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SMALL

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5

선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 "선인"은 비와코 근처의 O마을의 재판관으로 근무했다. 그의 가장 큰 취미는 오래된 표주박을 모으는 일이었다. 따라서 그가 빌린 집에는 2층 찬장은 물론이요 기둥이나 창틀의 못에도 표주박이 몇 개나 걸려 있었다. 3년가량 지난 후, 이 '선인'은 O마을에서 H시로 전임하게 되었다. 집안 살림을 옮기는 건 물론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래저래 이백 개 가량의 표주박만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기차에 실어도 마차에 실어도 무사히 도착하지 않을 게 분명하지." 이 선인은 이래저래 생각한 끝에 기어코 표주박을 한데 모아서 그걸로 비와코 위에 띄어 배로 삼기로 했다.(또 표주박배 중심이 된 건 역시 그가 '파내서 가져온' 유교야나기의 뿌리였다.) 날씨는 마침 한없이 말게 개인 데다가 운 좋게 바람도 .. 2021. 6. 17.
선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여러분. 저는 지금 오사카에 있습니다. 그러니 오사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과거에 오사카에 일을 구하러 온 남자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단지 일을 하러 온 남자니 곤스케라는 것만 전해지고 있습니다. 곤스케는 입구의 노렌을 지나서는 담뱃대를 물고 있던 가게 주인에게 이렇게 부탁했습니다. "사장님, 저는 선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 곳에 살게 해주십쇼." 주인은 황당하여 한동안 입도 열지 못 했습니다. "사장님, 안 들리시나요? 저는 선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 곳에 살게 해주십쇼." "정말 유감입니다만――" 주인은 겨우 평소처럼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가게는 아직 선인을 받아들인 적이 없습니다. 부디 다른 곳에 가주시지요." 그러자 콘스케는 불만이라는 양 치쿠사 .. 2021. 6. 16.
세 가지 의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파우스트는 왜 악마와 만났나? 파우스트는 신을 모셨다. 따라서 그에게 사과란 항상 '지혜의 열매'였다. 그는 사과를 볼 때마다 지상낙원을 떠올리고 아담이나 이브를 떠올렸다. 하지만 어느 눈 그친 오후, 파우스트는 사과를 보는 사이 한 장의 유화를 떠올렸다. 어딘가의 대가람에 있던 색채가 선명한 유화였다. 그 후로 그에게 사과란 과거의 '지혜의 열매' 외에도 근대의 '정물'로 변모했다. 파우스트는 경건함 때문인지 한 번도 사과를 먹지 않았다. 하지만 심한 태풍이 불던 어느 밤, 문득 배가 주려와 사과 하나를 구워 먹었다. 그 후로 사과는 음식으로도 변모했다. 따라서 그는 사과를 볼 때마다 모세의 십계명을 떠올리고 유화 도구를 떠올리고 배에서 울리는 소리를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어느 추운 아침, 파우스.. 2021. 6. 15.
세 가지 보물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숲속. 세 도둑이 보물을 두고 다투고 있다. 보물은 단숨에 천 리를 뛰는 장화, 입으면 모습이 사라지는 망토, 철이라도 두 동강 내는 검――단지 생김새만은 하나같이 골동품 같다. 첫 번째 도둑 그 망토를 내게 넘겨. 두 번째 도둑 헛소리 마. 그 검이야말로 나한테 넘겨――이 자식, 내 장화를 훔쳤겠다. 세 번째 도둑 이 장화는 내 거 아냐? 네놈이야말로 내 물건을 훔친 거지. 첫 번째 도둑 좋아좋아. 그럼 이 망토는 내가 받아 가지. 두 번째 도둑 개소리 마! 네놈 따위한테 넘길 거 같아? 첫 번째 도둑 잘도 날 때렸겠다――이 자식, 또 내 검을 훔쳤군? 세 번째 도둑 뭐라고 이 망토 도둑이! 세 사람의 싸움이 커진다. 그때 말에 탄 왕자 하나가 숲속 길을 지난다. 왕자 너희는 뭐 하는 거냐?(말에.. 2021. 6. 14.
「세 가지 보물」 서두를 대신하여 - 사토 하루오 다른 세계에 보내는 편지. 아쿠타가와 군. 네가 쓴 훌륭한 서적이 만들어질 거야. 너는 이 책이 나오는 걸 기대하고 있었다 들었어. 왜 하다못해 이 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은 거야. 그리고 왜 여기에 네 펜으로 서문을 적지 않은 거야. 네가 직접 쓰지 않은 탓에 내가 이렇게 보잘 것 없는 문장을 쓰게 되어버렸잖아. 덕분에 나도 곤란해. 네 유족이나 오아나 군이 바라서 쓰고 있지만 내가 네 책을 장식할만한 글을 써낼 수 있을 거 같지 않아. 그래도 나는 이 책을 위해 단 하나 공을 올리긴 했어. 이 책의 교정쇄를 읽다 오식 하나를 발견해 수정해뒀거든. 물론 그 공적도 권두에 이런 이야기를 적어 네 아름다운 책을 더럽히는 죄에 비하면 작을지도 몰라. 분하면 뛰쳐나와서 불평이라도 한 마디 해줘. 아니면.. 2021. 6. 13.
오우가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작년 봄밤――그래도 아직 바람이 차고 달이 밝은 밤 아홉 시 가량. 야스키치는 세 친구와 우오가시 거리를 걷고 있었다. 세 친구란 하이진 로사이, 서양 화가 후츄, 시화사 죠탄――세 사람 모두 본명은 밝힐 수 없지만 각자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수완가들이다. 특히 로사이는 한참 때라서 신경향 하이진치고는 일찍부터 이름을 날린 남자였다. 우리는 모두 취해 있었다. 물론 후츄와 야스키치는 술이 잘 받지 못 하고 죠탄은 희대의 호주가이기에 세 사람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단지 로사이만은 발걸음이 조금 위태로웠다. 우리는 로사이를 가운데에 둔 채로 비린내 섞인 밤바람이 구는 거리를 니혼바시 쪽으로 걸어갔다. 로사이는 태생부터 에도 남아였다. 증조부는 쇼쿠산이나 분쵸와 교우가 깊었던 사람이다. 집도 카시의 마.. 2021. 6. 12.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