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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토요시마 요시오 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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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시마는 나보다 1년 먼저 불문과를 나온 선배이나 친하게 대화하게 된 건 되려 최근의 일이다. 내가 처음으로 토요시마 요시오란 이름을 알게 된 건 제일고등학교 교우회 잡지에 '연분홍빛 진주'라는 글이 나왔을 때이리라. 그런데 어째서인지 내 기억엔 '토시오'로 남았다. 그 토시오가 요시오로 교정된 건 토요시마를 만난 이후이지 싶다.
 처음 만난 건 제3차 신사조를 출판할 때였다. 도요쿠니 2층에서 출판을 맡은 케이세이샤 사람들과 동인 사람들이 모임을 가졌는데, 그때 만나게 되었다. 가장 구석에 자리한 내 앞에 큰 덩치에 감색 기모노를 입은 색이 하얗고 젊은 사람이 앉았다. 당시엔 아직 안경을 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나는 그 사람과 소설 이야기를 했다. 그게 토요시마였던 건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그때는 굉장히 얌전하고 말수가 적은 사람이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좋은 남자라고도 여겼던 거 같다. 같다는 건 그 후 코우노스 등지에서 몇 번인가 만남을 가질 때에 토요시마의 남자다움을 문제로 삼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또 토요시마하고는 시종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둔 채로 어울렸다. 무언가의 볼일로 우리 집에 왔을 때에 뭉크의 그림을 좋아한다며 가진 책을 꺼내 보여 준 적이 있다. 아마 좋아할 거라 생각해 기의 소묘를 보여줬더니 이건 싫다고 말한 것도 그때이지 않을까 싶다. 또 어딘가의 극장 2층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때는 이토오리 하오리를 입고 머리에 기름칠을 하여 거창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신사조가 발간되어 1년이 지난 가을, 어딘가에서 다 같이 모여 밥을 먹었을 때에도 만난 기억이 있다. '당구장 한 구석'을 칭찬했더니 그건 그리 자신이 없다 말한 것도 아마 그때였으리라. 또――그 후로는 모두 잊어버렸다. 하지만 어찌 됐든 일반적인 친구 관계 밖에 가지지 않았던 건 분명하다. 그러면서 시종 토요시마의 작품을 주의해 읽은 걸 보면 역시 내 관심은 토요시마가 쓴 글에 크게 움직였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에는 서로 보잘 것 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물론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미츠치카이가 열리기 이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이후 같기도 하다.
 토요시마는 작품에서 받는 느낌과 아주 닮은 남자이다. 누군가는 장난스레 "토요시마는 항상 가을을 산다"고 형용한 적이 있다. 그런 성격의 일면은 세간에도 잘 알려져 있으리라. 하지만 토요시마란 인간이 가진 사랑스러운 악당미는 그 예술에서 얻을 수 없다. 친하게 지내면 조금 사람 좋은 극중 악인 같은 느낌이 있다. 그리고 그게 토요시마란 인간에게 어떤 '움직임'을 주고 있다. 그런 점을 알고 보면 토요시마가 비교적 다방면에서 생활상의 취미를 가지고 있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
 그러니 토요시마는 꼭 '항상 가을을 사는 게' 아니다. 되려 실은 가을이 토요시마 안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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