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혼바쇼를 보러 갔습니다. 세간 사람들이 떠드는 거엔 더욱 등을 돌리고 싶어지는 제 슬픈 나쁜 버릇상 스모 또한 열심히 무관심을 겉꾸며 왔습니다. 하지만 내심 한 번 봐두고 싶었습니다. 과거의 모습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했기 때문입니다.
협회의 안내 편지를 받아 하카마를 입고 나왔습니다. 코쿠키칸에 도착한 건 오후 네 시 경이었죠. 초대석은 괜히 갑갑하고 굉장히 더웠기에 곧장 복도로 나와 인파 뒤에서 서서 봤습니다.
관객석을 멀리서 바라보면 중국 항아리 모양처럼 보입니다. 붉은 양탄자에 살짝 검은 때가 껴서 거기에 하얀색에 가까운 푸른색이 교차되어 있습니다. 하얀 기운이 감도는 파란색은 관객 복장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둥근 부채가 무수히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름이 진작에 온 모양입니다.
모래사장의 흑백청적의 네 기둥은 슬플 정도로 보기 괴로운 원색이었습니다. 모래사장에는 조명이 강한지 리키시의 벗은 몸이 붉은색으로 보였습니다. 하니와 같은 테라코타 피부를 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인상을 말하자면 장난감 같은 이상한 슬픔이 있습니다. 진흙으로 구운 비둘기 피리를 떠올렸습니다. 오토리사마의 곰발자국 장식, 마네키네코, 그런 어리고 슬퍼 어쩔 수 없는 걸 느꼈습니다. 에도 문화란 이런 유치한 아름다움 속에서 나고 자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4번, 5번 시합을 보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테루쿠니란 리키시는 고상한 인품을 가진 듯합니다. 정말로 화가 나서 싸우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지 싶었습니다. 상대인 이츠츠시마란 리키시의 인품에는 별로 감탄할 수 없었습니다. 이기면 되잖아. 그런 거친 심정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승부에 이겨도 이대로는 요코즈나가 될 수 없습니다. 한 번 더 조일 필요가 있습니다.
볼일이 있어 테루쿠니, 이츠츠시마의 시합을 보고 돌아왔습니다.
4, 5번을 본 게 고작이니 자신을 가지고 말할 순 없지만 리키시의 시합에 '무술'이라기 보단 '재주' 쪽을 더 많이 느꼈습니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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