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옛날옛날 먼 옛날, 어떤 곳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았습니다. 할아버지는 매일 같이 산으로 나무를 패러 가셨고, 할머니는 강에 세탁을 하러 가셨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가 강가에서 세탁을 하고 있으니 상류에서 커다란 복숭아 하나가 졸졸졸졸 흘러 내려왔습니다.
"아이고, 훌륭한 복숭아구나. 할어비자 가져다 줄까."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허리를 기울여 복숭아를 붙잡으려 했습니다만 멀어서 손이 닿지 않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짠 물은 달아나야지. 단 물은 다가가야지."
그렇게 노래하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러니 복숭아 또한 졸졸졸졸 할머니의 앞까지 흘러왔습니다. 할머니는 방긋방긋 웃으며,
"빨리 둘로 나눠서 할아버지랑 먹어야지."
하고 말하며 복숭아를 주워 올리고는 세탁물과 같이 바구니 안에 넣고 영차영차 집에 가지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녁쯤이 되니 할아버지가 산에서 땔감을 짊어매고 돌아오셨습니다.
"할멈, 돌아왔네."
"아이고 왜 이제 왔어요. 어서 들어와요. 좋은 거 있으니까."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좋은 거라니?"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며 짚신을 벗고 집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할머니는 그동안 선반 안에서 복숭아를 무겁게 들고 와서는,
"자, 복숭아 한 번 봐요."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이구 이거 참. 어디서 이런 좋은 복숭아를 사왔댜."
"사 오기는요. 강에서 주워 온 거예요."
"뭐? 강에서 주워와? 그게 더 신기하구만."
할어버지가 그렇게 말하며 복숭아를 양손으로 들어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자니, 대뜸 복숭아가 둘로 갈라지더니,
"응애. 응애."
그런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귀여운 갓난아기가 기운차게 뛰쳐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나어머나."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깜짝 놀라서 나란히 목소리를 냅니다.
"아이구야 우리가 평생 아이 하나가 없어서 안 생기나 안 생기나 했더니 신께서 내려주셨나 보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기뻐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후로 할아버지가 황급히 물을 데우고 할머니가 기저귀를 챙기는 등 큰 소란이 있었습니다.
아기를 안아 올려 물을 끼얹었습니다. 그러니 갑자기,
"응."
아이가 그렇게 말하며 안고 있는 할머니의 손을 쳐냈습니다.
"어이구야. 힘 한 번 쌔구나."
할아버지 할머니는 서로 바라보며 "하하하"하고 즐겁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복숭아 안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뜻으로, 아이에게 모모타로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2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모모타로를 아주 소중히 아끼며 길렀습니다. 모모타로는 성장하면서 평범한 아이들에 비해 몸집이 훨씬 컸고 힘이 무진장 강했습니다. 주변 아이들끼리 스모를 할 때면 견줄 자가 한 명도 없을 정도였는데, 그럼에도 성미는 아주 곧아서 할아버지, 할머니께 지극정성이었습니다.
그런 모모타로도 어느덧 열다섯이 되었습니다.
그쯤 되니 전 일본을 뒤져도 모모타로보다 강한 사람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모모타로는 어딘가 나라 밖으로 나가 자신의 힘을 온전히 확인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던 차에 나라 밖의 여러 섬을 돌다 돌아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밖에서 건져 온 이야기 중 하나에,
"배를 몇 년이고 또 몇 년이고 끌고 가다 보면 저 먼 바다 끝에 오니가시마라는 곳이 있다네. 질 나쁜 오니들이 큼지막한 철갑성을 세워 그 안에 사는데, 주변 나라에서 뺏은 보물들을 끼고 산다더군."
그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모모타로는 그 오니가시마란 곳에 가고 싶어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가자마자 할아버지 앞에 가서는,
"할아버지, 잠시만 나갔다 오겠습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깜짝 놀란 할아버지는
"어디에 가려고?"
그렇게 물었습니다.
"오니를 정벌하러 오니가시마에 갈까 해요."
모모타로는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허허, 그거 참 용감하구나. 그럼 다녀오려무나."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나, 그렇게 멀리 가려면 배가 많이 고프겠구나. 그래그래, 먹을 것 좀 챙겨가렴."
