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소설번역413 혀 잘린 참새 - 쿠스야마 마사오 하나 옛날 옛날 어떤 곳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자식이 없는 할아버지는 참새 한 마리를 상자에 넣고 소중히 소중히 길렀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평소처럼 산에 나무를 베러 가고, 할머니는 우물가에서 세탁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때 할머니께선 세탁에 쓰는 풀을 부엌에 깜빡 두고 나오고 말았습니다. 때문에 집에 남은 참새는 상자서 걸어 나와 남은 풀을 남김없이 먹어 버렸습니다. 할머니가 풀을 가지러 돌아오니 그릇 안에는 풀 한 톨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참새가 풀을 전부 먹은 걸 안 고약한 할머니는 크게 화가 나 작은 참새를 붙잡고는 불쌍하게도 억지로 입을 벌리게 해 "이 혀가 못된 짓을 했구나." 하고 말하며 가위로 혀를 싹둑 잘라버렸습니다. "자, 어서 내 눈앞에서 사라지거라." 그리고.. 2022. 1. 21. 오가타 씨를 죽인 자 - 다자이 오사무 오가타 씨의 임종은 결코 평화롭지 않았다고 들었다. 이를 갈며 가셨다 들었다. 나와 오가타 씨는 고작 두세 번 만난 게 전부인 사이지만 좋은 소설가를, 노력가를, 어지간히 불행한 장소에 둔 채로 죽게 둔 사실에 꽤나 고통을 느끼고 있다. 추도문이란 게 참 어렵다. 관에 한 다발의 꽃을 넣어두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오열하는 모습은 숭고할 테지. 하지만 그건 젊은 여성의 모습이며 먹을 대로 먹은 남자는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흉내 낼 수도 없다. 괜히 과장스럽게 진지해질 뿐이다. 누가 오가타 씨를 죽였는가. 난폭한 말이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불쾌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의문서 벗어날 수 없었다. 도무지 이길 수가 없어서 정면으로 마주하고 말았다. 사람 하나가 어두운 상.. 2022. 1. 20. 시장 싸움 - 다자이 오사무 구 월 초, 코후에서 미타카로 이사하여 나흘째 되던 낮, 이상한 여자가 찾아와 이 주변 주민이라고 거짓말을 하더니 억지로 장미 일곱 송이를 강매했다. 나는 거짓말이란 걸 알면서도 자신의 비굴한 약함 탓에 미처 거절하지 못하고 사 엔을 빼앗겨 나중에 굉장히 불쾌해했다. 또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시 월 초, 나는 그때 겪은 가짜 주민을 소설로 써서 문장을 다듬고 있던 차였는데 정원서 죄송합니다, 저 요앞 온실서 왔는데 꽃 구근이라도 사주실 수 없을까요, 하고 마흔 가량의 남자가 바깥 복도 앞에서 머뭇머뭇 웃고 있었다. 요전 번의 가짜 주민하고 사람은 달라도 같은 분류이지 싶어 안 돼요, 요전 번에도 장미를 여덟 송이나 심어야 했어요, 하고 여유롭게 대답했더니 그 남자가 얼굴이 살짝 질리더니 "뭐예요 그게?.. 2022. 1. 19. 코쿠키칸 - 다자이 오사무 난생처음 혼바쇼를 보러 갔습니다. 세간 사람들이 떠드는 거엔 더욱 등을 돌리고 싶어지는 제 슬픈 나쁜 버릇상 스모 또한 열심히 무관심을 겉꾸며 왔습니다. 하지만 내심 한 번 봐두고 싶었습니다. 과거의 모습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했기 때문입니다. 협회의 안내 편지를 받아 하카마를 입고 나왔습니다. 코쿠키칸에 도착한 건 오후 네 시 경이었죠. 초대석은 괜히 갑갑하고 굉장히 더웠기에 곧장 복도로 나와 인파 뒤에서 서서 봤습니다. 관객석을 멀리서 바라보면 중국 항아리 모양처럼 보입니다. 붉은 양탄자에 살짝 검은 때가 껴서 거기에 하얀색에 가까운 푸른색이 교차되어 있습니다. 하얀 기운이 감도는 파란색은 관객 복장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둥근 부채가 무수히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름이 진작에 온.. 2022. 1. 18. 의무 - 다자이 오사무 의무 수행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해야만 한다. 왜 사는가. 왜 문장을 쓰는가. 지금의 제게는 의무 수행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돈 때문에 쓰는 건 아닌 듯하다. 쾌락 때문에 사는 건 아닌 듯하다. 저번에도 길가를 홀로 걸으며 문득 생각했다. "사랑이란 것도 결국 의무 수행 아닌가?" 솔직히 말해 나는 지금 다섯 장의 수필을 쓰는 것도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열흘 전부터 무얼 써야 좋을지 생각해 보았다. 왜 거절하지 않았는가. 부탁받았기 때문이다. 이 월 십구 일까지 대여섯 장 써라. 그런 편지를 받았다. 나는 이 잡지(분가쿠샤)의 동인이 아니다. 또 장래에 동인이 될 생각도 없다. 동인 중 대부분은 내가 모르는 사람들뿐이다. 그러니 꼭 써야 한다는 이유도 없다. 하지만 .. 2022. 1. 17. 오오쿠보 코슈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가을밤, 나는 혼고 대학 앞에 자리한 어떤 헌책방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가게 앞 진열대에 오래된 국판 책 한 권이 "오오쿠보 코슈 저, 이에야스와 나오스케, 할인 불가 50 전"이란 푯말을 붙인 채로 잡서 위에 적당히 놓여 있었다. 난 이 책의 먼지를 털고 안을 훑어보았다. 내용물은 책 이름처럼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이이 나오스케에 관한 역사론을 모은 책인 듯했다. 하지만 우연히 펼친 곳은 부속에 수록된 잡문이었다. "사람의 일생"――나는 이 잡문 하나에 이런 이름이 지어진 걸 발견했다. 사람의 일생 도쿠가와 이에야스 서두르지 마라. 마음에 바람이 생기면 곤란했던 때를 떠올려라. 분노는 적으로 여겨라. 이기는 것만 알아서는 그 해가 몸으로 온다. 미치지 못한 게 과한 것보다 낫다. 오오쿠보 요소고로.. 2022. 1. 16. 이전 1 ··· 19 20 21 22 23 24 25 ··· 69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