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5 도쿄에서 태어나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변화가 극심한 도심 내게 도쿄의 인상을 말하라는 건 어려운 일이다. 어째서인가 하면, 어떤 인상을 얻기 위해서는 떠올리는 것과 떠올려지는 것 사이에 모종의 신선함이 존재해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자랐고, 도쿄에 살고 있다. 때문에 도쿄에 관한 신경은 마비되어 있다 해도 좋다. 따라서 도쿄의 인상이란 건 거의 이야기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도쿄는 변화가 극심한 도심이란 것이다. 이를테면 불과 반 년 정도 전까지는 난간이 돌로 된 기바시였던 쿄바시도 얼마 전에 서양식 다리로 탈바꿈했다. 때문에 도쿄의 인상도 조금은 이야기할 수 있다. 특히 나처럼 실내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은 그만한 변화에도 놀라기 쉬우니 이야기 소재도 제법 늘어나고는 한다. 살기에 좋지는 않다. 애당.. 2021. 6. 5. 그 시절의 대학 생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내가 스물여섯이었을 때로 기억한다. 대학원생이 되니 마니 했는데 당시엔 도쿄에 살지 않았다. 그 탓에 퇴학서를 내는 게 늦어져 기간을 며칠인가 지나 퇴학서를 내게 되었다. 사무소 사람은 규칙을 엄수해 받지 않았다. "이미 기간이 늦었으니 30엔을 내셔야 해요"라고 말하며. 다이쇼 5, 6년의 30엔은 거금이었다. 나는 거금을 내기 어려웠기에 "그럼 어쩔 수 없죠. 제명 처분해주세요."하고 말했다. 사무소 사람은 내 장래를 걱정하며 "제명 처분을 받으면 앞으로 취직이 어려울지 모른다"하고 말했지만 끝내는 제명 처분을 받게 되었다. 내 동급생인 철학과 학생이 그에 감격해서 말하길 "너도 셸링처럼 제명처분을 받았구나!" 셸링 또한 나처럼 30엔의 돈을 내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긴 걸까. 내가 아직 견문이 .. 2021. 6. 4. 카쿠 씨와 식욕――최근의 우노 코지 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우노 코지는 총명한 사람이다. 동시에 다감한 사람이기도 하다. 물론 본래 희극적 정신이란 사람을 속일 때가 있을지 모른다. 자신을 속이는 건 극히 희소한 사람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노 코지는 희극적 정신을 발휘하지 않더라도 갖은 다감함과 총명함을 겸비한 사람처럼 쉽게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다. 이런 게 이따금 우노 코지에게 괴물이란 간판을 부여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곳에 독특한 매력――이를테면 정신적 카멜레온 같은 매력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노 코지의 본명은 카쿠지로이다. 그 어두운 얼굴은 분명 카쿠지로임이 분명하다. 특히 샤미센을 치는 우노는 코지에서 벗어난 카쿠 씨일 터이다. 얼굴에 관한 걸 좀 더 적어 보자면, 나는 우노의 얼굴을 볼 때마다 반드시 약간의 식욕을 느낀다. 그 얼굴은 뺨.. 2021. 6. 4. 늪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비 내리는 날의 오후였다. 나는 어느 그림 전시회장의 한 방에서 작은 유화 한 장을 발견했다. 발견――그렇게 말하면 거창하게 들려도 실제로 그렇게 말해도 별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그럴만한 게 이 그림만이 채광이 좋지 않은 구석에서 굉장히 빈곤한 액자에 담긴 채 잊힌 것처럼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은 "늪지"라고 하는 듯하며 화가는 알려진 사람도 아니었다. 또 그림 자체도 단지 탁한 물과 습기 찬 흙, 그리고 그 흙에 자란 목초를 그린 게 전부이니 아마 일반적인 관객에겐 말 그래도 눈길조차 받지 못 하리라. 그런데다 신기하게도 이 화가는 울창한 목초를 그리면서 녹색은 조금도 쓰지 않았다. 갈대나 버들, 무화과를 칠한 건 아무리 보아도 탁한 노란색이었다. 마치 젖은 벽만 같은 무겁기 짝이 없는 노.. 2021. 6. 2. 연말의 하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는 잘 모를 잡목이 자란 쓸쓸한 언덕 위를 걷고 있었다. 언덕 아래에는 바로 연못이 있었다. 또 연못의 끝자락에는 물새 두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어느 쪽도 옅은 이끼가 낀 돌색에 가까운 물새였다. 나는 딱히 물새가 신기한 건 아니었다. 단지 날개가 너무나 선명히 보이는 건 꺼림칙했다―― ――나는 이런 꿈속에서 덜컹덜컹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서재와 이어진 손님방의 유리문에서 나는 소리인 듯했다. 나는 신년호 작업 중에 서재서 잠을 취하고 있었다. 세 곳의 잡지사와 약속한 세 편은 하나 같이 불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마지막 일을 오늘 동이 트기 전에 정리할 수 있었다. 이불 끝자락의 장자에 대나무 그림자가 힐끔힐끔 드리워 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소변을 보았다. 요즘 들어 .. 2021. 6. 1. 마사오카 시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키타하라 씨. "알스 신문에" 시키의 이야기를 쓰라고 하신 말씀 분명히 읽었습니다. 시키라면 말씀하시지 않아도 쓰고 싶지만 이번에는 다른 볼일이 많아 도무지 쓰고 있을 여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뭐라도 쓰라고 하신다면 시키에 관한 나츠메 선생님이나 오오츠카 선생님의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시키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급조한 시키론보다도 더 흥미로울 테니까요. × "먹물 한 방울"인지 "병상 육 척"인지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키는 둘 중 하나서 나츠메 선생님과 산책했더니 선생님이 벼를 몰라 놀랐다는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어느 날 저는 이 벼 이야기를 나츠메 선생님께 해본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벼를 왜 모르겠어"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시키가 거짓말을 쓴 거냐 반문하니 "그것도 .. 2021. 5. 31. 이전 1 ··· 31 32 33 34 35 36 37 ··· 60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