할머니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절구를 영차영차 정원으로 끌고 나왔습니다. 할아버지가 절구를 들고 할머니가 떡을 뒤집으며, "쿵덕쿵덕, 쿵덕쿵덕"하며 가비당고를 찧기 시작했습니다.
가비당고가 맛있게 만들어질 즘, 모모타로도 준비를 마쳤습니다.
모모타로는 사무라이가 입는 진바오리를 입고 카타나를 허리에 차고, 가비당고 보따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복숭아 그림이 그려진 부채를 들고서,
"그럼 할아버지 할머니, 다녀올게요."
그렇게 말하고는 꾸벅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 오니들을 혼쭐 좀 내주렴."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조심하고. 어디 다치면 안 된다?"
할머니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괜찮고 말고요. 일본 제일의 가비당고를 가지고 있는걸요." 모모타로는 그렇게 말하고는
"두 분도 건강하세요."
그렇게 우렁차게 말하고는 집을 떠났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문밖에 서서 한사코 그 등을 지켜봐주는 것이었습니다.
3
모모타로가 척척 나아가니 커다란 산 위까지 왔습니다. 그러자 풀 숲에서 "멍멍"하는 소리와 함게 개 한 마리가 달려옵니다.
모모타로가 돌아보니 개는 정중히 인사하고는
"모모타로 씨, 모모타로 씨. 어디 가십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오니가시마에 오니를 정벌하러 간다."
"허리에 차고 계신 건 무엇인가요."
"일본 제일의 가비당고지."
"하나만 주시면 함께 가지요."
"그래그래. 줄 테니 따라오너라."
가비당고를 받은 개는 모모타로의 뒤를 따랐습니다.
산을 내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숲이 나왔습니다. 그러니 나무 위에서 "우끼우끼"하는 소리와 함께 원숭이 한 마리가 내려오는 것이었습니다.
모모타로가 돌아보니 원숭이는 정중히 인사하고는
"모모타로 씨, 모모타로 씨. 어디 가십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오니가시마에 오니를 정벌하러 간다."
"허리에 차고 계신 건 무엇인가요."
"일본 제일의 가비당고지."
"하나만 주시면 함께 가지요."
"그래그래. 줄 테니 따라오너라."
원숭이도 가비당고 하나를 받아 뒤를 따랐습니다.
산을 내리고 숲을 지나 이번에는 넓은 들판이 나왔습니다. 그러니 하늘 위에서 "깍깍"하는 울음 소리와 함께 꿩 한 마리가 날아왔습니다.
모모타로가 돌아보니 꿩은 정중히 인사하고는,
"모모타로 씨, 모모타로 씨. 어디 가십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오니가시마에 오니를 정벌하러 간다."
"허리에 차고 계신 건 무엇인가요."
"일본 제일의 가비당고지."
"하나만 주시면 함께 가지요."
"그래그래. 줄 테니 따라오너라."
꿩도 가비당고를 하나 받아 모모타로의 뒤를 따랐습니다.
개와 원숭이 꿩. 좋은 세 종자도 얻었겠다 기세 좋게 길을 나아간 모모타로 앞에 넓은 바다가 나왔습니다.
바다에는 마침 배 한 척이 묶여 있었습니다.
모모타로와 세 종자는 바로 배에 올라탔습니다.
"저는 노를 젓지요."
개는 그렇게 말하며 배를 밀었습니다.
"저는 방향을 잡지요."
원숭이는 그렇게 말하며 조종간을 잡습니다.
"저는 망을 보지요."
꿩이 그렇게 말하며 배 끝자락에 섭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새파란 바다 위에는 파도 한 번 일지 않았습니다. 배는 번개처럼 화살처럼 엄청난 속도로 나아갔습니다. 고작 한 시간도 되지 않았을 쯤, 배 끝자락에 서서 망을 보던 꿩이 "저거, 저거 섬 아닌가요."하고 소리치며 버둥버둥 날개를 퍼덕입니다. 이윽고 하늘로 올라가서는 바람을 똑바로 가르며 날아갔습니다.
모모타로가 곧장 꿩이 서있던 방향을 바라보니 옳거니, 저 먼 바다 끝에 구름 같은 것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배가 앞으로 나아가면서 구름처럼 보이던 것이 점차 형태를 확실히하며 모습을 드러냅니다.
"보인다, 보인다. 오니가시마가 보인다."
