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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이다 다코츠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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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목요일 밤. 소세키 선생님께 놀러 가니 모종의 박자로 아카기 코헤이가 한참을 이이다 다코츠를 칭찬했다. 당시의 나는 17자를 늘어놓은 적이 없는 인간이었다. 물론 이이다 다코츠의 이름도 알지 못 했다. 하지만 그런 대단한 사람을 알지 못하는 것도 걸려 그 이이다 다코츠란 사람의 구를 두세 개 들어 보았다. 아카기는 곧장 묘한 구만 외어주었다. 하지만 나는 아카기처럼 대단하다 여기지 못 했다. 또 정직하게 "별로네"하고 말했다. 그러자 화가 난 아카기는 "네가 하이쿠를 알겠냐"며 나를 혼냈다.
 마침 그 전후로 "호토토기스"를 들여다보았더니 쿄시 선생님께서도 다코츠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구도 몇 개인가 발췌되어 있었다. 내 평가는 여전히 네거티브했다. 특히 아내의 히스테리를 소재로 삼은 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사건은 구보다도 소설로 삼으면 되지 싶었다. 나는 그 후로 꽤나 오랫동안 다코츠를 잊고 있었다.
 그러던 사이 나도 구를 쓰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사이지키 속에서 "죽을 병 얻어 비로소 아름다운 화롯불일까"하는 다코츠의 구를 발견했다. 이 구는 다코츠의 평가를 바꾸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호토토기스"에 실린 다코츠의 이름을 주시했다. 물론 그 구경句境도 표절했다. "결핵에 되려 뺨이 아름다워진 겨울모자야", "창부의 하얀 손가락 꼭 대파만 같아 보이네"――나는 다코츠의 영향을 받아 그런 구도 쓰게 되었다.
 당시 또 우스웠던 건 아카기와 구 이야기를 하던 김에 그만 다코츠를 절찬했더니 아카기가 금세 "너도 끝내 다코츠를 인정했구나"하고 크게 나를 냉소한 일이 있다. 나는 "웃기지 마. 내가 그런 말을 하게 된 건 네 낭독이 잘못된 탓이니까"하고 냉소로 되갚아 주었다. 그건 다코츠를 칭찬할 적에 박식한 아카기 코헤이도 머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감자 이슬이 이어진 산그림자 바로잡았네"란 구를 "이어진 산그림자 뒤덮고 있네"라 잘못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1, 2년 후, 또 언젠가 '호토토기스'를 멀리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타코츠는 주시했다. 또 어느 날 구를 짓는 청년과 만났더니 그 청년이 무슨 모인인가에서 다코츠를 보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동시에 "다코츠란 녀석은 굉장히 오만한 남자입니다"하고 말했다. 나는 험한 말을 들은 다코츠에게 굉장한 믿음직스러움을 느꼈다. 그건 나 자신 또한 오만함에 머물러 있으니 동류라 느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원인으로 하이진이란 의외로 처세술이 탁월한 인종이지 않을까 싶었다. "굉장히 오만한 남자입니다"하는 비난은 도무지 들을 수 없을 거 같았다. 그만한 욕을 듣는 다코츠는 욕을 듣지 않는 사람들보다도 고등한 게 분명하다 느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오늘날, 나는 이이다 다코츠와――아니, 이제는 과거의 다코츠가 아니다. 이제는 이이다 다코츠 군이다――편지를 주고받게 되었다. 다코츠 군의 글은 예상대로 굉장히 명석하고 뛰어났다. 확실히 이래서야 어린 아이에게 "오만한 남자다"하는 욕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코츠 군의 편지를 앞에 두고 새로이 듬직함을 느꼈다.

 내리는 봄비 속에 눈을 남겨둔 카이의 산아

 이건 내가 얼마 전에 쓴 구이다. 이번 기회에 카이에 있는 다코츠 군에게 헌상하고 싶다. 나는 또 요즘 들어 떠올리기라도 한 것처럼 이따금 구를 짓고 있다. 하지만 한 번 멀리한 탓인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무래도 다코츠 군에게서 채찍질을 느낀 왕년의 감격은 돌아오지 않을 듯하다. 결국은 못 짓는 대로 짓는 즐거움 자체에 안주할 수밖에 없지 싶다.

 우리 정원에 피어본들 녹차꽃 밖에 더 되랴

 선배인 다고츠 군의 작은 웃음이라도 살 수 있다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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