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5 치코야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카시이 전투가 있었던 건 겐나 원년 4월 29일이었다. 오사카 세력 중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반단에몬 나오유키, 탄나와로쿠로뵤에 시게마사 등도 이 전투에서 전사했다. 특히 반단에몬 나오유키는 금장대에 십문자 창을 꽂고 자루가 부러질 때까지 싸우다 카시이의 거리 안에서 사망했다. 4월 30일의 느즈막한 시각, 그들의 군세를 타파한 아사노타지마노 카미나가아키라는 오고쇼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전투의 승리를 보고하며 나오유키의 목을 헌상했다.(이에야스는 4월 17일 이후로 니죠성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건 쇼군 히데타다가 에도에서 올라오는 걸 기다린 후 오사카 성을 공격하기 위함이었다.) 이때 사신을 맡은 게 나가아키라의 가신인 세키 소베이, 테라카와 마사노스케 둘이었다. 이에야스는 혼다사도노 카미마사즈미에게.. 2021. 9. 17. 변환과 그 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변환 만물의 윤회를 믿는 나지만 직접 세태世態의 변환을 보는 건 조금이나마 감개를 느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언젠가 울타리 밖에서 "가지 모종, 오이 모종……디기탈리스 모종, 고산 식물 모종"이라는 모종 팔이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에는 세상이 달라진 걸 느꼈다. 하지만 더욱 놀란 건 얼마 전 문득 선반 위 책을 엔가와의 햇빛으로 내놓을 때였다. 나는 본래 좀이란 벌레는 결코 일본책이나 중국책 이외엔 먹지 않는다 믿고 있었다. 하지만 1925년의 좀벌레는 배를 타고 건너온 책의 등에도 구멍을 뚫었다. 나는 이 좀벌레의 흔적을 바라보며 진화론을 떠올리고 라마르크를 떠올리고 일본 문화상에 벌어진 유신 이후 60년의 변환을 떠올렸다. 30세기의 좀벌레 쯤 되면 장뇌나 나프탈렌도 먹을지 모른다. 어떤 항의 "문단에.. 2021. 9. 16. 두 통의 편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는 어느 기회로 아래에 적을 두 통의 편지를 손에 넣었다. 하나는 올해 2월 중순, 하나는 3월 중순――경찰서장에게 선불로 보내진 편지이다. 그런 걸 여기에 공표하는 이유는 편지가 스스로 설명하리라. 첫 번째 편지. ――경찰서장 각하께. 무엇보다 먼저 각하께서는 제가 제정신임을 믿어주셔야 합니다. 이는 제가 갖은 신성한 것에 맹세코 보증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부디 제게 정신 이상이 없다는 걸 믿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이 편지를 각하께 올리는 게 무의미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야 제가 이런 긴 편지를 쓰며 괴로워 할 이유도 없을 테지요. 각하, 저는 이 편지를 쓰기 전에 굉장히 주저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편지를 쓰는 이상 저는 저희 일가의 비밀마저 각하 앞에 폭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2021. 9. 15. 오오가와의 물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는 오오가와바다 근처 마을에서 태어났다. 집을 나와 모밀잣밤나무의 어린잎으로 둘러싸인 검은 울타리가 많은 요코아미의 긴 골목길을 빠져나오면 곧장 폭이 넓은 강줄기가 보이는 말뚝이 많은 강가가 나왔다. 어릴 적부터 중학교 졸업 때까지 거의 매일 같이 그 강을 보았다. 물과 배와 다리와 모래와 물 위에서 태어나고 물 위에서 생활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보았다. 한여름 오후에 달아 오른 모래를 밟으며 수영을 배우러 가는 길에 맡지 않아도 코로 다가오는 강의 물 냄새도 나이 먹은 이제는 그리운 추억처럼만 느껴진다. 나는 왜 이렇게나 그 강을 사랑하는 걸까. 본래는 진흙에 탁해진 오오가와의 미적지근한 물에 한없는 그리움을 느끼는 건 어째서일까. 스스로도 그 설명은 쉽지 않다. 단지 나는 어릴 적부터 그 물을.. 2021. 9. 14. 담뱃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카슈 이시카와의 카나자와죠 성주, 마에다 나리히로는 참근 중 혼마루에 오를 때마다 반드시 애용하는 담뱃대를 챙겼다. 당시 유명한 담뱃대상 스미요시 시치베의 손을 탄 순금에 켄우메바치 문양이 그려진 몇 안 되는 담뱃대였다. 마에다 가문은 막부 제도상 5세인 카가노 가미츠나노리 이후로 오오로카에 입성했고 자리는 도쿠가와 일가 세 가문의 다음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유복함 또한 당시의 다이쇼묘 중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가 거의 없었다. 그러니 그 당주인 나리히로가 순금 담뱃대를 지닌 건 되려 신분에 걸맞는 장식품을 지닌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리히로는 그런 담뱃대를 지닌 걸 굉장히 의기양양해 했다. 물론 단언하자면 이런 그의 심리는 결코 담뱃대 자체를 아꼈기 때문은 아니다. 그는 그런 .. 2021. 9. 13. 문장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호리카와 씨. 조사弔詞 하나만 적어주시겠습니까? 토요일에 혼다 소령의 장례식이 있는데――그때 교장 선생님께서 읽으실 거라서요……" 후지타 대령은 식당을 나와 야스키치에게 이런 말을 했다. 호리카와 야스키치는 학교 학생들에게 영어 읽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수업 틈틈이 조사를 쓰거나 교과서를 편집하거나 어전 강연의 참석을 하거나 외국 신문 기사를 번역하는 둥――이따금 그런 일도 해야만 했다. 그런 걸 부탁하는 건 항상 이 후지타 대령이다. 대령은 겨우 마흔 정도 됐을까. 칙칙하게 타고 살이 늘어진 신경질적인 얼굴을 하고 있다. 야스키치는 대령보다도 한 걸음 뒤를 걸으며 저도 모르게 "어라?"하고 말했다. "혼다 소령께서 돌아가셨습니까?" 대령도 "어라?"하고 말하듯이 야스키치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2021. 9. 12.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60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