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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5

타키타 테츠타로 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타키타 군과 처음 만난 건 나츠메 선생님의 집이었으리라. 하지만 아쉽게도 당시 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 하고 있다. 타키타 군이 처음으로 우리 집에 온 건 내가 대학을 나온 해 가을――내가 처음으로 "츄오코론"에 "한케치"라는 소설을 썼을 때이다. 타키타 군은 소설을 보고 내게 "조금 냉소적이군요"하고 말했다. 그로부터 타키타 군은 두세 달 간격으로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 어느 해 봄, 나는 원고가 써지지 않아 적잖이 고심하고 있었다. 그때 타키타 군은 나를 위하 타네자키 준이치로 군의 원고를 보여주어(그건 정말로 고심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이는 원고였다.) 나를 크게 격려해주었다. 나는 그 덕에 용기를 얻어 어떻게든 완성해낼 수 있었다. 내가 타키타 군을 찾는 일은 거의 없다. 항상 연말에 열리는.. 2021. 5. 30.
묘한 이야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겨울 밤, 나는 오랜 친구 무라카미와 함께 긴자 거리를 걷고 있었다. "요전 번에 치에코가 편지 보냈어. 너한테 안부 부탁하던데." 무라카미는 불숙 떠올랐다는 것처럼 지금은 사세보에 살고 있는 여동생 이야기를 꺼냈다. "치에코 씨, 잘 지내나 보네." "그래, 요즘에는 잘 지내나 봐. 그 녀석도 도쿄에 있을 때는 꽤나 신경쇠약도 심했으니까――그 당시는 너도 알지?" "알고 있지. 그런데 신경쇠약이었는지는――" "몰랐나 보네. 당시의 치에코는 꼭 미치광이 같았어. 우는가 싶으면 웃고 있지, 웃는가 싶으면――묘한 이야기를 하더라고." "묘한 이야기?" 무라카미는 대답하기 전에 어떤 카페의 유리문을 밀었다. 그렇게 거리가 보이는 테이블에 나와 마주 앉는다. "묘한 이야기지. 너한테는 아직 이야기 안 했나.. 2021. 5. 29.
내 친구 두세 명-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1 오아나 류이치 군(괜히 '군'을 붙이는 것도 우스울 정도다)은 나보다 어리다. 하지만 오아나의 일처리는 비범하다. 만약 내 이름이 남는다면 내 작품의 작가로 남기보다도 오아나 군이 디자인을 한 책의 작가로 남으리라. 이건 오아나 군에게 아양 떠는 게 아니다. 세간에 겸손을 떠는 건 더더욱 아니다. 조형 미술과 문예의 차이를 생각하여 하는 말이다.(문에라는 건――특히 소설이란 삼백 년 지난 후에는 쉽사리 통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지진이나 대화재로 오아나 군의 그림도 불타버리면 이번에는 되려 오아나 군의 이름 또한 나와 나눈 인연 덕에 남으리라. 오아나 군은 신경질적이다. 이따금 용맹한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하지만 결코 호방한 성격의 소유주지는 않다. 하지만 해학적 정신은 적잖이 갖추고 있다. 나는 언.. 2021. 5. 28.
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겐지 원년 11월 26일, 교토 수호 임무를 받은 카슈가 세력은 쵸슈 토벌에 참가하기 위해 쿠니가로 오오스미노 카미를 대장으로 삼아 오사카의 아지카와구치에서 배를 내보냈다. 소대장은 츠쿠다기우 다이후, 야마자키 산쥬로 두 명이었으며 츠쿠다기우의 부대에는 하얀 깃발을, 야마자키 부대의 배에는 붉은 깃발을 걸어두었다. 오백석척의 금비라선이 제각기 홍백의 깃발을 바람에 나부끼며 강에서 바다로 나서는 모습은 정말 용맹스러웠다. 하지만 배를 타고 있는 녀석들은 용맹하다고 할 처지가 아니었다. 애당초 어느 배나 한 척에 주종 서른네 명에 선두 네 명을 더해 도합 서른여덟 명씩 타고 있다. 때문에 배 안은 움직임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좁았다. 또 배의 몸체에는 절인무를 담은 통이 발 디딜 곳도 없이 빼곡히 늘어.. 2021. 5. 27.
독특한 작품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당신의 작품 중 애착을 가진 작품이나 좋아하는 작품은 있나요?" 그런 물음을 들으면 조금 곤란해진다. 그런 조건을 가진 소설을 특별히 골라내는 건 불가능하고, 또 특별히 취급해야 하는 소설이 존재할 거 같지도 않다. 애당초 자신의 소설이란 걸 생각해 보면 그 수많은 소설 속에서 특별히 제가 소설입니다 하고 뛰쳐 나오는 녀석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렇다고 딱 잘라 말하면 모처럼 하는 질문에 대답이 되지 않으니, 내 소설 중 조금 특이한 작품을 두 개 꺼내보려 한다. 내 소설 중 대부분은 현대서 평범하게 사용하는 말로 적혀 있다. 예외가 있다면 "기독교인의 죽음"과 "키리시토호로 상인전"이 그 안에 들어간다. 양쪽 모두 분로쿠, 케이초 시절에 아마쿠사나 나가사키에서 나온 일본 예수회 출판서의 문체를 모방해.. 2021. 5. 26.
나츠메 선생님과 타키타 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내가 대학 생활을 막 마쳤을 즘, 쿠메 마사오 군과 이치노미야에 갔을 때였습니다. 나츠메 선생님이 편지로 "매주 목요일에 편식 없는 사람이 찾아와 아무 글자나 받아 간다"는 말을 전해 달라길래, 그 편지를 타키타 씨께 보여드렸습니다. 그러자 이건 너무하다며 나츠메 선생님께 따져 물으니 선생님께서 사과 편지를 보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당시 나츠메 선생님의 면회일은 목요일이었습니다. 저희가 낮에 놀러 가면 타키타 씨는 밤에 가서 옥판선지에 여러 글자를 적어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나츠메 선생님의 글자를 꽤나 가지고 계셨지요. 글귀나 그림, 골동품을 사는데 열심이라고 타키타 씨는 직접 말씀하셨는데, 듣자 하니 살 생각도 없이 니혼바시의 나카도리를 어슬렁거리던 때에 하니와 같은 걸 발견해 한 시간도 되지 .. 2021.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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