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카슈 이시카와의 카나자와죠 성주, 마에다 나리히로는 참근 1 중 혼마루에 오를 때마다 반드시 애용하는 담뱃대를 챙겼다. 당시 유명한 담뱃대상 스미요시 시치베의 손을 탄 순금에 켄우메바치 2 문양이 그려진 몇 안 되는 담뱃대였다.
마에다 가문은 막부 제도상 5세인 카가노 가미츠나노리 이후로 오오로카에 입성했고 자리는 도쿠가와 일가 세 가문의 다음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유복함 또한 당시의 다이쇼묘 중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가 거의 없었다. 그러니 그 당주인 나리히로가 순금 담뱃대를 지닌 건 되려 신분에 걸맞는 장식품을 지닌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리히로는 그런 담뱃대를 지닌 걸 굉장히 의기양양해 했다. 물론 단언하자면 이런 그의 심리는 결코 담뱃대 자체를 아꼈기 때문은 아니다. 그는 그런 담뱃대를 일상적으로 입에 물 수 있는 자신의 세력이 다른 자들에 비해 우월한 걸 기뻐했던 것이다. 요컨대 그는 카슈의 백만 돌이 순금 담뱃대가 되어 어디로든 가져갈 수 있단 사실에 의기양양해 했다――그렇게 말해도 지장이 없다.
그럴 지경이니 나리히로는 성에 있는 동안 담뱃대를 놓는 법이 거의 없었다.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물론이요 홀로 있을 때도 담뱃대를 품안에서 꺼내놓고 대범하게 입에서 물면서 나가사키 담배의 향이 진한 연기를 유유히 내뿜고는 했다.
물론 이러한 의기양양함은 담뱃대든 그걸로 대표되는 햐쿠만고쿠든 남들에게 내보이며 우쭐해할 만한 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지 않더라도 주위의 주목이 이 담뱃대에 모일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시선을 의식하는 게 나리히로를 꽤나 유쾌하게 만들었다――실제로 그는 동석한 다이묘가 담뱃대가 훌륭하니 보게 해달라고 했을 때에는 항상 마시는 담배 연기마저 한 층 더 짜릿하게 혀를 자극하는 것처럼만 느껴질 정도였다.
둘
나리히로가 가진 순금 담뱃대에 놀란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화제로 삼기 좋아한 건 소위 오보즈お坊主, 중이라 불리는 탁발무사 계급이었다. 그들은 똘똘 뭉쳐 코를 맞대고는 이 '카가의 담뱃대'를 소재로 특기인 혀를 놀리곤 했다.
"역시 다이묘가 쓰는 건 달라."
"같은 물건이라도 달리 써먹을 구석이 있으니까."
"전당포에 주면 얼마나 받을 수 있으려나."
"귀공도 아니고 그런 물건을 누가 전당포에 주나."
대강 이런 식이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오보즈 대여섯 명들이 둥근 머리를 모은 채 담배를 태우며 그 담뱃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차를 대접하는 일을 하는 코우치야마 소슌이 다가왔다――훗날에 "텐포육가선" 속에서 주된 rolé을 맡게 되는 남자이다.
"또 담뱃대 이야기인가?"
코우치야마는 오보즈들을 흘기며 코웃음을 쳤다.
"조각도 그렇고 사용된 금도 그렇고 훌륭하잖나. 은 담뱃대조차 없는 사람에겐 보는 것마저 힘들 정도야……"
신이 나서 이야기하던 료테츠란 오보즈가 문득 정신이 들고 보니 소슌이 어느 틈엔가 그의 담배 상자를 가로 채 그 안에 담배를 담아서는 유유히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봐, 그건 귀공 담배가 아니잖나."
"아무렴 또 어떤가."
소슌은 료테츠를 보지도 않고 다시 담배를 담았다. 그마저도 다 태우고는 미적지근한 하품을 한 번 내쉬며 담배 상자를 적당히 던져주었다.
"참 나쁜 담배잎로군. 담배를 좋아하는 거 같더니?"
료테츠는 황급히 담배 상자를 넣어버렸다.
"아니 뭐, 순금 담뱃대가 있으면 담배가 나빠도 태울만 하단 거지."
"또 그 소리야?"하고 되풀이하고는 "그렇게 순금이 좋으면 왜 담뱃대를 하사 받으려 하지 않나?"
"하사받는다고?"
"그래."
료테츠는 상대의 안하무인함에 질려버린 모양이다.
