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옛날 옛날 어떤 곳에 원숭이와 게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원숭이와 게는 날씨가 너무 좋아 같이 놀러 나왔습니다. 그 도중에 있는 산길에서 원숭이는 감 씨앗을 주웠습니다. 또 어느 정도 더 가니 이번에는 게가 강 옆에서 주먹밥을 주웠습니다. 게는
"좋은 걸 주웠어."
하고 말하며 원숭이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러자 원숭이도
"나도 좋은 걸 주웠어."
하고 말하며 감 씨앗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원숭이는 사실 주먹밥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게한테
"어때, 이 감 씨앗하고 주먹밥하고 바꾸지 않을래?"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주먹밥이 더 크잖아."
게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감 씨앗은 심으면 싹이 자라 나무가 되고 맛있는 열매가 맺는걸."
원숭이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런 말을 듣자 게도 씨를 가지고 싶어져
"그건 그렇네."
그렇게 말하며 기어코 커다란 주먹밥과 작은 감 씨앗을 바꾸었습니다. 원숭이는 게를 잘 속여 주먹밥을 받자 여 보라는 양 맛있게 먹고는
"잘 있어, 게야. 잘 먹었어."
그렇게 말하며 느릿느릿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둘
게는 곧장 정원에 감 씨앗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내지 않으면 집게로 싹둑 잘라 버릴라."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곧 귀여운 싹이 빼꼼 고개를 드러냅니다.
게는 그 싹을 향해 매일 같이
되지 않으면 집게로 싹둑 잘라 버릴라."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감 씨앗이 쑥쑥 자라 커다란 나무가 되고 가지가 뻗으며 잎이 무성해져 이윽고 꽃이 피었습니다.
게는 이번에는 나무를 향해 매일 같이
맺지 않으면 집게로 싹둑 잘라 버릴라."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곧 감나무에 수많은 열매가 맺히고 붉게 물들었습니다. 게는 그런 걸 아래서 올려다 보며
"맛있어 보이네, 어서 하나 먹고 싶다."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었습니다. 하지만 키가 작아 도무지 닿지가 않습니다. 이번에는 나무를 오르려 했으나 옆으로 걸어서는 올라도 올라도 떨어지고 맙니다. 기어코 포기하나 그럼에도 매일 억울하다는 양 아래서 올려다 보았습니다.
그러자 어느 날 원숭이가 찾아와 주렁주렁 달린 감을 올려다보며 침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열매가 맺힐 줄 알았다면 주먹밥과 바꾸지 말걸 그랬다 후회했습니다. 그걸 본 게는
"원숭이야, 보지만 말고 올라가서 집어줄래? 보답으로 감을 조금 나눠줄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원숭이는
"잘 됐다."
하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좋아좋아. 가져올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하고 말하며 척척 나무 위로 올랐습니다. 그리고 나무 사이에 걸터 앉아 일단 붉은 감 하나를 베어 물더니 일부러 "감 진짜 맛있다"하고 말하며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습니다. 게는 부러운 듯이 아래서 올려다 보았으나
"야야, 혼자 먹지 말고 어서 여기에도 던져봐."
하고 말하자 원숭이는 "그래그래"하고 말하며 일부러 새파란 감을 던졌습니다. 게가 황급히 주워 먹어보니 떨떠름하여 입이 비틀어질 정도였습니다. 게가
"이런 떫은 거 말고. 더 맛있는 걸 줘봐."
그렇게 말하자 원숭이는 "그래그래"하고 말하며 더 차가운 걸 따서 던졌습니다. 게가
"이번 것도 떫어. 정말 맛있는 걸 줘봐."
그렇게 말하자 원숭이는 시끄럽다는 양
"좋아, 그럼 이걸 주지."
하고 말하며 가장 새파랗고 딱딱한 걸 따서 위를 올려다보며 내려보는 게의 머리를 향해 있는 힘껏 던졌습니다. 게는 "악"하고 소리를 지르며 껍질을 심하게 얻어맞아 눈이 돌아간 채로 죽어버렸습니다. 원숭이는 "꼴좋다"하고 말하며 이번에는 달달한 감을 혼자 독차지하여 배가 터질 정도로 잔뜩 먹고 그 두 손에 다 담지 못할 정도의 감을 가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척척 도망쳐버렸습니다.
원숭이가 떠난 뒤, 마침 뒤편 작은 강에서 친구들과 놀던 아기 게가 돌아왔습니다. 돌아와보니 나무 아래에 아빠 게가 껍질이 깨진 채로 죽어 있지 뭡니까. 아기 게는 깜짝 놀라 엉엉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울면서 "대체 누가 이런 지독한 짓을 한 걸까"하고 주위를 잘 보니 방금 전까지 그렇게나 많던 감이 감쪽 같이 사라져 새파랗고 떫은 감만 남아 잇었습니다.
