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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쿠스야마 마사오

혀 잘린 참새 - 쿠스야마 마사오

by noh0058 2022.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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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옛날 옛날 어떤 곳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자식이 없는 할아버지는 참새 한 마리를 상자에 넣고 소중히 소중히 길렀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평소처럼 산에 나무를 베러 가고, 할머니는 우물가에서 세탁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때 할머니께선 세탁에 쓰는 풀을 부엌에 깜빡 두고 나오고 말았습니다. 때문에 집에 남은 참새는 상자서 걸어 나와 남은 풀을 남김없이 먹어 버렸습니다. 
 할머니가 풀을 가지러 돌아오니 그릇 안에는 풀 한 톨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참새가 풀을 전부 먹은 걸 안 고약한 할머니는 크게 화가 나 작은 참새를 붙잡고는 불쌍하게도 억지로 입을 벌리게 해
 "이 혀가 못된 짓을 했구나."
 하고 말하며 가위로 혀를 싹둑 잘라버렸습니다.
 "자, 어서 내 눈앞에서 사라지거라."
 그리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참새는 슬픈 목소리로 "아파, 아파"하고 울면서 날아갔습니다.
 저녁이 되어 할아버지가 땔감을 짊어지고 산에서 돌아왔습니다.
 "아이고 힘들어라. 참새도 배고프지? 자, 밥 줘야지."
 그렇게 말하며 상자 안으로 다가갔습니다만 참새는 안에 없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놀라서
 "할멈, 할멈. 참새가 어디 갔을까."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참새요? 제가 열심히 만든 풀을 다 먹어버렸길래 혀를 잘라 내쫓았어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습니다.
 "아이고 불쌍해라. 왜 그런 짓을 했어요."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며 풀이 죽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둘

 할아버지는 참새가 혀 잘린 후 어디로 갔는지 걱정이라 견딜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어느 날은 동이 트자마자 집을 나왔습니다. 할아버지는 길에서 지팡이를 짚으며

 "혀 잘린 참새야.
어디서 지내느냐.
짹, 짹짹."

 그렇게 부르며 정처 없이 걸었습니다. 들을 넘고 산을 넘고 또 들을 넘고 산을 넘어서 커다란 수풀에 이르렀습니다. 그러자 수풀 안에서

 "혀 잘린 참새.
여기서 지내요.
짹, 짹짹."

 그런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할아버지는 기뻐서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걸었습니다. 그러자 수풀 뒤편에서 귀여운 붉은 집이 보이고, 혀 잘린 참새가 문을 열어 맞이해주었습니다.
 "어머, 할아버지. 잘 오셨어요."
 "아이고, 아이고, 잘 지냈니? 네가 너무 그리워 이렇게 찾아왔단다."
 "어머 감사해라. 기쁜걸요. 자, 이리 오세요."
 그렇게 말한 참새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안내했습니다.
 참새는 할아버지 앞에 자세를 낮추고
 "할아버지, 아무 말도 없이 소중한 풀을 먹어서 죄송했어요. 그런데도 화내지 않고 이렇게 찾아주셔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자 할아버지 또한
 "무얼, 내가 없는 통에 그런 불쌍한 짓을 당하게 해 정말 미안하구나. 그래도 이렇게 다시 만나서 정말로 기쁘단다."
 하고 말했습니다.
 참새는 형제나 친구 등 모든 참새를 모아서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식을 잔뜩 대접하고 재미난 노래에 맞춰 다 같이 참새춤을 추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정말 기뻐서 집에 돌아가는 것마저 잊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해 할아버지는
 "오늘은 덕분에 하루 종일 즐거웠구나. 해지기 전에 돌아가야겠어."
 그렇게 말하며 일어났습니다. 참새는
 "어머, 비록 좁기는 해도 오늘 밤은 여기서 주무시고 가세요."
 하고 말하며 다 같이 붙들었습니다.
 "고마운 말이지만 할멈도 기다리고 있으니 오늘은 그만 가야겠다. 또 찾아 오마."
 "아쉬운걸요. 그럼 선물을 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참새는 그렇게 말하며 안쪽에서 궤짝 두 개를 가져와
 "할아버지, 무거운 궤짝과 가벼운 궤짝이에요. 어느 하나 편한 걸로 가져가세요."
 그렇게 말했습니다.
 "밥도 얻어 먹고 선물까지 받으면 미안한데. 그래도 네가 준다니 받아가마. 하지만 나도 나이를 먹었고 길도 머니 가벼운 걸 가져가야겠다."
 그렇게 말한 할아버지는 가벼운 궤짝을 짊어지고
 "그럼 잘 있거라. 또 오마."
 "기다리고 있을게요. 조심히 돌아가세요."
 그렇게 말하자 참새는 문밖까지 할아버지를 배웅했습니다.