"그거야 당연히 아무리 내가 가지고 싶어 해도……하다못해 은 담뱃대면 족하지……아무튼 순금이라고. 그 담뱃대는."
"알 바야? 순금이니까 받아야지. 놋쇠 담뱃대를 받으려는 녀석이 어디 있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료테츠는 깔끔하게 민 머리는 쓰다듬으며 몸을 움츠렸다.
"자네가 안 받으면 내가 받아야지. 나중에 부러워나 말게나."
코우치야마는 이렇게 말하고는 담뱃대를 털면서 어깨를 으쓱이더니 껄껄 웃었다.
셋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있었던 일이다.
나리히로가 여느 때처럼 한 방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자니 서왕모가 그려진 금 후스마가 조용히 열렸다. 쿠로테지마로 된 키하치죠에 검은 몬츠키 하오리를 입은 오보즈 하나가 공손히 그의 앞으로 기어온다. 얼굴을 들지 않아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나리히로는 무슨 볼일이 있지 싶어 너그럽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냐."
"네, 이 소슌이 바람는 게 하나 있습니다."
코우치야마는 이렇게 말하고는 잠시 말을 끊었다. 그리고 다음 말을 하는 사이에 천천히 고개를 들고 끝내는 나리히로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이런 종류의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일종의 애교를 품으며 뱀이 사냥감을 노리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대단한 건 아닙니다만 지금 손에 드신 담뱃대를 제게 하사해주셨으면 합니다."
나리히로는 저도 모르게 손에 들고 있던 담뱃대를 보았다. 그 시선이 담뱃대에 떨어지는 것과 코우치야마가 뒤쫓듯이 말을 이은 건 거의 동시에 벌어졌다.
"어려우시겠습니까?"
소슌의 말속에 담긴 건 꼭 바람만이 아니었다. 오보즈란 계급이 갖은 다이묘에게 가지고 있는 위협의 뜻도 담겨 있다. 번잡한 행사와 예법이 많은 성 안에서는 천하의 제후도 오보즈의 지시를 따라야 할 때가 있다. 나리히로에겐 한 편으론 그런 약점이 있었다. 또 한 편으로는 체면상 옹졸하고 베풀 줄 모른다는 소문이 나는 게 싫다는 심정이 있었다. 심지어 그에게 순금 담뱃대 그 자체는 결코 구하기 힘든 물건이 아니었다――이러한 두 동기가 하나가 되었을 때 그의 손은 저절로 코우치야마에게 담뱃대를 내밀고 있었다.
"그래, 들어주마. 가져가라."
"감사합니다."
소슌은 순금 담뱃대를 받아 들고 공손히 인사한 후 다시 서모왕이 그려진 후스마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물러나는 박자에 누군가가 뒤에서 소매를 잡아 당겼다. 돌아보자 그곳에는 료테츠가 히죽히죽 웃으며 그의 손바닥 위에 있는 순금 담뱃대를 부럽다는 양 가리켰다.
"여 보라지."
코우치야마는 작은 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담뱃대의 안수 부분을 료테츠의 코 부분에 들이밀었다.
"기어코 얻어냈군."
"그러니까 말했잖나. 이제와 부러워 해봐야 늦었어."
"다음에는 나도 하사 받아야겠군."
"헹, 멋대로 하시라지."
코우치야마는 담뱃대를 되돌리고는 후스마 너머로 나리히로를 한 번 보더니 또 어깨를 으쓱이고는 웃어 보였다.
넷
그럼 담뱃대를 하사해야 했던 나리히로는 불쾌했는가. 사실 꼭 그렇지마는 않다. 그건 그가 성에서 물러나면서 평소 이상으로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 있기에 함께한 사무라이가 의아해 물은 걸로 알려졌다.
그는 되려 소슌에게 담뱃대를 준 걸로 일종의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그 만족도는 담뱃대를 들고 있었을 때보다도 컸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왜냐하면 그가 담뱃대를 의기양양해 하는 건 앞서도 말한 것처럼 담뱃대 그 자체를 아끼기 때문이 아니다. 실은 담뱃대 형태를 한 햐쿠만고쿠가 자랑스러웠다. 그러니 그의 이 허영심은 순금 담뱃대를 애용하는 걸로 만족할 수 있는 것처럼 그런 담뱃대를 거리낌 없이 타인에게 주는 걸로 더 만족할 수 있었던 거 아닐까. 담뱃대를 코우치야마에게 줄 때에 외부 사정에 어느 정도 휩쓸린 면이 있더라도 그 탓에 그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혼고의 저택으로 돌아온 나리히로는 부하 사무라이에게 유쾌한 투로 말했다.
