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5 두자춘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어느 봄날의 저녁입니다. 당의 수도 낙양의 서쪽 문 아래에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는 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젊은이의 이름은 두자춘이라 해서, 본래는 부자의 아들이었습니다만 지금은 재산을 전부 다 써서 하루를 넘기는 게 곤란할 정도로 가련한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럴만한 게 그 즘의 낙양은 천하에 견줄 자가 없을 정도로 번성을 이룬 곳이었으니까 길거리에는 사람이나 수레로 빼곡했습니다. 문 한 가득 드리우는 기름 같은 저녁놀 빛 속에서 노인이 쓴 비단 모자나 터기 여자의 금귀고리, 백마에 장식된 색이 진한 고삐 따위가 끊임없이 흐르는 모습은 마치 그림처럼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두자춘은 여전히 문벽에 기대어 멍하니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하늘에는 벌써 얄팍한 달이 하늘하늘 나부끼는 아지랑이 속에서.. 2021. 6. 11. 이이다 다코츠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목요일 밤. 소세키 선생님께 놀러 가니 모종의 박자로 아카기 코헤이가 한참을 이이다 다코츠를 칭찬했다. 당시의 나는 17자를 늘어놓은 적이 없는 인간이었다. 물론 이이다 다코츠의 이름도 알지 못 했다. 하지만 그런 대단한 사람을 알지 못하는 것도 걸려 그 이이다 다코츠란 사람의 구를 두세 개 들어 보았다. 아카기는 곧장 묘한 구만 외어주었다. 하지만 나는 아카기처럼 대단하다 여기지 못 했다. 또 정직하게 "별로네"하고 말했다. 그러자 화가 난 아카기는 "네가 하이쿠를 알겠냐"며 나를 혼냈다. 마침 그 전후로 "호토토기스"를 들여다보았더니 쿄시 선생님께서도 다코츠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구도 몇 개인가 발췌되어 있었다. 내 평가는 여전히 네거티브했다. 특히 아내의 히스테리를 소재로 삼은 구가 마음.. 2021. 6. 10. 근래의 유령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서양 유령――서양이라 해봐야 영미뿐이지만 이 영미 소설에 나오는 근래 유령의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요. 조금 먼곳부터 흐름을 따라가면 영국에서 명성 높은 '오트란토의 성'을 슨 월폴, 래드클리프 부인, 매튜린(이 사람의 '멜모드'는 발자크나 괴테에게도 영향을 준 걸로 유명하다만), '몽크'를 써 몽크 루이즈란 별명을 받은 루이즈, 스콧, 리턴, 보그가 있고, 미국에는 포나 호손 등이 있는데 유령――혹은 일반적으로 요괴라 불리는 걸 다룬 작품은 지금도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특히 유럽 전역 이후로 종교적 감정이 널리 퍼진 동시에 여러 전쟁에 관여된 유령 이야기도 나온 모양입니다. 전쟁 문학에 괴담이 많은 건 재밌는 현상이 분명하겠지요. 그럴만한 게, 프랑스 같은 나라마저 마치 과거의 잔 다르크처럼 클레엘 페.. 2021. 6. 9. 참마죽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간교 말인가 닌나 초에 있었던 일이다. 어느 쪽이든 시대는 이 이야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독자는 단지 헤이안이라는 먼 옛날이 배경이란 것만 알아두면 된다――그 시절 섭정 후지와라노 모토츠네를 모시는 사무라이 중에 고이五位라는 낮은 직책을 가진 아무개가 있었다. 아무개라 적지 않고 어디의 누구라고 분명히 이름을 밝히고 싶긴 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옛 기록에는 이름이 전해지고 있지 않다. 아마 전해질만한 자격이 없을 정도로 평범한 남자인 것이리라. 애당초 옛 기록의 저자는 평범한 사람에게 별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다. 이런 점에서 그들과 일본의 자연파 작가와 많이 다르다. 왕조 시대의 소설가는 의외로 한가하지 않다――어찌 되었든 섭정 후지와라노 모토츠네를 모시는 사무라이 중에 아무개라는 고이가 있었.. 2021. 6. 8. 사라수 꽃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사라수는 식물원에도 있으리라. 내가 본 것은 어떤 사람의 정원이었다. 옥처럼 아름답게 핀 꽃의 뿌리에는 태호석이라 불러야 할 돌도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변하였을까. 내가 알 법한 사람마저 바람으로 있는 곳만 겨우 들었네. 다시 한 번 찾아온 유월의 한탄 과연 누구에게나 이야기할까. 사라나무 가지에 꽃이 피며는, 슬퍼 보이는 사람 그 눈만 같네. 2021. 6. 7. 토요시마 요시오 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토요시마는 나보다 1년 먼저 불문과를 나온 선배이나 친하게 대화하게 된 건 되려 최근의 일이다. 내가 처음으로 토요시마 요시오란 이름을 알게 된 건 제일고등학교 교우회 잡지에 '연분홍빛 진주'라는 글이 나왔을 때이리라. 그런데 어째서인지 내 기억엔 '토시오'로 남았다. 그 토시오가 요시오로 교정된 건 토요시마를 만난 이후이지 싶다. 처음 만난 건 제3차 신사조를 출판할 때였다. 도요쿠니 2층에서 출판을 맡은 케이세이샤 사람들과 동인 사람들이 모임을 가졌는데, 그때 만나게 되었다. 가장 구석에 자리한 내 앞에 큰 덩치에 감색 기모노를 입은 색이 하얗고 젊은 사람이 앉았다. 당시엔 아직 안경을 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나는 그 사람과 소설 이야기를 했다. 그게 토요시마였던 건 말할 필요.. 2021. 6. 6. 이전 1 ··· 30 31 32 33 34 35 36 ··· 60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