마선에 호모멘의 천장을 달고 그 주변에 홍백의 막을 걸치고 있다. 그리고 뱃머리에는 깃발이나 고풍스러운 노보리를 세워두고 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취한 듯했다. 막 사이서는 손수건을 머리에 뒤집어 두른 사람들이 "한 잔, 두 잔"하고 잔을 들어 올리는 게 보인다. 고개를 저으면서 무어라 괴롭게 읊고 있는 게 보인다. 그런 게 다리 위 사람 입장에선 우습기 짝이 없다. 하야시나 악대를 태운 배가 다리 아래를 지나면 다리 위에선 "와아"하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2021. 9. 29.
오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겐나인가 칸에이인가. 어찌 되었든 먼 옛날의 일이다. 그 시절에도 천주의 가르침을 받은 사람은 발견하는 족족 불로 태우거나 창으로 찔러 죽였다. 하지만 박해가 심해지는 만큼 "만사를 이루어주시는 주님"도 그 시절에는 한층 더 이 나라의 신자들에게 널리 가호를 내리셨던 모양이다. 나가사키 주변의 마을에는 이따금 지는 해의 빛과 함께 천사나 사도가 찾아오는 일이 있었다. 실제로 그 상 죠안 바치스타세례자 요한마저 한 번은 우라카미의 신자 미겔 야헤이의 물레방앗간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 동시에 악마 도한 종교의 정진을 막기 위해 때로는 익숙지 않은 흑인이 되어 때로는 배를 타고 건너 온 풀과 꽃이 되어 때로는 아지로카고가 되어 이따금 같은 마을에 출몰했다. 밤낮을 구분치 않는 흙감옥에서 미겔 .. 2021. 9. 28.
클라리몽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역 형제, 자네는 지금 나보고 사랑한 적이 있나 물은 건가? 그야 왜 없겠나. 내 이야기는 묘하고 무서운 이야기지. 나도 이제 예순여섯이 되었는데 지금마저도 그 순간의 기억엔 재를 뿌리지 않으려 하고 있다네. 자네에게는 무엇 하나 숨기지 않을 생각인데, 이야기가 이야기인 만큼 나보다도 경험이 부족한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는군. 그럴 만도 한 게 내 이야기의 전말은 너무나도 신비하며 내가 그 사건에 얽혀 있었다는 건 스스로도 믿기지 않거든. 나는 3년 넘게 가장 신비하고 가장 기묘한 환혹의 희생자가 되어 있었지. 나는 볼품없는 시골서 성직자일을 하고 있었지. 매일 밤 꿈에는――나는 그게 전부 꿈이길 바라고 있는데――다섯 욕심으로 점철된 저주해 마땅할 생활을, 말하자면 사르다나팔로스와 같.. 2021. 9. 26.
히나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는 어느 노파의 이야기다. ……요코하마에 사는 어느 미국인에게 히나 인형을 파는 약속을 하게 된 건 11월 경의 일이었습니다. 키노쿠니야라는 저희 집안은 대대로 각 다이묘의 어용상인을 맡았고 특히 시치쿠 할아버지께서는 다이츠 중 한 명이셨으니 히나는 제가 보아도 꽤나 잘 만들어져 있었지요. 특히 다이리비나는 여자 히나 인형은 왕관의 영락에도 산호를 쓰고 있고 남자 히나 인형은 시오제 세키타이에도 죠몬과 카에몬이 엇갈리게 누벼져 있는 그런 히나였지요. 그마저도 팔라니 저희 아버지 12대 키노쿠니야 이헤이가 어느 정도 괴로워했는지 대강 추측이 가리라 봅니다. 그럴 만도 한 게 도쿠카와 가문의 와해 이후로 어용금을 내려주신 건 카슈 님 뿐이셨으니까요. 그마저도 삼천 량의 어용금 중 백 량 밖에 주지 않으셨지.. 2021. 9. 25.
줄리아노・키치스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줄리아노・키치스케는 히젠노쿠니 소노키고오리 우라카미무라 출신이었다. 일찍이 부모와 헤어져 어릴 적부터 주변의 오토나 사부로지란 남자의 하인이 되었다. 하지만 우둔함을 타고 난 그는 시종始終 동료들에게 놀아나며 소나 말이나 진배 없이 일해야 했다. 그런 키치스케가 열아홉일 적에 사부로지의 외동딸인 카네란 여자에게 연모를 품게 되었다. 카네란 물론 이 하인의 연모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그뿐 아니라 사람 나쁜 동료들은 일찍부터 이를 알고는 그를 비웃기 시작했다. 키치스케는 우둔하니까 정의 괴로움에 견디지 못 했는지 어느 밤 몰래 그간 지내 온 사부로지 집안을 떠났다. 그로부터 삼 년 동안 키시츠케의 소식은 묘연해져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후 그는 거지꼴을 하고서 다시 우라카미무라에 돌아왔다... 2021.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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