"담뱃대는 소슌이란 오보즈한테 줬어."
다섯
사정을 들은 가신들은 나리히로의 관대함에 놀랐다. 하지만 가신 필두인 야마자키 카자에몬, 의복과 차림을 관리하는 이와다 쿠라노스케, 재정을 담당하는 카미키 쿠로에몬――이 세 사람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카슈번의 경제를 생각하면 물론 순금 담뱃대 하나 정도는 어려울 게 없다. 하지만 명절과 보름날, 또 매달 28일 등을 이유로 성으로 갈 때마다 하나씩 오보즈들에게 담뱃대를 주어서야 만만치 않은 지출이 된다. 혹은 그걸 위해 상납을 늘려 담뱃대의 비용을 채우는 일이 없으리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렇게 돼서야 큰일이다――충성 넘치는 세 사무라이는 서로 말을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먼저부터 두려워했다.
그들은 곧장 의논 자리를 마련해 선후책을 강구하게 되었다. 선후책이라 해봐야 물론 하나 밖에 없다――그건 담뱃대의 바탕을 다른 걸로 바꾸어 오보즈들이 바라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바탕을 무엇으로 해야 하는가. 그런 문제에는 이와다와 카미키가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다는 군주의 체면상 은보다 못한 금속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카미키는 오보즈들의 욕심을 막기 위해서는 놋쇠를 이용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제 와서 체면을 따지는 건 낡은 생각이라고 한다――두 사람은 제각기 제 생각을 고수하며 반론에 반론을 거듭했다.
그러자 노련한 야마자키가 두 사람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일단은 은을 써보고 그래도 오보즈들이 원한다면 그 후에 놋쇠를 써도 늦지 않으리라. 그런 절충안을 내놓았다. 이에는 물론 두 사람 모두 이의를 주장할 수 없었다. 그렇게 논의는 스미요시 시치베에게 명해 은 담뱃대를 만들기로一마무리 되었다.
여섯
나리히로는 그 후로 성에 갈 때마다 은 담뱃대를 가져가게 되었다. 역시나 켄우메바치가 새겨진 정교하기 짝이 없는 담뱃대였다.
그가 새로 만든 담뱃대를 이전처럼 의기양양해 하지 않은 건 물론이다. 애당초 남과 이야기할 때는 쉽게 꺼내지 않게 되었다. 같은 나가사키 담배가 순금 담뱃대로 태우던 때만큼 맛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담뱃대의 바탕이 바뀐 건 비단 나리히로에게만 영향을 준 게 아니었다. 세 충신이 예상한 것처럼 오보즈 또한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이 영향은 결과적으로 그들의 예상을 크게 배신하게 되었다. 왜냐면 오보즈는 금이 은으로 바뀐 걸 보고는 이제까지 순금이라 사양하던 녀석들마저 앞다투어 담뱃대를 하사 받으러 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순금 담뱃에도 애착이 없었던 나리히로가 은 담뱃대를 주는데 미련을 둘 리도 없었다. 그는 원하는 대로 아낌 없이 담뱃대를 던져주었다. 끝내는 성에 온 김에 담뱃대를 주는 건지 담뱃대를 주기 위해 성으로 오는 건지 스스로도 구분이 가지 않는다――그런 생각마저 적잖이 들 정도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야마자키, 이와타, 카미키 세 사람은 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의견을 모았다. 이렇게 된 이상은 역시 카미키의 생각처럼 놋쇠 담뱃대를 만들 수밖에 없다. 그렇게 다시 스미요시 시치베에게 명이 내려지려 한 그 순간이었다――마침 그때였다. 한 사무라이가 나리히로의 뜻을 전하러 그들을 찾아왔다.
"주군께서 은 담뱃대를 들면 오보즈들의 요청이 시끄럽다십니다. 이전처럼 금 담뱃대를 찾으시는군요."
세 사람은 아연실색하여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일곱
코우치야마 소슌은 다른 오보즈가 앞을 다투어 나리히로의 은 담뱃대를 받아 가는 걸 옆에서 씁쓸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료테츠가 팔삭인지에 은 담배를 하나 받아 기뻐했을 때에는 타고 난 날카로운 목소리로 "멍청한 놈"하고 매도했을 정도이다. 그라고 은 담뱃대가 내키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다른 오보즈와 함께 있을 때 같은 담뱃대를 물고 걸을 때에는 너무나도 '금박'이 눈에 띈다. 그 오만함이나 욕심과 뒤엉키는 듯한 감각에 괴로운 그는 보고 있어라. 내가 코를 눌러주마――그런 생각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체 나리히로의 담뱃대를 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나리히로가 이전처럼 순금 담뱃대로 유유히 담배를 태우는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보즈 동료들은 아무도 받으러 가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지나가던 료테츠를 붙들고는 턱으로 나리히로를 가리키며 속삭였다.