     셋

 해가 져도 할아버지가 돌아오지 않기에 할머니가
 "어디 간 거람."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자니 할아버지가 받은 궤짝을 짊어진 채 돌아왔습니다.
 "할아범, 이제까지 어디 있었던 거예요."
 "뭐, 그렇게 화내지 말아봐. 오늘은 참새의 집에 가서 밥도 많이 얻어먹고 참새춤도 보고 이렇게 멋진 선물도 받아왔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궤짝을 내리자 할머니는 대뜸 방긋방긋 웃으며
 "어머, 그거 잘 됐네요. 뭐가 들어 있을까요."
 그렇게 말하며 곧장 궤짝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안에서는 눈이 번쩍 뜨이는 금은보화가 튀어나왔습니다. 그걸 본 할아버지는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실은 말야, 참새는 무거운 궤짝하고 가벼운 궤짝을 꺼내서 어느 쪽이 좋냐고 묻지 뭐야. 나는 나이도 먹었고 길도 머니 가벼운 궤짝으로 한 건데 설마 이렇게 좋은 게 들어 있을 줄은 몰랐네."
 그러자 할머니가 다시 짜증 섞인 표정을 짓더니
 "멍청한 영감. 무거운 걸 골라야지 그걸 가벼운 걸 골라와요? 그럼 더 좋은 게 잔뜩 들어 있었을 텐데.
 "너무 그렇게 욕심 부리지 말고. 이만큼 좋은 게 들어 있었으면 된 거잖아."
 "되긴 뭐가 돼요. 그래 좋아. 이제라도 가서 제가 무거운 걸 받아 올게요."
 그렇게 말하며 할아버지가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다음 날 아침이 되는 것도 기다리지 않은 채 곧장 집을 뛰쳐나갔습니다.
 밖은 이미 깜깜했지만 할머니는 욕심으로 무작정 지팡이를 짚으며

 "혀 잘린 참새 녀석아.
어디 있느냐.
짹, 짹짹."

 그렇게 부르며 찾아갔습니다. 들을 넘고 산을 넘고 또 들을 넘고 산을 넘어서 커다란 대나무숲에 이르자 숲 안에서

 "혀 잘린 참새
여기 있어.
짹, 짹짹."

 그런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할머니는 "됐구나" 생각하여 목소리가 들린 쪽을 걸어가자 이번에도 혀 잘린 참새가 문을 열고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상냥하게
 "어머, 할머니셨군요. 잘 오셨어요."
 그렇게 말하며 집안으로 안내했습니다. 그리고
 "자, 앉아주세요."
 하고 할머니의 손을 잡아 자리에 앉히려 했으나 할머니는 어째서인지 바쁘게 주위만 둘러볼 뿐이지 침착히 앉을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네가 잘 지내는 것만 보면 됐으니 이제 신경 쓰지 말거라. 그보다 어서 선물을 받아 가야겠다.
 대뜸 선물부터 요구하니 참새는 참 욕심 많은 할머니라 질색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표정 한 번 바꾸지 않고
 "자, 어서."
 하고 못 기다리겠단 투로 말했습니다.
 "네네,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지금 선물을 가지고 올 테니까요."
 그러자 참새는 그렇게 말하며 안쪽에서 궤짝 두 개를 꺼내왔습니다.
 "자, 무거운 거랑 가벼운 거니까 어느 거 하나 편한 쪽으로 가져가세요."
 "그야 물론 무거운 걸 가져가야지."
 할머니는 무거운 궤짝을 짊어지며 인사도 대충 하며 나왔습니다.
 할머니는 무거운 궤짝을 받은 건 좋으나 궤짝을 등에 짊어매고 걷는 사이 점점 더 무거워져 아무리 고집 센 할머니라도 어깨가 빠지고 허리 뼈가 부러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무거운 만큼 보석이 잔뜩 들어 있을 테니 정말 기대되는구나. 대체 어떤 게 들어 있을까. 여기서 잠깐 쉬었다 한 번 열어 보고 가자."
 그렇게 혼잣말하며 길가의 돌 위에 "영차"하고 앉아 궤짝을 내려 서둘러 뚜껑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걸까요. 안에는 눈이 번쩍 뜨일 법한 금은보화는 고자하고 눈이 세 개 달린 어린애나 눈 하나 달린 어린애, 뉴도 같은 수많은 괴물이 꾸물꾸물 뛰쳐나와
 "이 욕심 많은 할망구야"하고 말하며 무서운 눈초리로 노려보고 꺼림칙하게 혀를 내밀며 얼굴을 핥는 등하여 할머니는 도무지 사는 게 사는 거 같지 않았습니다.
 "엄마야, 엄마야. 나 살려."
 할머니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빽 지르며 부리나케 도망갔습니다. 그렇게 반쯤 죽은 듯한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집안에 뛰어 들자 할아버지가 깜짝 놀라서
 "할멈, 왜 그래?"
 하고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하며 "싫다 정말"하고 말하니 할아버지는 안타깝다는 양
 "나 원, 지독한 꼴을 봤구만. 그러니 막돼먹은 짓 좀 하지 말고 욕심 좀 거두며 살아야지."하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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