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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5

아그니의 신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중국 상하이의 어느 마을입니다. 낮임에도 어두컴컴한 어떤 집 2층에 인상 나쁜 인도 할머니 한 사람이 상인으로 보이는 한 미국인과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실은 이번에도 할머님께 점을 부탁하러 왔는데요――" 미국인은 그렇게 말하며 새로운 담배에 불을 붙입니다. "점인가요? 점은 당분간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할머니는 비웃기라도 하듯이 상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습니다. "요즘엔 모처럼 봐줘도 제대로 사례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져서요." "그야 물론 사례는 해야죠." 미국인은 아끼는 기색 없이 삼백 달러의 수표 한 장을 할머니 앞에 던져줬습니다. "일단 이것만 드리죠. 만약 할머니 점이 맞으면 그때는 따로 사례를 하겠습니다――" 할머니는 삼백 달러 수표를 보자 갑자기 붙임성이 좋아졌습니다... 2021. 5. 16.
원숭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제가 원양항해를 마치고 겨우 구슬 반쪽(군함에선 후보생을 이렇게 부릅니다) 시기를 마쳤을 때였습니다. 제가 타고 있던 A가 요코스카항에 들어 와 3일째 되던 오후, 이래저래 세 시쯤이었겠지요. 기세 좋게 상륙원 정렬의 나팔이 울렸습니다. 분명 우현이 상륙할 차례였는데, 우현이 상갑판에 정렬하자 이번에는 대뜸 전원 집합의 나팔이 울렸습니다. 물론 평범한 일은 아닐 테지요. 사정을 모르는 우리는 해치를 오르며 서로 "무슨 일이지"하고 말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집합했습니다. 그러자 부장이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요 근래 함내에서 도난 사건이 두어 건 있었다. 특히 어제 거리의 시계 장수가 왔을 때도 은제 회중시계가 두 개 분실되었다는군. 때문에 오늘은 전수 신체검사를 진행하며 동시에 소지품 .. 2021. 5. 15.
MENSURA ZOILI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는 배의 살롱 한가운데서 테이블을 두고 묘한 남자와 마주하고 있다―― 잠깐 기다려줬으면 한다. 배의 살롱이란 것도 사실은 별로 확실하지 않다. 방의 상황이나 창밖으로 바다가 보인다는 점으로 그렇게 추정했을 뿐이지, 어쩌면 좀 더 평범한 장소일지 모른다는 걱정이 있다. 아니, 역시 배의 살롱일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흔들릴 리가 없다. 나는 키노시타 모쿠타로 군이 아니니까 몇 센티로 흔들리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흔들리고는 있다. 거짓말 같다면 창밖의 수평선이 위아래로 출렁이는 걸 보면 된다. 하늘이 어두워 바다는 더할 나위 없는 청록색을 한없이 펼치고 있는데, 그와 잿빛 구름이 하나가 되는 장소가 창틀의 원형을 여러 현으로 잘라내고 있다. 그 안에 하늘과 같은 색을 한 게 하늘하늘 떠올라 있.. 2021. 5. 14.
소설의 희곡화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글장사에 관한 법률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이를테면 어떤 잡지사에 약 몇 장의 단편을 하나 건네 약 몇 엔을 받았다 치자. 그때 그 돈은 소설만 판 돈인가 혹은 소설이 쓰인 약 몇 장의 원고용지가 팔린 돈인가. 법률은 무엇 하나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게 우리의 원고라면 모를까 나츠메 선생님의 원고쯤 되면 당연히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가장 곤란한 건 어떤 종류의 저작권 침해이다. 이를 테면 얼마 전 키쿠치 칸은 소설 "기민진베이"를 세 막의 희곡으로 고쳐 썼다. 그런 걸 키쿠치 본인이 하지 않고 내가 희곡으로 고쳐 썼다고 치자. 그 경우 나는 의리 상, 혹은 관습 상 일단 키쿠치의 허가를 받은 후 희곡으로 바꿔 쓸 게 분명하다. 그뿐 아니라 그 원고료 내지는 상영료의 .. 2021. 5. 13.
미천한 자의 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별 태양 아래에 새로운 게 없다는 건 옛사람이 설파한 말이다. 하지만 꼭 태양 아래에만 새로운 게 없는 건 아니다. 천문학자의 설에 따르면, 헤라클레스 자리가 내뿜는 빛은 우리 지구에 도달하는데 3만 6천 년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헤라클래스 자리라고 영원히 빛날 수는 없다. 언젠가 한 번은 식은 재처럼 아름다운 빛을 잃고 만다. 그뿐 아니라 죽음은 어디에 가도 항상 삶을 낳고 있다. 빛을 잃은 헤라클레스 자리도 끝없는 하늘을 떠도는 사이에 형편 좋은 기회를 얻으면 한 무리의 별구름으로 변화하리라. 그러면 또 새로운 별은 계속하여 그곳에 태어나는 셈이다. 우주의 크기에 비하면 태양도 한 점의 불꽃에 지나지 않는다. 하물며 우리의 지구는 더하다. 하지만 먼 우주의 끝, 은하의 옆에서 일어나는 일도 사실.. 2021. 5. 11.
'미천한 자의 말' 두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미천한 자의 말"이 꼭 내 사상을 늘어 놓은 건 아니다. 단지 내 사상의 변화를 이따금 드러내는 데에 지나지 않는다. 한 총의 풀보다도 한 줄기의 덩굴――심지어 그 덩굴은 여러 갈래로 뻗어 있을지 모른다. '미천한 자의 말(侏儒の言葉)':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수필, 경구집. 다이쇼 12년(1923년)부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자살한 쇼와 2년(1927년)까지 집필되었다. 또 분케이순쥬 1923년 1월호부터 1925년 11월호에 걸쳐 연재되었다. 미천한 자의 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별 태양 아래에 새로운 게 없다는 건 옛사람이 설파한 말이다. 하지만 꼭 태양 아래에만 새로운 게 없는 건 아니다. 천문학자의 설에 따르면, 헤라클레스 자리가 내뿜는 빛은 우리 지구에 도달하 noh0058.tistory... 2021.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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