"다시 순금이 되었어."
료테츠는 그걸 듣자 황당하단 얼굴로 소슌을 보았다.
"욕심 좀 적당히 부려라. 은 담뱃대마저 그렇게나 바라는데 왜 순금 담뱃대를 가지고 와."
"그럼 저건 뭔데."
"놋쇠겠지."
소슌은 어깨를 으쓱였다. 주위를 신경 써 웃음을 내지 않은 것이다.
"좋아, 놋쇠라면 놋쇠라 해둬. 내가 하사받아 올 테니까."
"왜 또 금이라는 거야?" 료테츠는 자신이 달아난 모양이었다.
"너희 생각을 저 분이 모를 거 같아? 놋쇠인 것처럼 굴지만 실은 순금을 들고 온 거야. 애당초 햐쿠만고쿠의 영주님이 놋쇠 담뱃대를 말도 없이 들고 다니겠어?"
소슌은 빠르게 이렇게 말하고는 홀로 나리히로에게 향했다. 황당한 료테츠를 서왕모 후스마 앞에 남겨둔 채.
그렇게 반 시간가량 지난 후의 일이다. 료테츠는 다시 복도서 코우치야마를 만났다.
"소슌 그건 어떻게 됐어?"
"그거라니?"
료테츠는 아랫입술을 내밀며 소슌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았다.
"시치미 떼지 말고. 담뱃대 말야."
"그래, 담뱃대냐. 너한테 주마."
코우치야마는 노랗게 빛나는 담뱃대를 꺼내더니 료테츠의 얼굴에 던지고 빠른 걸음으로 떠나갔다.
료테츠는 부딪힌 부분을 문지르면서 아래로 떨어진 담뱃대를 들었다. 잘 보니 켄우메바치의 문장을 새긴――놋쇠 담뱃대였다. 그런 걸 다시 다다미 위로 던지고는 하얀 버선을 신은 발을 들어 그 위를 거창하게 짓밟아 버렸다……
여덟
그 이후로 보즈가 나리히로의 담뱃대를 바라는 일은 없어졌다. 나리히로가 든 담뱃대가 놋쇠란 게 소슌과 료테츠를 통해 일동에게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때 놋쇠 담뱃대를 금으로 꾸며 나리히로를 속인 세 충신은 논의 끝에 다시 스미요시 시치베에게 명해 순금 담뱃대를 만들게 했다. 이전에 코우치야마에게 준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켄우메바치가 새겨진 담뱃대였다――나리히로는 이 담뱃대를 들고 내심 보즈들이 찾을 걸 생각하면서 의기양양히 성으로 향했다.
그러자 누구 하나 하사를 청하는 목소리가 없었다. 전과 같은 순급 담뱃대를 두 개나 졸랐던 코우치야마마저 힐끔 눈길만 주더니 자세를 낮추고 가버렸다. 동석한 다이묘는 물론 보고 싶단 말도 안 하고 조용히 앉아 있다. 나리히로는 그게 의아했다.
아니, 의아하기만 했을까. 끝내는 그게 어쩐지 불안해졌다. 때문에 그는 코우치야마가 오는 걸 보고는 이번에는 먼저 말을 걸었다.
"소슌, 담뱃대를 받겠느냐."
"아뇨, 감사합니다만 저는 이전에도 받았사옵니다."
소슌은 나리히로가 자신을 농락하는 것처럼 느껴졌겠지. 정중한 말 속에 날카로움을 품은 채 말했다.
나리히로는 그 말을 듣고 불쾌하다는 양 얼굴이 어두워졌다. 나가사키 담배의 맛도 이제는 입에 맞지 않았다. 불쑥 이제까지 느끼던 햐쿠만고쿠의 세력이 이 순금 담뱃대 끝에서 나오는 담배처럼 별 볼 일 없이 사라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마에다 가문은 나리히로 이후론 나리야스도 요시야스도 모두 놋쇠 담뱃대를 썼다고 한다. 어쩌면 이는 순금 담뱃대에 반성한 나리히로가 자손에게도 말을 남긴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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