"그럼 원숭이 녀석이 아버지를 죽이고 감을 가져갔구나."
게는 그렇게 억울해하며 다시 엉엉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그러자 밤 하나가 통통 튀어와
"게야, 게야, 왜 우는 거니?"
하고 물었습니다. 아기 게는 원숭이가 부모를 죽여 원수를 갚고 싶다 말했습니다. 그러자 밤은
"나쁜 원숭이네. 좋아좋아. 아저씨가 원수를 갚아줄 테니까 그만 울렴."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아기 게가 울음을 멈추지 않으니 이번에는 벌이 붕 날아와
"게야, 게야, 왜 우는 거니?"
하고 물었습니다.
아기 게는 원숭이가 부모를 죽여 원수를 갚고 싶다 말했습니다. 그러자 벌도
"나쁜 원숭이네. 좋아좋아. 아저씨가 원수를 갚아줄 테니까 그만 울렴."
하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아기 게가 울음을 멈추지 않자 이번에는 다시마가 미끄러져 와
"게야, 게야, 왜 우는 거니?"
하고 물었습니다.
아기 게는 원숭이가 부모를 죽여 원수를 갚고 싶다 말했습니다. 그러자 다시마도.
"나쁜 원숭이네. 좋아좋아. 아저씨가 원수를 갚아줄 테니까 그만 울렴."
하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아기 게가 울음을 멈추지 않자 이번에는 절구가 데굴데굴 굴러 와
"게야, 게야, 왜 우는 거니?"
하고 물었습니다.
아기 게는 원숭이가 부모를 죽여 원수를 갚고 싶다 말했습니다. 그러자 절구도.
하고 말했습니다.
아기 게는 그제야 눈물을 뚝 그쳤습니다. 밤과 벌과 다시마와 절구는 다 같이 모여 원수를 갚을 방법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셋
이야기가 정리되자 절구와 다시마와 벌과 밤은 아기 게를 데리고 원숭이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원숭이는 감을 너무 많이 먹어서 소화를 위해 산에라도 놀러 갔는지 집에 있지 않았습니다.
"마침 잘 됐네. 이 동안 다들 집 안에 숨어서 기다리자."
절구가 그렇게 말하자 모두가 찬성했습니다. 가장 먼저 밤이
"나는 여기에 숨을게."
하고 말하며 화로의 재 안에 숨었습니다.
"나는 여기."
벌은 그렇게 말하며 물독 뒤에 숨었습니다.
"나는 여기에."
다시마는 문턱에 길게 누웠습니다.
"그럼 난 여기 위에 올라타 있을까."
절구는 그렇게 말하며 문 위로 올랐습니다.
저녁이 되어 원숭이는 힘이 쭉 빠진 채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화로 옆에 털썩 앉아서는
"아 목 말라라."
하고 말하며 주전자에 손을 뻗으니 재 안에 숨어 있던 밤이 튀어나와 원숭이의 머리를 밀었습니다.
"아 뜨거."
원숭이는 그렇게 소리치며 황급히 얼굴을 붙들고는 부엌으로 향했습니다. 화상을 치료하려고 물 위에 얼굴을 들이 밀자 그 뒤편서 벌이 붕붕 나타나 원숭이의 눈 위를 쿡쿡 찔렀습니다.
"아파라."
원숭이는 그렇게 소리치며 또 황급히 밖으로 도망쳤습니다. 그 박자에 문턱 아래에 누워 있던 다시마를 밟고 넘어져 앞으로 쓰러졌습니다. 그 위로 절구가 쿵 하고 떨어져 납작하게 눌러버렸습니다.
원숭이는 새빨개진 얼굴을 한껏 찌푸리면서 응응 앓더니 손발을 바둥거렸습니다.
그때 정원 구석에서 아기 게가 튀어나와
"부모의 원수를 갚으러 왔다."
하고 말하며 짚게를 들어 올려 원숭이의 목을 싹둑 잘라버렸습니다.
'고전 번역 > 쿠스야마 마사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풀이 - 쿠스야마 마사오 (0) | 2022.01.26 |
---|---|
미와의 실 - 쿠스야마 마사오 (0) | 2022.01.25 |
모모타로 - 쿠스야마 마사오 (0) | 2022.01.24 |
별은화(DIE STERNTALER) - 쿠스야마 마사오 역 (0) | 2022.01.24 |
혀 잘린 참새 - 쿠스야마 마사오 (0) | 2022.01.21 |
댓글