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극심한 도심
내게 도쿄의 인상을 말하라는 건 어려운 일이다. 어째서인가 하면, 어떤 인상을 얻기 위해서는 떠올리는 것과 떠올려지는 것 사이에 모종의 신선함이 존재해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자랐고, 도쿄에 살고 있다. 때문에 도쿄에 관한 신경은 마비되어 있다 해도 좋다. 따라서 도쿄의 인상이란 건 거의 이야기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도쿄는 변화가 극심한 도심이란 것이다. 이를테면 불과 반 년 정도 전까지는 난간이 돌로 된 기바시였던 쿄바시도 얼마 전에 서양식 다리로 탈바꿈했다. 때문에 도쿄의 인상도 조금은 이야기할 수 있다. 특히 나처럼 실내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은 그만한 변화에도 놀라기 쉬우니 이야기 소재도 제법 늘어나고는 한다.
살기에 좋지는 않다.
애당초 지금의 도쿄는 썩 살기 좋은 곳이 되지 못 한다. 이를테면 강도 그렇다. 내가 어릴 적에는 아직 햐쿠혼구히도 있었고, 나카스 주변은 한 면 가득한 풀밭이었는데 지금은 어디나 도심의 강처럼 볼품없게 변해버렸다. 특히 요즘 이뤄지는 미국식 대건축은 어떤 것이나 보기 좋지 않다. 그 외에 전철, 카페, 가로수, 자동차 또한 별로 마음을 뒤흔들지 못 한다.
하지만 그런 불쾌한 거리라도 자그마한 유리창의 빛이나 건물 지붕 밑 그림자 따위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볼 수는 있다. 하기사 나 같은 건 이런 곳에서 도심 다운 아름다움을 느끼지 않으면 바깥에 안주할 일도 없다.
히로시게의 정취
물론 지금의 도쿄에서 과거의 니시키에에서 볼 법한 경치가 전부 사라진 건 아니다. 나는 어느 여름의 저녁 날, 혼죠의 한 다리 옆에 자리한 공동 화장실에 들어갔다. 변소에서 나와보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그때 본 다리와 강의 색이 고스란히 히로시게의 작품처럼만 보였다. 하지만 그런 경치와 불쑥 만나는 일은 굉장히 희소하리라.
교외의 느낌
겸사겸사 교외를 이야기해볼까. 교외는 대개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하는 이유는 묘하게 뚝 떨어진 숙박 시설이나 신개척지 같은 느낌, 소위 무사시노 따위가 보이는 등, 안일한 센티멘탈리즘이 싫었던 것이다. 그러는 내가 사는 곳도 시골이나 다름없는 도쿄의 교외이다. 그러니 별로 유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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