모모타로가 그렇게 말하니 개도 원숭이도 나란히 "만세, 만세"하고 소리쳤습니다.
점점 오니가시마가 가까워져 딱딱한 바위 위에 자리한 오니들의 성이 보였습니다. 큼지막한 철갑성 문 앞에서 감시를 서는 오니 병대의 모습도 보입니다.
꿩이 성의 가장 높은 지붕 위에 서서 모모타로를 내려봅니다.
이렇게 몇 년이고 또 몇 년이고 가야한다는 오니가시마에 겨우 며칠만에 도착한 것이었습니다.
4
모모타로는 개와 원숭이를 끌고 배에서 내려 육지에 올랐습니다.
망을 보던 오니 병대는 그 익숙하지 않은 모습에 깜짝 놀란 모양이었습니다. 황급히 문안으로 도망쳐 강철 문을 굳게 닫아버립니다. 그때 개가 문 앞에 서서,
"일본의 모모타로 씨께서 너희를 찾아오셨다. 열거라, 열어라."
그렇게 말하며 쿵쿵 문을 두드렸습니다. 오니는 그 목소리에 벌벌 떨면서 열심히 문을 붙들었습니다.
그러자 꿩이 지붕 위에서 내려와 문을 붙든 오니들의 눈을 찔러버립니다. 오니는 나란히 도망쳐버렸습니다. 그동안 원숭이가 높은 바위벽을 영차영차 올라 안에 침투해 별다른 어려움도 없이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우와아." 그런 함성과 함게 모모타로의 종자들이 성에 들어 닥치니 대장 오니도 부하들을 한껏 끌고 나왔습니다. 제각기 두터운 철몽둥이를 휘두르며 "우오, 우오."하고 소리치며 다가옵니다.
하지만 덩치만 크지 기세가 없었던 오니들은 꿩에게 눈을 찔리고 개에게 정강이를 물려 아프다, 아프다 소리치며 도망칩니다. 원숭이에게 얼굴을 긁힐 적에는 엉엉 울음을 터트리더니 철몽둥이도 홱 던져버린 채 항복해버렸습니다.
마지막까지 한껏 참으며 싸우던 대장 오니도 끝내는 모모타로에게 무릎을 꿇고 맙니다. 모모타로는 커다란 오니의 등 위에 올라타,
"어떠냐, 이래도 항복하지 않을 거냐."
하고 꾹꾹 밀어붙였습니다.
모모타로가 강한 힘으로 목을 조이니 대장 오니는 괴로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큼지막한 눈물 방울을 뚝뚝 흘리면서는,
"항복할게요. 항복할게요. 목숨만 거두지 말아주십쇼. 대신 보물이든 뭐든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해 용서받았습니다.
대장 오니는 약속대로 성에서 투명 옷에 투명 감투, 손바닥만 한 여의보주, 그 외에도 산호, 거북이 등딱지, 청보석 등 세계 제일의 보물들을 수레 한가득 실어주었습니다.
모모타로는 수많은 보물을 남김없이 실어 세 종자와 함게 다시 배에 올랐습니다. 돌아갈 적에는 올 적보다 배 속도가 더 빨라서 순식간에 일본까지 이르렀습니다.
배가 육지에 이르니 개가 선두에 서서 보물을 가득 실은 수레를 끌었습니다. 꿩이 줄을 끌고 원숭이가 뒤를 밉니다.
"어기영차, 어기영차."
셋은 무거운 기합 소리와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집에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줄곧,
"모모타로가 올 때가 됐는데."
그렇게 말하며 목을 쭉 뻗은 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때 모모타로가 듬직한 세 종자와 함께 가득 담긴 보물 수레를 끌고서 꽤나 의기양양히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어쩔 줄 모르며 기뻐하셨습니다.
"아이고, 장하구나 내 새끼. 그야말로 일본 제일이다."
할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어머나어머나, 다친 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할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모모타로는 그때 개와 원숭이, 꿩을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때, 오니 정벌은 재밌었지?"
개는 멍멍 기쁘게 짖으며 앞발로 섰습니다.
원숭이는 끽끽 웃으며 하얀이를 보입니다.
꿩은 깍깍 울면서 빙글빙글 공중제비를 돕니다.
맑게 개인 푸른 하늘 아래의 정원에 벚꽃잎이 한 가득 흩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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