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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5

바바오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석감당 콘 토코 군은 학문을 좋아하는 미소년이다. '분게이순슈' 2월호에 카츠라가와 츄료의 케이린만로쿠를 인용해 고류큐후부츠시시후의 저자 사토 소노스케의 부족한 학문을 비웃었다. 소려한 문장풍모가 바람에 살랑이는 아름다운 나무를 방불케 한다. 단지 의심스럽다. 콘 군 또한 석감당의 기원을 알고 있으랴. 콘 군은 카츠라가와 츄료와 마찬가지로 함께 세이겐슈키의 설을 믿는 자이다. 하지만 이시칸토에 관한 설은 세이겐슈키에만 나오는 게 아니다. 안사고가 급취장(사유)의 주석에도 "衛有石碏鄭有石癸斉有石之紛如其後亦以命族石敢当"라고 되어 있다. 무엇이 옳은지는 누구도 의심할 여지가 없을 터이다. 서씨필정서 말한다. "二説大不相侔亦日用不察者也"하고. 그렇다면 그 기원을 모르는 게 비단 사토 소노스케 군만 있지는 않을 .. 2021. 12. 3.
의혹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제 와서는 십 년 가량 지난 일이다만 어느 해 봄, 나는 실천윤리학 강의를 의뢰 받아 이래저래 일주일 가량 기후켄 아래의 오오가키마치에 머물게 되었다. 본래 지방 유지란 사람의 두터운 민폐에 질색을 하던 나는 나를 초청해준 어떤 교육가 단체에 미리 편지를 보내 환대니 환영식이니 또 명소 안내니 갖은 강연에 부속되는 모든 쓸데없는 시간 때우기를 거절하고 싶다는 요지를 희망해두었다. 그 일로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풍평이 이 지방에도 전해졌는지 내가 도착하자 그 단체의 회장인 오오가키마치장의 알선으로 모든 게 내 바람처럼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숙소도 평범한 여관을 피해 재산가 N 씨의 마을 안 별장이란 한적한 거처를 마련해주셨다. 내가 이제부터 이야기하려는 건 그렇게 머물게 된 별장서 내가 우연히 접하게 .. 2021. 12. 1.
모리 선생님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연말의 어느 저녁, 나는 친구인 두 비평가와 소위 코시벤 가도의 전라로 벗겨진 가로수용 버들 아래를 칸다바시 방향으로 걸었다. 우리 좌우에는 과거에 시마자키 토손이 "좀 더 고개를 들고 걸으라"고 한탄한 하급 관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아직 떠올라 있는 황혼 빛 속에서 터덜터덜 걸음을 옮겨 간다. 저도 모르게 옮겨 온 같은 우울감을 떨쳐내려 해도 미처 떨쳐내지 못한 걸 테지 우리는 외투 어깨를 마주한 채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오오테마치의 정류장을 지날 때가지 거의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친구 비평가가 붉은 기둥 아래서 추위에 떨며 전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는 불쑥 몸을 떨더니 "모리 선생님이 떠오르네"하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모리 선생님이라니?" "내 중학교 선생님. 너한테는 아직 .. 2021. 11. 29.
우리의 사계절감 - 사토 하루오 "나는 이제 극락행은 포기했어." 어느 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특유의 장난스러운 눈을 빛내며 내게 그런 말을 걸었다. "?" 분명 뒤에 재밌는 말이 이어지리라. 내가 그렇게 뒤를 기대하고 있자니 그는 말했다. "극락은 날씨가 사시사철 따듯하고 쾌적하고 계절 변화가 없다잖아. 계절 변화 없는 세계는 질색이야." 정말로 아쿠타가와 다운 말이었다. 그는 하이진의 일면을 지녔고 하이쿠는 계절 변화를 주제로 삼는 문학이니 아쿠타가와가 계절 변화 없는 세계를 질색이라 말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극락정토에는 계절 변화 이상으로 이를 보상해주는 수많은 정신적 쾌락이 있는 듯하나 그럼에도 아쿠타가와가 계절 변화를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라 말하는 건 하이진이 아니더라도 모든 일본인이 동감해도 좋지 싶다. 애당초 우리 .. 2021. 11. 28.
사이고 타카모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는 나보다 두세 해 전에 대학 사학과를 졸업한 혼마 씨의 이야기다. 혼마 씨가 흥미로운 유신사 논문 두어 개의 저자라는 건 알고 있는 사람도 많으리라. 나는 작년 겨울 카마쿠라로 이사하기 대략 일주일 전에 혼마 씨와 함께 밥을 먹으러 가 우연히 이 이야기를 들었다. 그 내용은 아직도 내 머리서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이야기를 쓰는 걸로 새소설 편집자에게 줄 내 기고를 완성시키려 한다. 물론 이는 "혼마 씨의 사이고 타카모리"라 해서 친구나 지인 사이에선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이 이야기도 어떤 사회에는 의외로 알려져 있을지 모른다. 혼마 씨는 이 이야기를 할 때에 "진위 판단은 각자 자유롭게 하세요"하고 말했다. 혼마 씨마저 주장하지 않으니 나는 물론 주장할 필요.. 2021. 11. 26.
유혹――어떤 시나리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1 천주교도의 낡은 달력 중 한 장, 그 위에 보이는 건 이런 문자이다―― 탄생하신지 천육백삼십사 년. 세바스치안세바스찬 기록하다. 이 월. 작은 달. 이 월 육 일. 산타 마리야처녀 마리아가 수태하신 날. 이 월 칠 일. 도미이고domingo, 주일. 삼 월. 큰 달. 오 일. 도미이고, 후란시스코Francesco. 십이 일. …………… 2 일본 남부의 어떤 산길. 커다란 녹나무 가지 너머로 동굴 하나가 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꾼 둘이 산길 아래로 온다. 나무꾼 하나는 동굴을 가리키며 다른 한 명에게 무어라 말한다. 두 사람은 십 자를 긋고는 동굴을 향해 크게 예배한다. 3 이 커다란 녹나무 가지. 꼬리가 긴 원숭이 한 마리가 가지 위에 앉은 채로 가만히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바다 위에는 .. 2021.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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