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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다자이 오사무

오가타 씨를 죽인 자 - 다자이 오사무

by noh0058 2022.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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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가타 씨의 임종은 결코 평화롭지 않았다고 들었다. 이를 갈며 가셨다 들었다. 나와 오가타 씨는 고작 두세 번 만난 게 전부인 사이지만 좋은 소설가를, 노력가를, 어지간히 불행한 장소에 둔 채로 죽게 둔 사실에 꽤나 고통을 느끼고 있다.
 추도문이란 게 참 어렵다. 관에 한 다발의 꽃을 넣어두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오열하는 모습은 숭고할 테지. 하지만 그건 젊은 여성의 모습이며 먹을 대로 먹은 남자는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흉내 낼 수도 없다. 괜히 과장스럽게 진지해질 뿐이다.
 누가 오가타 씨를 죽였는가. 난폭한 말이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불쾌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의문서 벗어날 수 없었다. 도무지 이길 수가 없어서 정면으로 마주하고 말았다.
 사람 하나가 어두운 상황에 놓였을 때 가족 중 마음 약한 사람이나 친구 중 언변이 좋지 않은 사람이 그 책임을 떠안은 채 짓지도 않은 죄를 세상 사람에게 사과하며 어깨를 좁히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성가신 일이다. 작가가 문제이다. 작가 정신이 문제이다. 불행히 그렇게나 무섭다면 작가를 관둘 일이다. 작가 정신을 버릴 일이다. 불행을 동경해 본 적이 없었는가. 병약을 아름답다 묘사한 적이 없었는가. 패배를 향락한 적이 없는가. 불우를 존경한 적이 없었던가. 어리석음을 사랑한 적이 없었던가.
 작가란 불행하다. 모두가 괴롭게 살아가고 있다. 오가타 씨를 불행하게 한 건 오가타 씨의 작가이다. 오가타 씨 본인의 작가 정신이다. 듬직한 일류 작가 정신이다.
 사람이 죽은 자리서 아무 준비도 않고 눌러 앉은 채로 불경마냥 괴상한 논리를 늘어놓는 모습은 확실히 보기 좋지 않다. 바보 같다. 그럴싸한 조의도 하나 표현하지 못한다. 용서해주길 바란다. 이 남자는 슬퍼하고 있다. 자신의 무력함이 분했다. 아들의 전사 소식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향해 쌀을 씻었다는 어머니의 꼴사나운 모습과 마찬가지로 이 남자의 엇나간 슬픈 표현을 쓴웃음으로 용서해주길 바란다.
 분명 많은 내용을 준비했을 터인데 이상하리만치 굳어져 쓸 수 없었다. 추도문은 싫다. 죽은 사람에겐 입이 없으니 더욱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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